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공간이 되었다. 동영상을 보고, 기사를 보고 또 다른 무언가를 보고 그에 대한 반응을 댓글이라는 공간에 남길 수 있다. 각종 뉴스 사이트,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의견 교류가 이어진다. 특정 사건이나 사안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개인적인 정보를 내세우지 않고 평등한 위치에서 여러 목소리들이 나온다. 그런 의견 개진의 순기능들은 사회를 좀 더 발전시키고 안 좋은 부분을 개선시키게 만들기도 한다. 

인터넷 정보가 넘쳐나고 다양한 인터넷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세상이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해져서 좋아진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어두운 부분도 모습을 드러낸다. 아주 쉽게 특정 인물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비방을 하거나, 허위 정보를 퍼뜨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 번 만들어진 여론은 쉽게 바뀌지 않고 온라인 상을 떠돈다. 특히나 성착취 동영상이나 불법촬영물 등 범죄 관련 동영상도 은밀히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그 어둠에 빨려 들어간 사람들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영화 <헌트>
 
 영화 <헌트> 포스터

영화 <헌트> 포스터 ⓒ 유니버셜픽처스

 
영화 <헌트>는 초반만 보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궁금증을 유발하는 영화다. 영화는 시작하면서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영문도 모른 채 몸이 결박당한 채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러 명의 인물들은 순식간에 사냥을 당하며 차례차례 죽음을 맞이하고 그 중에 크리스탈(베티 길핀)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여 위협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간다.

그들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왜 사냥을 당하고 있는지를 영화 중반까지 설명하지 않는 데다 중심인물로 생각했던 캐릭터들이 갑자기 죽임을 당하면서 관객들은 의지할 캐릭터를 찾게 되고 극에 대한 긴장감은 매우 높아진다. 영화 <헌트>는 많은 캐릭터가 빠르게 죽임을 당하고 영화의 카메라가 크리스탈에 집중하게 될 때, 주인공이라고 생각되는 이 인물이 또 갑자기 죽지 않을지 숨죽이며 따라가게 만든다. 

사냥을 하는 집단의 우두머리인 아테나(힐러리 스웽크)는 과거 개인 채팅 앱에서 회사의 운영진들과 인간 사냥에 대한 농담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회사 대표로부터 해고를 당한 인물이다. 해당 채팅의 내용이 다양한 매체로 보도되고 다양한 사람들이 그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그의 억울함은 더욱 커진다. 그렇게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그 일은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면서 잘못된 정보들이 덧붙여지고, 그것에 대한 해명을 한 이후에도 그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건 우리가 최근까지도 많이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정보 전파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어떤 대화나 채팅이 캡처되어 누군가 외부에 공개하면, 그것이 특정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되고 그 이슈는 곧 기사화된다. 그러면 그 기사를 보고 또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엉뚱한 정보를 붙이면 원래의 사실은 가짜 정보가 포함된 엉뚱한 내용으로 어그러진다. 그리고 그건 맨 처음 관련자들에게 비수로 돌아간다. 

사냥하는 엘리트 집단을 역추적하는 하위계층
 
 영화 <헌트>장면

영화 <헌트>장면 ⓒ 유니버셜픽처스

 
영화 <헌트>는 아테나를 중심으로 한 엘리트 집단이 일반 노동자나 하위계층을 사냥하는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 하위 계층 중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크리스탈을 등장시키면서 그가 엘리트 하나하나를 차례로 역 사냥해 나가는 것을 긴장감 있게 그린다. 영문도 모른 채 역추적을 해 나가는 크리스탈이 죽임을 당하는 기타 인물들에 비해 돋보이는 데에는 그가 가진 독특한 훈련 경험이 영향을 주었으며, 그가 가진 특유의 침착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이 하위 계층 중에서도 그를 더욱 싸움꾼으로 보이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아테나와 크리스탈의 대결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넷 의견 교류에 한정 지어 생각해보면 크리스탈을 포함한 희생자들은 인터넷에서 댓글을 다는 누리꾼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크리스탈을 잘못된 정보를 첫 번째로 언급한 네티즌으로써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가짜 뉴스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아테나와 육탄전을 벌인다.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이 결투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결처럼 보인다. 이 결투가 마무리될 때쯤 이 둘은 가짜 정보를 퍼뜨린 것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아테나가 찾은 가짜 정보를 퍼트린 계정이 크리스탈의 계정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게 구성된 하이라이트는 두 주인공이 육탄전을 벌이면서 의미심장한 대화들을 나누게 되면서 보는 관객들도 혼란스럽게 만든다. 정작 이 모든 일을 계획하고 사람을 찾았던 아테나는 크리스탈과 대화를 계속해나가면서 혼란스러워하며 확신하지 못한다.  

육탄전으로 그려지는 댓글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결
 
 영화 <헌트> 장면

영화 <헌트> 장면 ⓒ 유니버셜픽처스

 
이 마지막 액션 장면은 꽤 멋지게 그려진다. 인터넷 댓글의 피해자인 엘리트와 가해자인 하위계층으로 보이는 대결은 마치 현실의 법적 공방처럼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헷갈리게 만들고, 진정한 진실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없게 구성되어 있다. 결국 한쪽이 승리를 하게 되지만 그 어느 쪽이 승리를 하더라도 찜찜함은 남는다. 결국 인터넷에서 떠도는 말로 인한 싸움의 승자는 누구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영화 속 두 주인공처럼 서로 상처만 남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던져진 말들에 누군가는 마음속에 큰 상처를 받는다. 상처 받은 사람은 인터넷에 상처의 말들을 남긴 사람들을 찾아 하나하나 사냥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을 다 사냥한다 하더라도, 그것 만으로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극복할 수 없고 결국 상처를 준 상대방 중 일부는 살아남아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갈지 모른다. 영화는 두 사람의 대결을 결국 그런 현실에서 볼 법한 정도의 선에서 적당히 타협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영화 <헌트>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직접적으로 엘리트가 하위계층을 사냥한다는 설정을 하면서 미국의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적 대결로 해석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계급 갈등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가 가진 오락성도 뛰어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다양한 해석을 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인 쟁점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공백을 남겨주는 영화다. 일단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90분 동안은 눈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영화 <헌트> 장면

영화 <헌트> 장면 ⓒ 유니버셜픽처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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