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미 프로농구(NBA)의 흐름을 끌어갔던 팀은 단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다. 골든스테이트는 재작년 시즌까지 4년 간 3회 우승을 달성하며 NBA 역사에 남는 왕조를 구축한 바 있다. 옵션의 일부로 여겨졌던 외곽슛을 주무기로 강팀이 됐고, 리그 흐름 자체를 바꿔버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골든스테이트 왕조의 한축을 담당했던, '머신' 클레이 탐슨(30·201cm)은 타팀 선수 혹은 지도자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 있는 플레이어로 꼽힌다. 팀내 위상도 탑이 아닐뿐더러, 리그 슈퍼스타로 꼽히기에 2%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많은 선수, 지도자들은 그와 함께 팀을 이루고 싶어 한다.

이는 이름값이 높은 선수나 강팀을 지휘하는 감독들 사이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그들은 본인이 원하는 퍼즐의 한 조각으로 탐슨을 매우 선호한다. 이는 탐슨의 플레이 스타일에서 기인한 바도 크다. 팀내 에이스 스테판 커리가 워낙 엄청난 외곽 커리어를 쌓아나가서 그렇지 탐슨 또한 역대급 슈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오픈찬스에서 던지는 3점슛은 기계라 불릴 정도로 꾸준한 적중률을 자랑하며, 이따금씩 폭발하는 날은 리그 에이스급 득점머신으로 빙의해 내 외곽에서 펄펄 날기도 한다. 거기에 구태여 자신이 볼 소유를 많이 가져가지 않으면서도 공격시 '오프 더 볼 무브'가 좋아 받아먹는 플레이에 능하다. 동료들이 볼을 주기 좋은 위치를 선점해 미리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물론 수비에 막혀 고전하고 있을 때는 근처로 와서 어려운 패스를 잘 받아준다.

탐슨의 최대 장점은 본인이 리그 최고의 슈터 중 한 명이면서도, 팀을 위한 플레이에 특화됐다는 사실이다. 코트 여기저기를 누비는 활동력을 앞세워 대인수비는 물론 팀 수비의 키 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것을 비롯, 공 없는 움직임이 좋아 팀오펜스시 매우 효율적인 옵션으로 활용된다.

때문에 탐슨은 어떤 유형의 구성에서도 잘 녹아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팀 색깔이나 멤버 구성에 크게 변화를 주지 않고도 공수전력을 끌어올리는 플레이가 가능한 카드인지라 인기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이대성은 '양날의 검'이다.

이대성은 '양날의 검'이다. ⓒ 전주 KCC

 
FA 시장 '양날의 검' 이대성
 
화려함이 덜하다는 점에서 탐슨같은 유형은 많을 것 같지만 실상은 상당한 희귀성을 띤 플레이어다. 수준급 공격력을 갖춘 에이스급 선수가 선수비 마인드를 갖추기도 어렵거니와, 공격시에도 볼 없는 움직임 위주로 플레이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프로농구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리그 간판급 슈터로 불리는 선수의 대부분은 능력치를 슈팅에 올인한 경우가 많다. 일단 정교한 외곽 슈팅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전 혹은 준주전급 위치가 보장되는지라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살리는 위주로 플레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출중한 슈팅력에 탄탄한 수비력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김영만, 양경민, 추승균 등이 은퇴한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좋은 스윙맨으로 평가받는 배경에는 공수겸장의 가치를 인정받는 바가 크다. 본인 공격이 안 풀리더라도 수비를 통해 팀에 공헌이 가능한지라 득실점 마진도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대성(30·193cm)은 비시즌 자유계약(FA) 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불리고 있다. 이대성은 앞서 언급한 공수를 두루 갖춘 스윙맨 타입의 선수다. 2번으로서 좋은 사이즈에, 운동능력이 좋고 기본적으로 활동량을 많이 가져가는 유형인지라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도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질 정도다.

