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전파로 인류의 반 이상이 소멸한 지구,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은 좀비가 되어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인간성을 상실하고 오직 '식욕'이라는 가장 1차원적인 욕망만이 남은 괴물 '좀비'는 마치 부패한 시체 같은 몰골로 떼를 지어 우르르 몰려다니며 인간 사냥을 한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배를 채우는 것, 따라서 눈에 보이는 인간은 무조건 물어뜯고 본다. 좀비에게 물린 인간은 또 다른 좀비가 되고 이대로 가다간 인류의 멸망이 머지 않았다.
 
그때, 사랑하는 가족과 애인을 잃은, 평범한 일상을 파괴당한 몇 명의 용감한 인간들이 반격을 결심하고 한자리에 모인다. 그들은 서로에게 남아 있는 인류애를 확인하며 그것이 인간의 마지막 희망임을 깨닫는다. 따라서 결국, 그들은 끈끈한 동지애를 가슴에 품고, 마지막 남은 온 힘을 짜내 다시 한번 좀비 떼를 향해 돌진한다.
 
대부분의 좀비 영화는 위에 말한 플롯을 그대로 따라가기 마련이다. 차이가 있다면 좀비와의 대결방식이나 최후의 목표 정도이다. 대결방식이라 해봤자 총으로 머리를 쏘거나 칼로 목을 베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보통 좀비의 약점은 머리다) 최후의 목표는 보통 세 가지 중 하나다.
 
첫째, 좀비들을 몰살시키고 남은 인간들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 둘째, 좀비들과의 대결을 반복하며 어디선가 소문으로만 들어 온 좀비가 없는 유토피아를 찾아 떠나는 것, 셋째,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완성해서 인류를 바이러스로부터 근본적으로 구원하는 것.
 
물론 모든 좀비 영화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렇게 비슷비슷한 플롯의 좀비 영화가 반복적으로 제작되다 보니, 관객들 입장에서는 좀 질릴 법도 한데 좀비 영화의 인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그것은 '좀비가 나오면 무조건 본다'는 탄탄한 마니아층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 <부산행>을 시작으로 '국산 좀비 영화'의 시대가 열렸다. 과연 우리 정서에 맞을까? 얼마간의 의구심을 갖고 영화를 지켜 본 관계자들의 불신은 천만이 넘는 관객들에 의해 말끔히 씻어졌다. 특히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1, 2는 사극과 좀비물의 신선한 결합으로 호평을 받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부산행>의 후속작 <반도> 역시 개봉을 앞두고 있어 국내 영화 팬들이 손꼽아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반도>는 올여름에 개봉이 예정되었으나,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개봉이 미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반도>의 개봉을 기다리며 미리 즐겨볼 만한 '좀비 애피타이저'를 준비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좀비랜드: 더블탭>이다. 
 
 
좀비랜다:더블 탭 포스터 2009년 개봉해서 좀비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았던 '좀비랜드'가 10년 만에 그 멤버 그대로 돌아왔다!

▲ 좀비랜다:더블 탭 포스터 2009년 개봉해서 좀비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았던 '좀비랜드'가 10년 만에 그 멤버 그대로 돌아왔다! ⓒ 소니픽처스코리아

 
<좀비랜드: 더블 탭>은 2009년 제작되어서 많은 호평을 받은 <좀비랜드>의 후속작이다. 제작진이 1편의 출연진을 그대로 섭외해서 10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인 만큼 1편을 본 팬들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 그 10년 사이에 확 떠버린 배우 '엠마 스톤'이 좀비의 머리통을 박살 내기 위해 거침없이 장총을 난사하는 장면을 보는 맛도 짜릿하다. 맞다. <라라랜드>의 그 사랑스러운 '미아'가 이번엔 옆구리에 장총을 끼고 선 채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1편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 하더라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좀비랜드: 더블 탭>은 앞서 말한 기존 좀비 영화의 플롯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이다.
 
 
좀비랜드의 '엠마 스톤' 10년 만에 확 떠 버린 '엠마 스톤'이 속편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많은 팬들이 열광했다. 라라랜드의 미아와는 또 다른 매력의 그녀를 영화에서 확인하자.

▲ 좀비랜드의 '엠마 스톤' 10년 만에 확 떠 버린 '엠마 스톤'이 속편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많은 팬들이 열광했다. 라라랜드의 미아와는 또 다른 매력의 그녀를 영화에서 확인하자. ⓒ 소니픽처스코리아

 

원인 모를 바이러스의 전파로 '폭망'한 세상에서 각각 사연 있는 인물, 텔러해시 (우디 해럴슨),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 위치타(엠마 스톤), 리틀록(아비게일 브레스린)은 가족처럼 모여 살면서 때때로 힘을 합쳐 몰려드는 좀비들을 물리친다. 무겁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코믹물로 시시껄렁한 농담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보는 중간중간 "이거 뭐지?"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이른바 'B급 코드의 좀비물'이다.
 
그런데 이쯤 되면 드는 의문 하나, 사람들은 이토록 뻔한 스토리, 뻔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왜 좀비 영화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선, 좀비가 애초에 인간과는 전혀 다른 제2의 악이 아니라 인간에서부터 출발한, 일종의 '변형된 인간'이기 때문이다. '물리기만 하면 나도 저들처럼 된다'는 전제는 물리지 않아야 할 개연성을 제공하고, 물리지 않기 위한 주인공들의 사투는 그 과정에서 당연히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또 하나 좀비와의 대결방식이 주는 통쾌함 때문이다. 대부분 좀비는 그 판단력이 '식욕'이라는 1차원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딱 그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주인공이 칼을 휘두르든 총을 난사하든 앞구르기 뒤구르기 해가면서 요리조리 날렵하게 그것을 피하는 영리한 좀비는 보기 드물다(물론 아닌 경우도 많다). 결국 주인공 입장에서 '해볼 만 게임'인 것이다. 악당을 물리치는 데 있어 필사적으로 두뇌 싸움을 할 필요가 없으니 보는 사람의 피로도도 높지 않다. 따져보면 좀비만큼 단순 명료한 악당이 또 어디 있을까?
 
요즘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코로나19와 우울감 (Blue)이 합쳐진 말로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을 뜻한다고 한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아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이때, '누구 하나 걸리기만 해봐!'라는 생각으로 이를 갈고 있다면, 좀비의 머리통을 향해 쉴 새 없이 총알이 날아와 박히고 병맛 코드의 농담이 쏟아지는 <좀비랜드: 더블 탭>을 추천하고 싶다. 혹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좀비랜드: 더블 탭>의 1편 <좀비랜드>부터 출발해도 좋겠다.

갑갑한 마음이야 백번 이해하지만, 괜히 엄한 데 화풀이해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만 상하게 하지 말고, 그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화를 영화 속 좀비에게 쏟아붓자. 그게 현명하다.
좀비랜드 속 편 통쾌한 좀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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