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만 41살 생일이 지난 라이언 킹 이동국의 골 결정력은 단연 최고였다. 국내 축구팬뿐만 아니라 코로나 19 때문에 초록 그라운드 위의 축구 리그가 너무도 그리웠던 세계 축구팬들에게 뜻깊은 개막 선물을 안겨줬다.

모라이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가 8일 오후 7시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1 첫 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홈 게임에서 후반전 교체로 들어온 간판 골잡이 이동국의 짜릿한 헤더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개막전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골을 넣은 전북 현대 이동국이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개막전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골을 넣은 전북 현대 이동국이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전의 두 가지 변수

후반전에 접어들어 초록 그라운드 위에 몇 가지 변수가 이어졌다. 먼저 균형을 깨뜨리기 위해 결단을 내린 쪽은 홈 팀 감독 모라이스였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고 느낄 만한 60분 한꺼번에 두 명의 선수 교체 지시를 내린 것. 새 시즌 챔피언 클럽 전북이 기대하고 있는 골잡이 조규성 대신 이동국이 들어갔고,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킥 실력을 뽐내던 무릴로 대신 일본인 미드필더 쿠니모토가 들어간 것이다. 

그로부터 15분 뒤 두 번째로 더 큰 변수가 생겼다. 듬직한 센터백 헨리를 중심에 두고 탄탄한 두 줄 수비벽을 잘 유지하던 수원 블루윙즈의 플레이 메이커 안토니스가 전북의 살림꾼 손준호의 발목을 향해 위험한 태클 반칙을 저질러 김우성 주심으로부터 곧바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안토니스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축구화 바닥에 손준호의 발목이 크게 돌아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가뜩이나 후반전 수세에 몰리고 있던 수원은 안토니스의 빈 자리 때문에 어깨를 더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헨리를 중심에 둔 쓰리 백 전술이 전북의 닥공을 무디게 만들고 있는 흐름이었기 때문에 수원으로서는 몹시 아쉬운 순간이었다.

K리그가 자랑하는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

수원 미드필더 안토니스가 퇴장당하고 9분만에 짜릿한 결승골이 터져 나왔다.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를 얻은 전북의 손준호가 왼쪽 구석에서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코너킥을 짧게 올렸고 눈빛이 맞은 슈퍼 서브 골잡이 이동국이 재빠르게 솟구쳐 올라 이마로 공 방향을 슬쩍 바꿔 꽂아 넣은 것이다.

직전까지 든든하게 수원 골문 앞을 지키던 센터백 헨리가 뒤늦게 이동국을 발견하고 뒤에서 따라붙어 점프했지만 타이밍 싸움에서 한참이나 모자랐다. 역시 아무나 득점 기회를 만들고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게 아니라는 것을 베테랑 골잡이 이동국이 만천 하에 보여준 셈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발표한 K리그 선수들 785명(K리그 2 포함) 자료를 살펴보면 이동국은 모든 선수들의 평균 연령인 26.5세와 비교하기도 무색할 정도로 맏형이다. 지난달 29일 만 41살 생일이 지났으니 함께 뛰는 전북 동료들뿐만 아니라 상대 선수들 대부분이 조카뻘이라 하겠다.

한 해가 다를 나이가 됐으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동국은 어쩌면 필드 플레이어 최고령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지션 특성상 40대 중반의 선수들도 뛰었던 골키퍼 자리에서 뛴 김병지 선수가 45세 5개월의 기록을 남기고 K리그 골문을 비웠으니 말이다. 

축구 리그의 본고장이라 자랑하던 유럽 팬들과 주요 세계 언론사들도 주목할 정도로 K리그는 코로나 19 위기를 이겨내고 가장 먼저 새 시즌 막을 올렸다. 그리고 이곳에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은 또 하나의 빛나는 역사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2020 K리그 1라운드 결과(8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현대 1-0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이동국(84분,도움-손준호)]

전북 현대 선수들
FW : 조규성(60분↔이동국)
AMF : 무릴로(60분↔쿠니모토), 김보경(90분↔이수빈), 이승기, 한교원
DMF : 손준호
DF : 김진수, 최보경, 홍정호, 이용
GK : 송범근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
FW : 염기훈(80분↔한석희), 타가트(76분↔한의권)
MF : 홍철, 고승범, 김민우(82분↔장호익), 안토니스(75분▶퇴장), 명준재
DF : 박대원, 헨리, 이종성
GK : 노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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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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