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구상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베 총리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구상에 관해 바흐 위원장과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24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구상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베 총리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구상에 관해 바흐 위원장과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24일 밝혔다. ⓒ 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해 7월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을 결국 연기한다고 24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올림픽이 취소가 아니라 연기되는 건 근대 올림픽 124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하계올림픽의 경우, 1916년 베를린대회, 1940년 도쿄대회, 1944년 런던대회 등이 전쟁으로 완전 취소됐던 전례가 있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처럼 전염병으로 문제가 되거나, 일시 연기되는 경우는 최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전화회담을 통해 도쿄올림픽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약 1년 정도 연기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IOC는 긴급 집행위원회를 거쳐 공식 성명을 내고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2020년 이후로 날짜를 변경해야 하며 늦어도 2021년 여름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2021년에 열리더라도 대회 명칭은 그대로 '2020 도쿄올림픽'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정확한 개최일은 추후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한주 전만 해도 올림픽 정상 강행 의지를 고집했던 일본과 IOC의 입장이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데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방사능 사태부터 코로나 대응까지 개최국으로서의 안전관리 미흡과 투명성에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호주-뉴질랜드 올림픽위원회가 잇달아 IOC에 올림픽 연기를 공식 요청하며 대회 보이콧 가능성까지 내비치는가 하면, 미국 육상과 수영연맹,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까지 나서서 연기를 주장했다. 자국인 일본 내에서도 올림픽 정상 개최에 대한 반대여론이 더 우세할 정도였다.

일본이 울며겨자먹기로 올림픽 연기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한동안 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림픽이 1년 이상 늦춰질 경우 대회 조직위 운영을 비롯하여 각종 시설 관리와 인건비, 중계권과 스폰서 계약 등 대회준비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NHK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려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될 경우, 경제 손실이 약 7조 원(6400억 엔) 이상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다만 올림픽이 취소되었을 경우 그보다 몇 배나 더 많은 37조 원(3조2000억 엔) 이상의 피해를 전망하는 분석도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그나마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것만도 다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출전연령 제한 남자축구 '비상'

올림픽 연기는 한국스포츠에도 적지 않은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했거나 예선을 치르고 있는 종목들, 대회 개막 예정이었던 올해 7월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던 선수들은 4년을 기다려 온 올림픽이 미뤄졌다는 사실이 허탈할 수밖에 없다.

올림픽 연기 소식이 알려지면서 특히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종목은 남자축구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올해 1월 태국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역대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도쿄행 본선 티켓을 품에 안았다. 세계 최초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기록이기도 했다.

올림픽 축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와일드카드(3장)을 제외하고 23세 이하 선수들로 출전연령 제한이 있다. 그런데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올해 올림픽 출전을 기대했던 연령대의 선수들, 특히 23세 이하 마지노선에 해당되는 원두재, 이동준, 이동경, 강윤성, 송범근 등 1997년생 선수들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들은 모두 김학범호의 핵심 전력들이다.

특수한 상황 때문에 올림픽이 연기된 만큼 이번 대회에 한정하여 올림픽 연령제한을 24세까지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만일 이 선수들이 올림픽 연령제한에 걸려 출전이 불발된다면 2012년 런던 대회 동메달 이상의 성적에 도전하던 김학범호로서는 큰 타격임이 분명하다.  

반면,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상황이 좀 다르다. 현재 KBO리그가 코로나 사태로 개막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실전감각 저하에 따른 부담이 있었지만 이를 다소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장기적으로 세대교체를 꾸준히 추진해나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얻었다. 특히 어느덧 30대를 넘긴 양현종, 김광현, 류현진같은 에이스들의 계보를 이을 국제용 선발투수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12년 만의 본선진출에 성공한 여자농구 대표팀은 현재 후임 감독이 공석인 가운데 여성 지도자인 전주원과 정선민 코치가 최종 후보로 압축된 상황이다. 올림픽 구기종목 사상 여성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것은 최초다. 다만 전주원과 정선민 모두 감독경력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누가 감독이 되든 자칫 올림픽이 사령탑 데뷔무대가 될 수 있었던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1년 정도 경험을 쌓고 팀을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은 차라리 다행스럽다. 

도쿄올림픽에서 마지막 도전을 기대했던 30대 이상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대회 연기는 민감한 게 사실이다.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도전하던 '배구여제' 김연경을 비롯, 올림픽 최다메달 기록 경신에 도전하던 '사격황제' 진종오, 올림픽 2연패를 노렸던 골프의 박인비 등이 내년까지 최고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예선을 거쳐 올림픽 출전권을 이미 획득한 단체종목과 달리, 세계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참가 자격을 부여하는 개인종목들의 경우, 1년 연기되면 랭킹 포인트가 달라져 있어서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은퇴나 노쇠화 때문에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 도전으로 여겼던 노장급 선수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 연기 현실화, 대응방안 제시해야

한국스포츠계도 올림픽 연기가 현실화되면서 달라진 대응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선수촌 운용, 훈련 일정 등 올림픽을 대비한 플랜을 새롭게 수정해야 한다. 물론 올림픽을 1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선수들에게 힘든 일임은 분명하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일부 종목에는 재정비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팬들의 경우, 국내외 프로스포츠와 국제 대회 등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중단돼 스포츠 금단현상에 시달릴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보다 중요한 것은 인명의 안전이다. 한국 스포츠계가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보답하는 길은, 이런 인내의 시간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더 성숙하게 도약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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