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주중 3연전의 마지막날 두산을 잡고 시리즈 스윕을 면했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6-1로 승리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두산에게 각각 4-6과 2-4로 아쉽게 패했던 SK는 시리즈 스윕의 위기에서 오랜만에 투타의 조화를 선보이며 시즌 4번째 승리를 챙겼다(4승16패).

SK는 이재원 부상 후 주전 포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홍구가 2회 선제 솔로홈런을 터트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최정도 2안타3타점1득점으로 오랜만에 좋은 활약을 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입단 7년 만에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이 투수가 감격적인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우울한 SK팬들에게 한 줄기 위로가 되고 있는 조금 오래된 유망주 이건욱이 그 주인공이다.

2012년 U-18 야구월드컵에서 '괴물' 오타니를 잡았던 투수
 
위기탈출 이건욱 2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대 두산 경기. 5회 말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SK 선발투수 이건욱이 기뻐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위기탈출 이건욱 2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대 두산 경기. 5회 말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SK 선발투수 이건욱이 기뻐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은 지난 2007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다니엘 리오스와 맷 랜들로 이어지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앞세워 적지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잡아냈다. 비록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난 3차전에서 1-9로 패하긴 했지만 여전히 우승 가능성이 더 높은 쪽은 두산이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을 패한 팀이 한국시리즈 역전 우승을 차지했던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차전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1차전 완봉에 이어 4차전에서도 선발 등판한 정규리그 22승 투수 리오스를 정규리그 단 3승에 불과했던 루키 투수가 잡아낸 것이다. 7.1이닝1피안타2볼넷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 막은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었다. 1,2차전을 내준 SK는 3, 4, 5, 6차전을 내리 따내며 SK 왕조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처럼 어려운 순간에는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난세의 영웅'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런 영웅이 팀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신인급 선수일 경우 동료 선수들의 사기에 더욱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즌 개막 후 19경기에서 3승16패(승률 .158)로 최악의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SK에게 필요한 선수가 바로 13년 전 김광현 같은 '난세의 영웅'이다. 프로 7년 차 우완 이건욱의 등장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동산고 후배인 이건욱은 고교 2학년 때인 2012년 U-18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돼 대표팀의 주축투수로 활약했다. 이건욱은 대회 마지막 경기였던 일본과의 5-6위 결정전에서 선발 등판해 8이닝3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는데 이날 이건욱의 호투는 시간이 지난 후 더욱 유명해졌다. 이건욱과 맞대결을 펼쳤던 일본의 선발투수가 바로 '괴물'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였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이건욱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 구단 kt 위즈에 우선지명을 받을 것이 매우 유력했다. 하지만 이건욱이 3학년 때 주춤하는 사이 천안북일고의 류희운과 개성고의 심재민이 급부상하면서 이건욱은 2014년 부활한 SK의 1차 지명 선수가 됐다(물론 3학년 때 실적이 부족해 계약금은 상대적으로 적은 2억 원을 받았다). 그리고 많은 대형 유망주들이 그런 것처럼 이건욱 역시 프로 입단과 동시에 부상으로 임의탈퇴 처리됐다.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팀 타율 .313 두산 잡고 첫 승

고교 시절 '괴물' 오타니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하고도 정작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1군에서 단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던 이건욱은 2016년 9월 1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에서 1군 데뷔전을 가졌다. 하지만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2점을 내준 이건욱은 루키 시즌 평균자책점 27.00으로 프로에서의 첫 시즌을 마쳤고 2017년에도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3.75라는 민망한 성적을 기록했다.

2017시즌이 끝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이건욱은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돼 스프링캠프 일정을 완주했다. 건강한 주전급 선수에게는 매년 있는 평범한 스프링캠프지만 크고 작은 부상으로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1군 스프링캠프를 완주하지 못했던 이건욱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시즌 개막 후 3일 만에 1군에 올라온 이건욱은 두 번의 불펜 등판에서 3.1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손혁 감독은 이건욱을 선발투수로 키우기 위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고 이건욱은 퓨처스리그에서 두 번의 선발 등판을 가진 후 28일 두산전에서 다시 1군에 올라와 선발 등판했다. 박종훈과 문승원 카드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 후 스윕의 위기에서 올라온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다.

이날 두산의 선발 이용찬은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승리를 따낸 쪽은 이용찬이 아닌 이건욱이었다. 이건욱은 5.1이닝 동안 73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1볼넷3탈삼진1실점으로 팀 타율 .313의 두산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특히 4회까지는 단 한 명의 주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프로 7년 만에 따낸 감격적인 데뷔 첫 승이었다.

SK는 현재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이 팔꿈치 근육이 뭉쳐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물론 수술이나 조기퇴출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부진한 SK에서 외국인 투수의 이탈은 팀에게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임시선발로 등판한 이건욱의 호투는 손혁 감독과 SK팬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과연 8년 전 '오타니를 잡았던 투수' 이건욱은 올 시즌 난세를 보내고 있는 SK에서 영웅으로 등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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