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한 장면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한 장면 ⓒ JTBC

 
JTBC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팬들 사이에서 '마라맛 드라마'로 통한다. 혀가 얼얼해지는 '마라탕'처럼 자극적인 드라마라는 의미다. 자극적인 설정과 장면들로 가득한 <부부의 세계>는 지난 4일 방송된 4회에서 최고 시청률 1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지선우(김희애 분)가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의 불륜에 복수하기 위해 움직이는 장면 하나하나 모두 인기를 끄는 '마라맛'의 핵심 요소다. 여기에 주변 인물의 이야기까지 더해져 드라마의 자극적인 양념에 한몫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그대로 재현한 드라마들

가정사랑병원 의사인 지선우의 환자로 나오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 민현서(심은우 분)가 대표적이다. 드라마는 민현서가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장면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민현서의 남자친구 박인규(이학주 분)는 첫 회부터 민현서를 힘으로 제압하고 강압적으로 행동했다.

이어 2화에서는 피투성이가 된 채 폭력을 당하는 민현서의 모습이 그대로 연출됐다. 민현서는 필사적으로 달아나려 하지만 이내 붙잡히고, 남성은 민현서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끌고 간다. 그를 내팽개치는 건 물론, 발로 걷어차며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여성은 이마가 찢어지는 등 큰 상해를 입는다. 6회까지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파격 편성을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연출은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한 장면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한 장면 ⓒ JTBC


이후 폭력 현장에서 민현서를 구해 온 지선우는 그에게 "그러다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 안 해봤냐"고 묻는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죽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데이트 폭력을 장면을 그대로 묘사한 셈이 된다.

사실 드라마에서 폭력 장면을 더욱 폭력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부부의 세계>뿐만이 아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하이에나>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1회에서 정금자(김혜수 분)의 과거를 풀어내는 방식은 상당히 직접적이고 자극적이었다. 극 중에서 정금자는 아버지로부터 가정 폭력, 아동 학대를 당하면서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금자가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장면은 여과 없이 방송됐다. 가정폭력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와 상담한 금자는 자신이 사라져야만 폭력의 굴레가 끝난다고 생각해,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지려고 하기도 한다. 결국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린 금자가 흉기를 이용해 스스로 상해를 입히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36조는 '방송은 과도한 폭력을 다루어서는 아니되며, 내용 전개상 불가피하게 폭력을 묘사할 때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부부의 세계>와 <하이에나> 역시 설정상, 해당 장면이 필요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두 드라마는 폭력을 최대한 자극적인 방향으로 연출한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방송 이후 SNS와 포털 사이트, 각종 커뮤니티 등지에서 시청하기 불편할 만큼 선정적이었다는 반응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부의 세계>에서 민현서가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설정 때문이라면, 꼭 그 폭력 신을 모두 묘사할 필요까진 없지 않았을까. 문 밖에서의 소리, 상황이 종료된 이후 멍 든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그 심각성을 표현할 수도 있었다. <하이에나>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나 <하이에나>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아니라, '15세 관람가'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부부의 세계>, 흉기 모자이크조차 없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방송은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선 안 된다. 내용 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나, 이 경우에도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 드라마에서 칼을 비롯한 흉기, 훼손된 시신 등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그러나 <부부의 세계>는 이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회 초반부에서 지선우는 남편의 외도를 깨닫고, 그를 가위로 찔러 쓰러지게 만든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피가 흐르는 가위는 모자이크 없이 있는 그대로 방송됐다. 모든 게 선우의 상상이었지만, 그럼에도 '과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에 등장하는 폭력적인 장면은,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등 피해자들에겐 '트리거'(트라우마를 재경험 하게 만드는 자극)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 자극적인 장면을 방송하기 전에 '트리거 워닝'을 활용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에서도 '트리거 워닝' 안내 자막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자막을 통해 해당 콘텐츠에 어떤 트리거 유발 요소가 포함돼 있는지 명시하는 것이다. 
 
 tvN <대탈출3>의 한 장면

tvN <대탈출3>의 한 장면 ⓒ tvN

 
트리거 주의 문구가 제시된다면 시청자들은 이를 알고 피하거나, 보더라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tvN 예능 프로그램 <대탈출>을 예로 들 수 있다. 여섯 명의 출연진이 폐쇄된 공간을 탈출하는 콘셉트의 <대탈출>은 '좀비', '사이비 종교', '악령'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그 과정에서 좀비, 귀신 등 무서운 연출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대탈출>은 해당 장면을 방송하기 직전에 "다소 무서운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니 어린이, 임산부 및 노약자는 시청을 주의해 주십시오"라는 안내 문구를 내보낸다. 드라마에서도 폭력 신 전에 이런 문구를 고지한다면 어떨까.

하지만 작품 내 트리거워닝도 결국은 임시방편의 한 방법일 뿐이다.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폭력 등을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보다 효과적이고 온건한 방법으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는 폭력을 방송에선 없는 셈 지워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폭력 장면을 보여주는 대신, 인물들의 대사 등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혹은 직접적으로 표현하되 주의 문구를 방송함으로서 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다. 시청률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부부의 세계>의 선택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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