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UFC 미들급 챔피언 '더 라스트 스타일벤더(The Last Stylebender)' 이스라엘 아데산야(30·나이지리아)가 MMA 19연승 및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했다. 8일(한국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서 있었던 UFC 248 메인이벤트에서 도전자 '신의 병사' 요엘 로메로(42·쿠바)를 5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으로 제압했다.

일단 이날 승리는 아데산야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 챔피언 '저승사자(The Reaper)' 로버트 휘태커(29·호주)에 이어 체급 내에서 괴물로 불리던 로메로마저 꺾으면서 자신의 활약 이전 미들급을 이끌던 '양강라인'을 무너뜨렸기 때문.

강력한 다음 도전자 후보 파울로 '엔리케' 코스타(28·브라질)의 도전마저 뿌리칠 경우 그의 롱런이 예상되고 있다. 아데산야 이전 타격가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투신(鬪神)' 앤더슨 실바의 전설을 이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긴팔다리를 활용한 타격기, 유연한 몸놀림, 경이로운 반사신경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두 사람은 닮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아데산야는 로메로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지난달 22일 뉴질랜드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도전자 로메로를 향해 "쌍둥이 빌딩처럼 와르르 무너뜨려버릴 것이다"고 말했다. 호기롭게 내뱉은 말이었으나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인해 파장은 컸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아픈 기억 중 하나인 9·11 사태를 비유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발언직후 비난여론이 거셌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아데산야 역시 곧바로 사과했다. 그런 가운데 코스타는 "그는 9.11 희생자들과 소방관, 경찰 등을 농담거리로 삼았다"라고 아데산야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9.11자체보다는 아데산야의 실언을 틈타 장외전쟁에서 한 수 누르려 한 것이다. 어쨌든 같은 독설이라도 아데산야 쪽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9.11을 들먹이면서까지 투지를 끓어 올렸던 것과 달리 실제 경기 내용은 기대에 못미쳤다. 화력이 강한 선수간 충돌답지 않게 서로가 서로를 지나치게 경계해 5라운드 내내 지루한 경기가 계속됐다. 승리는 그나마 정타횟수에서 앞선 아데산야가 가져갔으나 소극적 경기 내용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UFC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

UFC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 ⓒ UFC

 
전성기 들어선 챔피언, 미들급 독주체제 기대
 
물론 그러한 경기가 펼쳐지게 된 데에는 로메로의 책임이 더 컸다. 도전자는 말 그대로 도전자다. 점수에서 엇비슷할 경우 챔피언에게 어드밴티지가 가는 경우가 많은지라 도전자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할 필요가 있다. 로메로는 달랐다. 최대한 선제공격을 자제한 채 공격자체를 아끼고 카운터를 노렸다.

무시무시한 타격파워를 가진 로메로가 대놓고 카운터만 노리자 아데산야 역시 무리해서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거리를 두고 포인트 싸움만 펼쳤다. 점수에서 밀릴 공산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로메로는 5라운드까지도 파이팅 스타일을 바꾸지 않은 채 경기를 마쳤다. 많은 나이로 인해 체력안배를 염두에 두었다는 점을 감안한다해도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아데산야는 실바의 뒤를 잇고 있는 강력한 정상급 흑인 스트라이커다. 마르고 큰 키, 춤을 추듯 유연하고 현란한 타격스킬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닮았다. 실바가 그랬듯 신장, 리치의 장점을 살린 유연하고 탄력적인 타격이 주특기다. 토탈 스트라이커답게 펀치와 킥은 물론 팔꿈치, 무릎 등 가동 가능한 신체 전부위를 고르게 사용하며 전천후로 상대를 폭격한다.

메이저 입식격투기 단체 글로리에서 토너먼트 챔피언을 차지한 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종합무대에 오기 전 이미 한 분야의 정점을 찍은 정상급 킥복서였다. 한창인 나이대를 감안했을 때 타격 능력 하나만큼은 검증할 필요가 없었다. '그라운드가 존재하고 있는 종합무대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느냐'만이 변수였다.

결과적으로 아데산야는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미들급 최강자로서 포효하고 있다. 커리어 초반에는 테이크다운 디펜스 및 그라운드 포지션 게임에서 어려움을 노출하기도 했으나 경기를 치를수록 발전을 거듭한 끝에 이제는 약점이 아닌 것이 됐다. 

어지간한 그래플러라고 해도 아데산야를 테이크다운 시키기 매우 힘들다. 설사 그를 옥타곤 바닥으로 끌고 갔다 해도, 최근 적극적인 하위 움직임에 더해 트라이앵글초크 등 서브미션까지 시도하는 등 그래플링 실력도 진화 중이라 쉽지 않다. 또 워낙 풋워크가 좋은지라 좀처럼 테이크다운 거리를 허용하지도 않거니와 특유의 중심 이동과 밸런스로 어지간한 그립 정도는 요령껏 뜯어내거나 몸 전체로 뿌리쳐버린다.

무시무시한 카운터를 장착하고 있어 테이크다운 타이밍을 잡기도 쉽지 않다. 옥타곤 데뷔전 당시 아데산야는 그라운드 압박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라운드 압박은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과정과 같다. 단련할수록 나는 강해진다"고 밝힌 바 있다. 아데산야의 파이터로서 멘탈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천재성에 더해 성실함까지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래저래 그는 까다로운 밸런스 타격가로 완성되어가고 있다. 한창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롱런챔피언 및 체급 내 새로운 전설로서의 행보도 기대된다. 아데산야의 최대 장점은 놀라울 정도의 유연성이다. 안면 쪽으로 들어오는 펀치를 간발의 차이로 부드럽게 피하는 것은 물론 킥 공격까지 허리를 젖혀 흘려낼 정도다.

허리를 젖힌 상태에서 원자세로 돌아오는 움직임도 빠르고 자연스러우며, 다소 어정쩡한 자세나 밸런스가 무너진 듯한 동작 이후에도 매서운 타격을 날리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상대 입장에서 아데산야의 타격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언급한 대로 휘태커, 로메로의 양강체제를 무너뜨린 아데산야는 이제 본격적으로 롱런챔피언으로서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그 역시 단순한 챔피언이 아닌 앤더슨 실바, 조르주 생 피에르, 존 존스처럼 독주체제를 굳히는 그런 레전드로 기억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한술 더 떠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스와의 슈퍼파이트도 자신 있다"고 말하며 많은 이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데산야는 데스노트, 나루토 등 일본 활극만화 마니아다. 경기장 밖에서는 물론 옥타곤 내에서도 만화와 관련된 퍼포먼스를 종종 선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그는 나루토의 주인공 우즈마키 나루토를 가장 존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데산야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본만화 주인공들처럼 거침없는 진격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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