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미 프로농구)에서 유독 자주 접할 수 있는 이슈가 '역대 최고 선수' 혹은 '역대 최고의 팀'을 가리는 논쟁이다. '조던 vs. 코비' '조던 vs. 르브론' 혹은 90년대 시카고 불스 vs. 2010년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92년 미국 드림팀 vs. 2012년 드림팀 등을 비교하는 것은 NBA 논쟁의 단골메뉴다.

단지 열성 농구팬들끼리 재미로 의견을 주고받는 가십 차원이 아니다. NBA를 대표하는 전현역 농구인이나 언론들에서 최고들의 서열을 가리는 문제로 방송 혹은 공개적인 무대에서 진지하게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역사와 스토리텔링 만들기'를 유독 중시하는 미국 프로스포츠 특유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NBA에서 최고의 선수-팀을 가리는 논쟁은 약간의 소수의견은 있어도, 대체로 마이클 조던과 그가 이끌었던 90년대 시카고 불스를 여전히 넘버 1로 보는 시각이 아직은 절대적이다. '농구황제' 조던은 90년대에만 불스에 두 차례의 3연패(3-PEAT) 포함 6번 파이널에 올라 모두 우승을 선사했고 파이널 MVP도 독식했다. 조던은 한 명의 농구스타를 넘어 NBA의 세계화를 이끈 주역이자 9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까지 군림했을만큼 엄청난 위상을 자랑했다.

조던 이후의 NBA 슈퍼스타들은 자연스럽게 항상 그와 비교되어야하는 숙명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헬기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가 2000년대 전성기 시절 조던과 흡사한 외모와 플레이스타일로 한때 자주 비교되었다면, 2010년대 이후로는 현역 최고 선수라고 할 수 있는 르브론 제임스가 누적기록이나 선수 위상을 두고 조던과 비교되는 분위기다.

제임스가 조던보다 앞서있는 부분은 누적기록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직행한 제임스는 17년간 NBA에서 큰 부상이나 슬럼프 없이 꾸준히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어마어마한 누적기록을 적립했다. 통산 3만4087득점으로 조던과 코비를 제치고 역대 3위, 현역 선수 중에는 1위에 올랐다. 파이널 무대에는 총 9번이나 올라 코비(7회)-조던(6회)를 이미 능가한다.

제임스는 NBA 역사상 최고의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자 가장 이상적인 신체조건을 갖춘 농구선수로도 꼽힌다. 조던도 뛰어난 신체조건과 다재다능함을 갖춘 선수였지만, 현역시절 주로 2-3번에서만 활약했던 것과 비교하여 제임스는 마음만 먹으면 포인트가드에서 센터까지 농구의 모든 포지션을 톱클래스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무후무한 인물로 꼽힌다. NBA 역사상 누적 30000득점-9000리바운드-900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한 것은 제임스가 유일하다.

하지만 제임스가 조던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부분으로 꼽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승부사'로서의 카리스마다. 제임스는 통산 9회 파이널에 올라 준우승만 6번이나 기록했고, 파이널 우승과 MVP는 각 3회에 불과하다. 또한 조던은 말년인 워싱턴 시절을 제외하면 전성기를 모두 시카고 불스에서 프랜차이즈스타로 보냈고, 배드보이즈(디트로이트)와의 플레이오프 3전4기 설욕전, 부친의 사망으로 인한 은퇴와 야구계 전업 이후 다시 복귀하여 3연패에 성공하는 등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갖추고 있다.

그에 비하면 제임스는 전성기에 마이애미 히트-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현 LA 레이커스를 옮겨다니며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 카일리 어빙, 앤서니 데이비스 등 자신을 도와줄 스타 동료들을 끌어모아 '슈퍼팀'으로 손쉽게 우승을 차지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NBA와 비교하여 한국농구에서는 '최고 선수'에 대한 논쟁이 공개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진 경우는 아직 없다. 선수 개인의 기록이나 가치보다 조직의 성공(팀 우승)을 중시하는 문화나 스포츠계 특유의 동양식 선후배간 위계주의 등으로 인하여 섣부르게 세대가 다른 선수들간 서열을 나누고 공론화하는데 조심스러운 분위기 때문이다.

