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3개월 이상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는 친구들을 '은둔형 외톨이(고립청년)'이라고 말한다. 이런 청년들이 국내에만 3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고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들은 이대로 방치해 두면 미래에는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최복희 PD)
 
자체 최고 시청률 5.6%를 기록한 < SBS 스페셜 > '은둔형 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최복희 PD의 말이다. 수년간 조현병, 히키코모리 등 사회적 고립에 관한 여러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온 최 PD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민국 청년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고립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 SBS 스페셜 > '2020 은둔형 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편

< SBS 스페셜 > '2020 은둔형 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편 ⓒ SBS

 
최 PD가 꼽은 우리사회 고립청년 현상의 원인은 뭘까. 그는 '끊임없는 경쟁체제와 입시제도'를 이유로 들었다. 최 PD는 "수많은 경쟁으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 청년들의 마음과 상처를 공감하고 이해해줘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청년들에 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최복희 PD는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와 같은 문제를 겪어왔으며 지금도 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의 히키코모리에서 건너온 말"이라며 "일본의 한 교수는 정부가 히키코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비용을 많이 들였음에도 실패했다고 말하더라, 우리도 늦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청년들이 겪는 사회적 고립 현상이 한국과 일본의 일만이 아니라는 것. 최 PD는 "히키코모리나 은둔형 외톨이 등 고립청년을 지칭하는 명칭만 없을 뿐 청년 노숙자나 또 다른 고립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인구들과 성공이나 부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지내려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 해결책은 있을까. 그는 정확한 실태 파악과 분석 그리고 체계적인 정책 고민이 없는 상태에서의 주먹구구식 대책 마련은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1:1면담 방문시스템을 유력한 해결방안으로 꼽았다. 최 PD는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본 사례들을 정밀하게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 달 31일 최 PD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간 관계상 일본 취재 분량이 많이 편집됐다"며 아쉬움을 내비친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처 방송에서 녹여내지 못한 뒷이야기들과 함께 고립청년 문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아래는 최복희 PD와 나눈 일문일답.

"고립청년 이해하는 시선 담고 싶었다"
 
-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함께 고립청년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겪는 고립문제와 양극화 현상을 이해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으로 '은둔형 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 편을 기획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오는 은둔형 외톨이란 (우리나라는) 3개월 이상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는 친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일본의 경우 6개월 이상 고립된 청년을 기준으로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런 청년들이 국내에만 3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고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들은 이대로 방치해 두면 미래에는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 고립청년 섭외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시사 프로그램인 < 궁금한 이야기 Y > 팀에서 오래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은둔형 외톨이에 관련한 제보를 많이 받아 왔다. 그러던 차에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고립청년을 둔 부모님들은 주변에 이런 사실을 그대로 알리기 꺼려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올해 고립청년 관련 부모 협회 그리고 K2인터내셔널에 도움을 받아 고립청년들을 섭외할 수 있었다."
  
 < SBS 스페셜 > '2020 은둔형 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편

< SBS 스페셜 > '2020 은둔형 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편 ⓒ SBS

 
- 고립청년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고립청년 부모님들의 도움이 있었다.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이번 촬영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아이들이 달라졌으면 하는 심정으로 도움을 주시기로 결심하신 거다. 낮에는 고립청년들이 활동을 잘 안 하기 때문에 그 점을 감안하여 카메라를 설치하고 관찰을 시작했다. 나중에는 의외로 쉽게 카메라나 저희 존재를 잘 받아들이더라."
 
- 프로그램 제작하면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고립청년들을 이해하는 시선을 담아내고 싶었다. 이 친구들이 문제가 많고 이상한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 한국 청년들 중 어느 누구나 고립청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너무 잘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보니 그만큼 사회에 실망하고 본인 자신에게 실망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서 고립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학창 시절에 공부를 아주 잘했던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때는 잘났던 친구들이 어느 순간 방향을 잃고 목적을 상실해버리면 고립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고립청년을 둔 가족들의 상황은 어떤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소통을 안 하거나, 소통을 하더라도 수용하는 경계까지만 하고 그 이상이 되면 부모와의 관계를 끊어버리더라. 이 시기가 길어지게 되면 부모 역시 고립형태가 되기도 한다. '내 자식이 고립청년이다'라는 말을 꺼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를 계속 숨기면서 고립되는 부모들도 생겨난다. 청년들만큼은 아니지만 부모도 충분히 고립될 수 있다는 말이다."
 
- 왜 유독 일본과 우리나라에 이런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일까?
"유럽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는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라는 단어만 없을 뿐이지 청년 노숙자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들에겐 성공이나 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있는 그대로 지내려고 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 대한민국 청년들이 고립을 택한 이유를 뭐라고 보나.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겠지만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 개인의 일탈, 잘못이라기보단 사회적 문제로 봐야한다. 한국 청년들이 고립을 택하는 요인 중 학창시절부터 시작된 입시제도나 대학 졸업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취업 경쟁 등이 큰 부분이다. 은둔형 외톨이가 왜 생기냐를 한 가지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 고립청년의 초기 진단법 또는 대처법 같은 게 있다면?
"알 수 없다. 이 친구들이 특별히 이상하거나 그런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의 히키코모리를 떠올리면 쓰레기 쌓아놓고 한 발짝 안 움직이는 그런 친구를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다. 사회적 고립 청년이라고 말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안 움직이는 게 아니다. 배고프면 편의점에 가기도 한다. 다만 어느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 중요 포인트다. 부모님들이 자신의 자녀를 세심하게 지켜봐야 한다."

- 방송 중 심리 상담가라고 느껴질 정도로 대화를 잘 이끌더라. 상담 노하우가 있는가?
"< 궁금한 이야기 Y >를 오래 하면서 조현병, 히키코모리 등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받으며 취재를 해왔다.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고립 청년들이 저희 질문에 의외로 대답을 잘해준다는 점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본인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했고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하는 입장이었을 뿐이다."
  
 < SBS 스페셜 > '2020 은둔형 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편

< SBS 스페셜 > '2020 은둔형 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편 ⓒ SBS

 
- 청년들의 고립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현재 정부에서 청년 일자리 관련해서는 지원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고립청년 의 수치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늘고 있다. 주먹구구식의 대책은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급선무다. 일본 같은 경우는 평균 고립 생활 기간이 12년 9개월이라고 한다. 히키코모리 역사가 30년이나 된 상황이다."

- 고립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국내 움직임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광주에서는 이미 지자체가 나서서 고립 청년을 위한 센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올해 말쯤에 센터가 건립된다. 하지만 방문시스템을 포함한 다각도의 지원 방안이 시급하다고 본다. 고립 청년들이 센터를 찾아오기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고민이 되는 측면이 있다."

- 고립청년의 실질적인 치료책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일본의 히키코모리 대책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이유는 줄어드는 히키코모리 수보다 새롭게 유입되는 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 고립청년들을 일단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일대일 방문 상담을 통해 사회에 복귀시켜야 한다.

초기에 비용을 들여 고립청년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결국 사회적 비용을 훨씬 더 들이는 최선책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일본에 비해서는 아직 초기 상태다. 초창기에 잡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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