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잉글리시 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잉글리시 게임> 포스터. ⓒ 넷플릭스

 
1878년 영국 랭커셔 지역의 작은 도시 다웬. 그곳의 유일한 섬유 공장에는 축구팀 다웬 FC가 있다. 그들은 노동자 계급으로서는 처음으로 FA컵 8강전에 올랐다. 최강의 상대인 올드 에토니언스 FC를 대적하고자 스코틀랜드 파틱에서 퍼거스 수터와 지미 러브를 데려온다. 특히 월등한 실력을 자랑했던 퍼거스는, 당시로서는 전례가 없던 유급 선수였다. 본래 석공이었던 퍼거스는 축구선수로만 일하며 돈을 벌었다. 

올드 에토니언스엔 잉글랜드 축구협회(FA) 회장을 포함해 이사진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중 단연 중심은 명문가 출신의 귀족이자 은행가 아서 키네어드였다. 그는 당대 최고의 축구 스타 플레이어이기도 했다. 그를 포함해 FA는 유급 선수를 용납할 수 없었다. 건전한 스포츠이자 신사 정신의 상징인 축구에 돈이 끼어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힘겨운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다웬 주민들에겐 축구가, 다웬 FC가 비할 데 없이 중요한 의미를 차지했다. 그들에겐 축구의 규정이든 정신이든, 프로페셔널이든 아마추어든 전혀 상관이 없었다. 피, 땀, 눈물의 축구 경기를 보며 열광하고 희열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풀면 되는 것이었다. 다웬 FC가 이기면 본인의 일처럼 함께 기뻐했다. 귀족들은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영국 전역에 이미 이와 같은 분위기가 퍼지고 있었다. 시대의 변화를 돌이킬 수 없었다. 그 한 가운데에 퍼거스 수터와 아서 키네어드가 있었다. 

축구 종구국 영국의 초기 축구 시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니 시리즈 <잉글리시 게임>은 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을 그린다. 실화와 실존인물들을 대다수로 구성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탄한 스토리와 인물들에 빠져들게 했다. 특히 축구팬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지식을 재밌게 흡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하겠다. 극을 이끄는, 현대 축구의 위대한 두 선구자는 극으로의 몰입을 한층 배가시킨다.   

현대 축구 최초의 프로선수 퍼거스 수터와 현대 축구 최초의 스타 플레이어 아서 키네어드가 그들인데, 스코틀랜드 글라스고 빈민가 출신 노동자와 당대 최고 명문가 출신 귀족을 두 축으로 놓은 건, 당대를 충분히 설명하며 현대 축구의 변화 과정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데도 큰 활약을 했지만 드라마 자체의 극적인 요소를 한층 배가시키는 데도 큰 활약을 했다. 

영국 최고의 드라마로 손꼽히는 <다운튼 애비>의 제작자이자 작가 줄리언 펠로스가 <잉글리시 게임>에서도 제작자와 작가로 나섰다. 역동적인 축구를 어떻게 진중한 드라마에 녹여냈을지 궁금했다. 축구팬과 드라마팬 모두에게 '성지'가 될 만한 자격이 있는 작품인지 직접 보고 판단하길 바라며, 개인적으론 양쪽 모두를 충분히 포용할 정도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들만의 스포츠에서 모두의 스포츠가 되기까지

현대 축구의 변화 과정이 <잉글리시 게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150여 년이 지난 지금에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개념이 명백히 나뉘어져 있지만, 초창기에는 오로지 아마추어였다. 1863년 영국 런던에서 10여 개 풋볼 클럽이 모여 세계 최초의 축구 규칙을 제정하며 현대 축구가 시작되었는데, 당연히 그 중심에 귀족이 있었다는 것이다. 

10여 년 후인 1871년 FA컵이 시작되고, 같은 해 창단된 아서 키네어드의 올드 에토니언스가 절대적 강호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들에게 축구는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필사즉생의 정신으로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었고 몸과 마음을 고양시키는 운동에 지나지 않았다. 고품격 동호회와 다름 없었다. 그들의 생각이 곧 축구를 대하는 모든 이들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축구는 그래야만 했다. 

한편, 노동자 계급의 다웬 FC가 준준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키며 잔잔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경쟁을 펼치며 그들만의 경기를 했던 축구가, '밖'으로 퍼진 것이다. 주체는 물론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지만, 객체에 불과했던 관객과 팬들이 또 다른 주체로 나서게 되었다. 자신을 투영해 열광하고, 돈을 내면서까지 관람하며,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웃고 울게 된다. 

구단주이자 감독들은 발빠르게 축구의 '산업화' 기회를 엿보았고 관객이자 팬의 니즈를 흡수하는 데 성공한다. 더 많은 관객팬들을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경기와 출충한 스타가 필요했고 그 역시 많은 돈을 주어서라도 데려오게 된 것이다. 비로소 축구는 '그들'만의 스포츠에서 '모두'의 스포츠가 되고 있었다. <잉글리시 게임>은 그 시작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대 축구 두 선구자의 성장

<잉글리시 게임>이 오로지 축구에 대한 이야기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만약 그러했다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었을 테다. 드라마엔 희노애락과 흥망성쇠가 두루두루 담겨 있다. 축구 이야기와 따로 또 같이 주요 인물들의 사랑과 우정,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환희와 좌절이 보여진다. 특히, 퍼거스 수터와 아서 키네어드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퍼거스는 가족을 부양하고자 어쩔 수 없이 모두를 배신하다시피 하며 다웬 FC의 최대 라이벌 블랙번으로 이적하는데, 보장된 아주 큰 돈의 이적료와 주급 덕분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를 데려간 구단주가 그가 사랑하는 여인이 낳아 홀로 힘겹게 기르는 아이의 아빠였다니.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데는 '노동자 계급'이라는 대의 아래 모두의 열광을 한 데 모으는 축구밖에 없다. 

한편, 아서는 축구에만 열광하며 아버지에게도 아내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 아버지에게는 명문 귀족이자 가장에게 그 따위 축구가 뭐냐 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이고, 아내에게는 자신에게는 사랑다운 사랑을 주지 않고 축구에서는 귀족임을 앞세워 노동자를 찍어누르는 비열한 모습으로 비웃음을 사기 일쑤였다. 그는 직접 노동자들의 처우를 살피고 축구에의 진실한 모습으로 본인의 성장과 영국 축구 전체의 성장을 지휘한다. 

퍼거스가 중심 중에서도 중심 인물인 건 당연겠지만, 그 못지 않은 중요 인물에 아서가 자리한 건 의외였다. 현대 축구 최초의 프로 선수인 퍼거스의 뒷 이야기가 재미와 의미를 두루두루 잡을 수 있겠다고 짐작할 수 있는 반면, 아서는 평면적 인물이라고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 다름 아닌 아서였다. 그는 귀족으로서의 선을 넘지 않으면서 최대한의 파격을 이끄는 인물로, 급박하게 변하는 당대 귀족과 축구의 위상과 규모를 보여주며 드라마의 흥미로운 진행까지 도맡아 했다. 드라마 안팎으로 가장 중심에 있으면서 가장 중요하기까지 하기에 눈여겨 보며 작품을 감상하면 좋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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