이대성이 그러한 에너지를 수비에 쏟아 부을 때 해당팀은 더욱 좋은 경기력을 발휘한다. 강한 질식수비로 앞선에서부터 압박이 들어가게 되면 상대팀 가드라인의 활동 반경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볼 흐름이 안 좋아지고 실책이 늘어나게 되는지라 그 틈을 노려 속공 플레이가 활발해질 경우 점수차가 확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이대성은 내외곽에 걸쳐 고르게 점수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기복이 다소 심하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한번 리듬을 타게 되면 무서울 정도로 터지는 폭발력을 갖추고 있어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KBL판 클레이 탐슨에 어울릴 만한 선수다.

2018-2019시즌 파이널 무대에서는 정교한 외곽슛에 위력적인 돌파를 앞세워 펄펄 날아다니며 MVP까지 차지했다. 때문에 당시 울산 현대모비스 팬들은 이대성이 양동근(은퇴), 함지훈에 이어 팀내 간판스타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특유의 팀 시스템과 더불어 현대모비스는 '해가 지지 않는 왕국'으로 남을 듯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이대성은 당시에 비해 가치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언행에 거침이 없어 종종 소속팀 현대모비스와 트러블이 생기게 됐고 이는 시즌중 전주 KCC로 트레이드되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 물론 무보상 FA라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어 KCC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면 FA대박은 현실화되었을 공산이 크다.

예전부터 다소 호불호는 갈렸지만 이름값, 그동안 보여준 활약상 등을 종합해봤을 때 이번 FA시장 최대어는 단연 이대성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대성은 새로운 팀에서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다양한 약점을 노출하게 되고 현재는 '팀에 맞추기 힘든 선수', '다루기 힘든 스타일' 등의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베테랑 양동근, 함지훈과 함께했으니까 그 정도 할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 팀 시스템에서 혜택을 받은 선수다' 등의 평가는 FA대박을 노리는 이대성 입장에서 분명 독이다. 과거 현대모비스에서 펄펄 날다가 타팀으로 간 후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해버린 김효범과 비교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의 이대성은 자신의 장점을 살리려하고 있지 않다.

현재의 이대성은 자신의 장점을 살리려하고 있지 않다. ⓒ 전주 KCC

 
탐슨의 장점을 가진 이대성, 왜 살리지 못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성은 이번 FA시장에서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아무리 '양날의 검'이라고는 하나 잘 쓰기만 한다면 그만한 선수도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현대모비스 시절 이대성의 활약상을 봤고 새로운 팀에서도 그만큼만 해준다면 전력에 엄청난 플러스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대성은 공수를 두루 겸비한 스윙맨이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지나친 개성과 고집이다. 강한 자기주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플레이에 대한 고집이 과하게 세다. 탐슨처럼 수비에 집중하면서 기회가 오면 외곽슛, 돌파 등으로 또 다른 득점원 역할을 하면 스스로의 가치가 올라갈 텐데 그렇지 못하다. 

그는 포지션상은 장신 가드로 분류되지만 순수한 가드로서의 플레이는 약한 편이다.  높은 'BQ(바스켓 아이큐)'를 바탕으로 한 센스 있는 플레이를 펼치는 타입과는 거리가 멀며 운동능력과 활동량 등으로 승부하는 선수다. 만능키는 될 수 없으나 사용 방법만큼은 진작에 오픈된 상태인 것이다.

이런 특성과 달리 이대성은 장신가드로서 1번 역할을 수행하고 싶은 포부를 숨기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동안 보여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대성은 1번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KCC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는 않았지만 전창진 감독은 주어진 여건 내에서 최대한 이대성에게 적응할 기회를 줬다. 스윙맨으로도 써보고, 주도적으로 경기를 이끌어가는 역할도 부여해봤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경기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이 외곽슛을 난사하는가하면, 뭔가를 해보려고 볼을 오래가지고 있다가 정작 시간에 쫓겨 뒤늦게 동료들에게 이른바 폭탄돌리기를 시전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대성은 분명 장점이 많은 선수다. 사용법만 잘 활용한다면 팀내 좋은 퍼즐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본인이 본인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 과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대성의 FA도전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평범과는 거리가 먼 그만의 행보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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