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마비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한정된 공간에 모이는 일 자체가 터부시되고 있다. 문화 예술계 역시 그 예외는 될 수 없다. 많은 공연이 취소됐고, 얼마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참여한 발레리나와 배우 두 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공연 일정이 전면 중단되었으며 블루스퀘어 공연장 역시 통제되었다. 관객 8000명이 모니터링의 대상이 된 것은 물론이다. 이미 국립극단과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등 국·공립 공연장과 예술 단체들은 3월에 이어 4월의 공연들에 대한 연기 및 중단을 선언했다.

서울특별시는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위한 공연장 '잠시 멈춤' 및 감염예방수칙 엄수 협조요청 공문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우선적으로 휴관을 주문하는 한편 감염 예방 수칙을 엄수할 것을 요청했다. ▲입장 전 발열 ▲기침 인후염 등 증상 유무 및 최근 해외방문 여부 확인 ▲공연장 내 손소독제 비치 ▲공연 관람 중 관람객 대상 마스크 착용 독려 ▲공연 시 관객간, 객석 및 무대간 거리 2m 유지 ▲공연 전후 공연장 소독 실시 ▲공연 관람객 명단 작성 등이 그것이다. 이미 서울특별시는 공립 문화 시설의 휴관 조치에 나섰고, 공연강행으로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확진자와 접촉자들에 대한 진단과 치료, 방역 등 비용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 대부분의 수칙은 공연장에서 이행되고 있다.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열 감지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관객의 마스크 착용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관객 간 2m 거리 유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협소한 소극장의 구조를 감안하면 객석의 상당 부분 비우고 공연을 진행해야 하며, 출입할 수 있는 관객수에 대한 조정 역시 필요하다.

'공연을 진행한다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구상금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은 '협박'으로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극단 Y는 최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서울특별시의 공문은 매우 폭력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연예술인들의 입장에서 이들의 노동이자 직업인 공연을 멈추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감염 예방 수칙을 엄수하고자 노력했음에도 감염자가 발생한다면 이들에게 구상권이 청구되는데, 이 조치가 몹시 가혹하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다수 인원의 밀집이 문제라면 '커피숍'이나 음식점에는 이와 같은 기준이 왜 적용되지 않느냐며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극단 Y를 비롯한 공연계의 반발이 높아지자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대학로 공연장과 제작사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코로나19 재난, 최소한의 안전망 보장해야
 
'사회적 거리 두기'에 성역이란 없다. 무엇보다 중시되어야 할 것은 관객과 예술인의 건강일 것이다. '국민 보건'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그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공연을 전면 중단해야 형평성에 맞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수립되는 정책이 소극장, 영세한 예술인들에게만 압박으로 작용한다면 문제가 있다. '고통의 차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노동의 터전이 멈춘 예술인들을 위한 대책은 지금도 논의 중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지난 3월 27일, 코로나 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예술인, 문화예술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예술인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계약이 중단되거나 수입이 감소한 경우, 코로나19 피해 기간(2020년 1월 ~6월)의 사회보험료 80%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명시되어 있다. 프리랜서 예술인도 이 지원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한편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지난 4월 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예술인들은 어떤 지원 정책에서도 박탈당한 예술노동의 기회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긴급생활자금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도입된 현금성 지원정책인 '창작준비금'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예술인의 예술인 권리 보장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기도 했다(예술인 권리보장법은 블랙리스트 사태의 재발 방지 및 예술인의 경제적, 사회적 권리 보호를 위해 논의되었다. 2019년 4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예술인들은 그 어느때보다 불안한 시기에 놓여 있다. 이들은 어떻게 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 어떻게 최소한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가. '섬세한 국가'의 역할이 중시되는 시점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여덟. www.facebook.com/2hyunpa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