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전주영화제가 개막한 28일 한산한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모습

21회 전주영화제가 개막한 28일 한산한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모습 ⓒ 성하훈

 
전주영화제가 열릴 때면 전국에서 모여든 관객으로 북적거리던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는 조용했다. 개·폐막식 등 주요 행사가 진행되던 전주돔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 자리는 평소처럼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영화제를 알리는 깃발마저 없었더라면 전주영화제가 시작했는지 느끼기조차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영화제들의 취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올해 국내 첫 영화제인 2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8일 저녁 개막했다. 지난 4월 말에 개막하려다 한 달 뒤로 미뤄진 것이지만 여느해 개막식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영화제를 여는 화려한 레드카펫 행사는 축소됐고 개막식은 100여명 안팎의 영화계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 전통문화전당 공연장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2000~3000명이 참여하던 예전 개막식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였다. 

초청된 인사들은 이장호, 정지영 감독,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박광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방은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춘연 씨네2000대표, 유인택 예술의 전당 대표 등 국내 주요 영화제 인사들이었다. 이들 외에 초청작 감독들과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영화인들이 개막식 좌석을 채웠다.
 
코로나19로 국내 영화산업이 어려운 시기이다 보니 개막식을 앞두고 개막식장 밖에서는 오석근 영진위원장과 영화계 인사들의 노상 간담회가 이어졌다. 예전 레드카펫 입장을 앞두고 한담을 나누던 분위기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최근 코로나19 지원대책에 대한 영화인들의 요구와 불만이 잇따랐고,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이를 경청하는 한편으로 영진위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연대와 용기로 어려움 극복할 것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28일 저녁 8시 전주 한국 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 2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28일 저녁 8시 전주 한국 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 2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 성하훈

 
 2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이승준, 김규리 배우

2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이승준, 김규리 배우 ⓒ 전주국제영화제

   
코로나19로 인해 참석자들의 거리두기를 강조한 전주영화제는 개막식 참석자들에게 모두 1회용 얇은 고무장갑과 소독제를 나눠줬다. 개막식장 좌석도 옆자리나 앞뒤로 겹치는 사람이 없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분위기였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상황이 다시 악화되고 있는 분위기 때문인지 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다소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저녁 8시부터 이승준, 김규리 배우의 사회로 시작한 개막식은 트레일러 상영과 김승수 조직위원장의 인사 및 개막선언, 개막공연, 심사위원 소개로 30분간 진행됐다.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승수 전주시장은 "지난 20년동안 전주영화제 크고 작은 어려움있었으나 그때마다 연대와 용기로 잘 극복했다"며 "21회 전주영화제도 그동안과 다른 방식으로 치러지는 또 다른 도전이라 어려움이 있겠지만 단단한 용기와 따뜻한 연대로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는 지킬 것은 지키는 영화제"라며 "영화의 본질은 잘 만드는 기술에 있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에 있다. 소중한 가치를 잘 지켜갈 수 있도록 조직위원장으로 각별한 울타리가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전주영화제 숙원이었던 전용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소식도 알렸다. 김승수 시장은 "전주영화제 하면 떠오르는 아이콘인 전주돔을 볼 수 없어서 아쉽다"면서 대신 "전주영화제가 갖고 싶었던 소중한 공간인 '독립영화의 집'이 시작된다"고 전했다.
 
전주시는 최근 전주돔으로 활용되던 부지를 정식으로 매입했고, 곧 설계에 착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전주시의 한 관계자는 늦어도 내년에는 착공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범한 어제로 돌아가고 싶어'
 
 전주국제영화제 김승수 조직위원장과 이준동 집행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김승수 조직위원장과 이준동 집행위원장 ⓒ 전주영화제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세계가 코로나 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전주도 새로운 방식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비공개 상영, 온라인 상영, 장기상영 등 올해 영화제의 3가지 기조를 강조했다.
 
또한 "영화제작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 전주영화제의 제작지원작품을 더 늘리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응원과 격려를 부탁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개최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영화제로 전환하는 게 일반적인 현실에서 올해 전주영화제 개막식은 작은 규모라고는 해도 오프라인에서 개최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만했다.
 
비록 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관객이 없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코로나19 속에서도 선거를 치렀듯 영화제도 충분히 치를 수 있다는 의지는, 영상으로 축하공연을 한 '뮤직 크레인'의 '평범한 어제로 돌아가고 싶어'라는 노랫말에 담겨 있었다.
 
한편, 전주국제영화제 오는 6월 6일까지 온라인 상영을 실시한다. OTT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한국영화 54편, 해외영화 42편 등 모두 96편을 유료로 공개한다. 올해 초청작 175편은 9월 중순까지 장기상영한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6월 9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장기 상영회는 잠정 연기했다. 전주영화제 측은 "안전한 영화제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안정세가 지속되는 상황이 되면 다시 장기 상영회 일정을 계획해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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