한국에 프로농구가 출범한 것은 1997년부터다. 신동파, 이충희 등 프로화 이전 시대에 활약했던 레전드들은 기록이나 자료나 미비한 데다 오늘날의 농구팬들에게는 너무 먼 과거 시대의 인물들이다. '농구대통령'으로 불리는 허재 역시 프로에서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전성기를 지난 말년에만 몇 시즌을 뛰었던 탓에 생각보다 프로무대에서 남긴 족적은 크지 않다.

 
 SBS의 새 예능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서장훈.

SBS의 새 예능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서장훈. ⓒ SBS

 
프로화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농구의 레전드라면 서장훈, 김주성, 양동근, 주희정, 이상민 등을 후보로 꼽을 수 있다. 개인기록 면에서 가장 독보적인 선수는 역시 서장훈이다. 그가 남긴 누적 득점 1만3231점과 5.235 리바운드는 모두 프로농구 역대 최다 기록이다. 외국인 선수가 득세하던 프로화 시대에 한국인 선수가 에이스 역할을 했던 것도 서장훈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점에서 새삼 그의 위엄을 느낄수 있다. 챔프전 우승과 정규리그 MVP는 각 2회를 수상했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내는데도 기여했다.

아쉬운 부분은 말년에 '저니맨'처럼 여러 팀을 옮겨다녀야했다는 점과 전성기 시절 뛰어난 실력에도 '비호감' 이미지 때문에 팬들에게 대중적으로 사랑받지는 못했단 사실이다. 농구대잔치 시대 '끝판왕'에 가까웠던 대학 시절 포스에 비하면, 외국인 선수들이 버틴 프로무대에서는 서장훈도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뛰어난 기량에 비하여 개인기록 욕심이 많아서 감독이 다루기 어려운 선수였고, 개성 강한 다른 팀원들이 있을 때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현주엽, 주희정, 하승진, 문태영, 애런 헤인즈 등 많은 우수한 팀 동료들이 이적하거나 혹은 본인이 팀이 떠나게 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도 슈퍼스타로서는 아쉬운 대목이었다.

KBL에서 가장 '완벽한 커리어'를 이룩한 선수는 역시 올시즌 은퇴한 양동근(울산 현대모비스)일 것이다. 데뷔하자마자 신인왕을 따낸 것은 물론 챔피언결정전 우승 6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4회, 챔피언결정전 MVP 3회의 기록은 모두 역대 한국농구 최다 우승-수상 기록이다. 특히 양동근은 모비스 한 팀에서만 무려 17년을 뛰면서 665경기를 소화하며 팀의 모든 우승을 함께한 전무후무한 '원클럽맨'이라는 희소성도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12년만의 금메달에 기여하기도 했다. 모범적인 사생활과 자기관리로 선수생활 내내 경기외적인 어떤 구설수에도 오르내린 적 없는 바른생활 사나이의 표본이기도 했다.

양동근은 사실 재능 면에서는 이상민이나 김승현같이 화려한 플레이와 인기로 주목받았던 스타 가드들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누적 기록면에서는 1029경기 출전, 5381어시스트라는 사기적인 기록을 남긴 주희정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특유의 노력과 이타적인 마인드로 '전성기에만 빛난 스타플레이어'를 넘어 농구계를 대표하는 '리더이자 롤모델'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모든 한국 농구선수들의 귀감이라고 할만하다.

NBA에서 조던이나 코비가 지금까지도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은 단지 그들이 남긴 우승 횟수나 누적 기록이 전부는 아니다. 바로 '그들만의 스토리텔링과 농구철학'에 팬들을 감동시키는 매력이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후배 선수들이 그들의 농구를 계승하고 본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한국농구에서도 최고의 선수들이 남긴 업적을 조명하고 그들이 남긴 유산을 재평가하는 논의가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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