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헤드-그들만의 전쟁> 포스터.

영화 <자헤드-그들만의 전쟁> 포스터. ⓒ 넷플릭스

 
20년 연출 경력의 샘 멘데스 감독은 지금까지 여덟 작품을 발표했다. 그 중 유일하게 국내에서 정식 개봉되지 않은 작품이 있다. 바로 2005년 <자헤드-그들만의 전쟁>(이하 <자헤드>)로, 샘 멘데스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보면 제이크 질렌할, 제이미 폭스, 피터 사스가드 등 출연자들도 화려하다. 걸프전 소재의 드라마가 중심이 되는 전쟁 이야기라는 점이 조금 생뚱맞기는 하나, 당시에도 이미 유명했던 샘 멘데스 감독이기에 충분히 기대작이었다. 한 번쯤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재미를 찾는다기보단 의미를 찾아 보려 한다. 

영화 <자헤드>는 전쟁 영화라기 보다 청춘영화에 가깝다. 전쟁을 들여다보려 하기보다 해병대의 실체를 들여다보려 하고, 그 때 청춘 군인들을 들여다보려 하기 때문이다. 왜 해병대에 지원하게 되었고 걸프전에선 어떤 일을 했는가. 실제 참전한 해병대 출신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군대와 군인과 걸프전의 사실적인 묘사와 진짜 내면을 엿볼 수 있을 테다. 

할 일 없어 해병대에 지원했지만...

스워포드는 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 해병대에 지원한다. 그는 곧 후회할 정도로 고생한 훈련소를 지나 자대에 배치받는다. 역시 녹록지 않은 생활, 군악대가 되려다가 크게 된통을 맞고 지난한 훈련 끝에 저격수로 발탁된다. 비로소 완연한 군인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 그때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며 걸프전이 시작된다. 스워포드가 속한 중대도 '본때를 보여 주고자' 참전한다. 

스워포드가 도착한 곳은 사막 한 가운데, 본때를 보여 주고자 왔지만 끝없는 훈련만 이어질 뿐이다. 두달쯤 지나서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부턴 권태와 고독을 이겨내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자친구를 의심하며 미쳐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또 본인의 잘못에서 시작된 후임의 실수로 큰 벌을 받고 강등까지 되자 후임을 죽이려드는 등 미쳐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그마치 6개월이 흐르자 그는 점점 미쳐간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을 때쯤, 지상군 투입작전인 '사막의 폭풍' 작전이 시작된다. 처음의 5천 명 병력은 어느새 60만 명에 육박해 있었다. 드디어 적을 쏴죽일 시간, 나를 보여 줄 시간이 온 것이다. 하늘에선 허구헌 날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최첨단 미사일이 준비되어 있지만, 그래도 전쟁의 승패는 지상군 최강인 자신들에 달렸다고 말이다. 그때 스워포드와 함께 중대 최고참 격인 트로이가 초를 친다. 현대전은 공습 10초면 모든 게 끝난다고, 지상군은 총 한 발 못 쏴볼 거라고. 어떻게 되는 걸까. 

존재증명과 인정투쟁

영화 <자헤드>는 걸프전에 참전한 해병대원들의 이야기이지만, 사회에서 할 일이 없어 군대에 들어와 참전까지 했지만 총 한 번 쏴보지 못하고 훈련만 받고 있는 '할 일 없는' 청춘 군인들의 이야기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할 일 없는 청춘들이겠다. 물론 전쟁에 내몰려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돌아오고 마는 청춘들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모습도 중요하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라는 존재 그 자체이다. 그 중요한 나는 증명해야 하고 인정받아야 하는 숙명에 처해 있다. 영화에서, 해병대에 온 대다수의 청춘들이 사회에선 스스로를 증명하는 데도 인정받는 데도 실패했다. 입대하고서 피나는 훈련을 받고 참전하며 비로소 존재를 증명할 수 있고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장 한 가운데에서 훈련만 할 뿐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대기만 할 뿐이다. 힘들고 긴장되고 죽음까지 불사할지언정, 전쟁에서 총 한 발 쏴보지 못하면 그게 말이 되느냔 말이다. 겁쟁이인지 전쟁기계인지, 적과 대치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냔 말이다. 드디어 지상군 투입작전으로 적과 조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그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그마저도 수포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 어떻게 존재를 증명하고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으로, 내가 나로 거듭날 때가 오긴 할까. 

마침내 시작된 나의 전쟁, 4일 4시간 1분뿐이었다

영화는 화끈한 액션이나 철학적 메시지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 메시지를 던지기 하지만 대단히 인상적이지는 못하며, 무엇보다 영화가 지루하기 짝이 없다. 던지는 메시지 자체가 지루한 청춘들의 못다 이룬 존재 증명과 인정투쟁이 아닌가. 즉, 전쟁이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흥미로운 다른 많은 소재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샘 멘데스 감독도 많이 아쉬웠는지, 15여 년이 지난 후 < 1917 >로 완벽하게 돌아온 바 있다. 일개 개인의 확실하고도 위대한 존재증명으로 말이다. 

<자헤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단 두 마디로 압축할 명대사가 있다. 영화가 절반도 한참 지난 후에 비로소 전쟁 영화다운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와중에 스워포드는 사방에 포탄이 터지는 한 가운데에 서서 "마침내 나의 전쟁이 시작되었다"라고 말한다. 오래지 않아 고작 4일이 지났을 무렵 저격수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채 귀대했을 때 전쟁이 끝나 버리곤 "4일 4시간 1분이 나의 전쟁이었다"라고 말한다. 

생각해 본다. 나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는가, 또 증명받고 있는가. 일터에서? 집에서? 만남에서? 온라인에서? 영화를 보며? 책을 읽으며? 글을 쓰며? 대화를 나누며? 운동을 하며? 산책을 하며? 중요한 건, 존재증명이라는 거창한 말보다 나를 챙긴다는 소박한 말로 인지하여 다방면에 조금씩 걸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한 가지에 매몰되어 올인하면, 이후를 기약하기가 힘들지 않겠는가. 

이건 개인에게 중요한 것일 테고, 그만큼 중요한 건 사회가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일 테다. 사회가 개인을 품기 위해서는 개인을 위해 해주어야 할 게 많다. 다만, 개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허투루된 장에 내몰려선 안 되겠다. 그 끝은 비극적일 게 분명하다. 그들만의 전쟁을 치르지 않게, 제대로된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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