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켄드(The Weeknd)의 신보 < After Hours >

위켄드(The Weeknd)의 신보 < After Hours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팝스타 위켄드(The Weeknd)가 새 앨범 < After Hours >로 돌아왔다. < STARBOY > 이후 3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 After Hours >는 발매 이후 미국에서 40만장을 돌파했고, 빌보드 200 차트에 1위로 진입했다.

미겔(Miguel), 프랭크 오션(Frank Ocean)과 함께 '피비 알앤비'를 대표하는 3인방으로 분류되기도 했던 그는 지난 수년간 빌보드 차트에서 가장 큰 성취를 거둔 팝스타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안개가 가득 껴 있는 듯한 음울하고 몽환적인 사운드에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키는 팔세토의 목소리를 얹는다. 위켄드의 목소리는 섹슈얼한 긴장감을 조성하면서도 묘한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그 스타일은 다른 이들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위켄드는 이번 앨범을 두고 "팬들이 만나지 못 했을, 나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런 의지 때문일까. 앨범의 커버 이미지는 꽤 충격적이다. 피 칠갑이 되어 있는 위켄드의 얼굴에는 상처가 나 있고, 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다. 그는 뮤직비디오에서도 빨간 정장을 입고 괴기한 모습으로 임한다.

'After Hours'의 숏 필름 비디오는 이번 앨범의 메시지를 아주 잘 보여준다. 이 비디오는 위켄드가 실제로 출연했던 '지미 키멜 라이브쇼'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공연을 마친 직후 환하게 웃고 있던 위켄드의 표정은 점점 무섭게 일그진다. 무대 앞의 자아가 연극을 하고 있다면, 그 뒤의 자아는 따로 있는 것이다.
 
그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토드 필림스의 영화 <조커> 등 블랙 코미디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잔뜩 일그러진 위켄드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좋은 준거점이 된 셈이다. 위켄드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연인 벨라 하디드와 이별했고, 셀레나 고메즈와 다시 만났으나 역시 이별을 경험했다. 자신을 유명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 드레이크(Drake)와 의절을 한 적도 있었다. 여러모로 그를 지치게 만들 일이 많았을 것이다.
 
환락의 밤 끝엔 공허함 뿐

지금까지 위켄드가 다뤄 온 주제는 매우 확실했다. 믹스테이프 < Trilogy >부터 시작해서, 하룻밤의 인스턴트 사랑, 섹스와 마약에 대한 것이 그 주를 이뤘다. < Starboy > 앨범에서는 힙합에서 논하는 '자수성가'의 성취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에 위켄드가 들고 온 정서는 한없는 외로움이다. 'Heartless'에서도 섹스를 논하고 있지만, 이것은 'I Feel It Coming'처럼 낭만적이지도 않거니와, 화려한 슈퍼스타의 밤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드럼 앤 베이스(Drum' N Bass) 사운드가 가미된 'Hardest To Love'에서 끝나가는 관계를 이야기하다가, 이어지는 발라드 'Scared To Live'에서 연인을 떠나보낸 후의 마음을 노래한다.(이 노래는, 엘튼 존의 명곡 'Your Song'을 샘플링한 곡이기도 하다.) 위켄드의 현재 마음 상태를 미루어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는 어쩌면 시작하지 않는 게 맞았을지도 모르겠어"
- 'Scared To Live' 중


 
 위켄드(The Weeknd)는 이번 앨범에서 확실한 컨셉을 가지고 움직인다.

위켄드(The Weeknd)는 이번 앨범에서 확실한 컨셉을 가지고 움직인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에티오피아계 캐나다인인 에이벨 테스페이(Abel Tesfaye)는 굉장히 가난했다. 집이 없었던 적도 있다. 그때부터 에이벨은 캘리포니아를 꿈꿨다. 그는 데뷔 초, "캘리포니아가 내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에게 미국 팝신은 꿈이 이뤄지는 '라라랜드'와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소년은 위켄드(The Weeknd)가 되었다. 자신의 히트곡 제목처럼 'Starboy'가 되었으며, <포브스지>가 선정한 '가장 많은 돈을 번 가수'의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위켄드는 'Snowchild'에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 모든 것이 다 지겹고, 떠나고 싶다는 것이다. 옆집 건너 옆집에 슈퍼스타가 살고 있는 삶, 어딜 가나 파파라치들이 들끓는 오늘. 그에게 모든 것은 환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바로 이어지는 트랙의 제목도 'Escape From LA'다. 이것은 다분히 의도된 트랙 구성이다. 명성이 가져다 주는 피로를 고백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포스트 말론의 앨범 < Hollywood's Bleeding >이 떠오르기도 한다.
 
앨범의 중반부를 넘겨 위켄드는 신스팝 중심의 복고 사운드를 연달아 내세운다. 밤의 도로를 달리는 것 같은 'Blinding Lights'는 노골적으로 'A-ha'의 'Take On Me' 같은 명곡을 소환시킨다. 이어지는 'In Your Eyes' 역시 위켄드가 구현하고자 하는 정서를 충실히 재현한다. (Interlude)로 삽입된 'Repeat After Me'에서는 케빈 파커(테임 임팔라)의 섬세한 터치와 함께, 부유하는 남자의 감성이 완성된다. 'After Hours', 'Until I Bleed Out' 등 앨범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까지, 위켄드는 쓰러져 있는 자신을 일으키지 못 한다.
 
"내가 피를 흘릴 때까지, 내 꿈속에서 너를 잘라내고 싶어"
- 'Until I Bleed Out' 중
 

After Hours는 실로 매력적인 구성의 앨범이다. 위켄드 자신이 잘 소화할 수 있는 음악적 본령, 즉 안개가 가득 껴 있는 듯한 우울한 알앤비를 선보이면서도, 'STARBOY' 이후의 댄서블한 사운드가 존재한다. 그리고 거기에 광기어린 캐릭터를 담았다. 자신의 현주소를 유기성 있는 서사에 담았다는 점은 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위켄드의 공허함은, 무엇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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