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녕 베일리>의 한 장면

영화 <안녕 베일리>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반려견 '베일리'. 나이가 든 탓에 이든(데니스 퀘이드)과 늘 즐겨오던 익숙한 놀이마저도 어느덧 버겁게 다가온다. 이든은 늙고 지쳐가는 베일리가 안쓰러웠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든은 베일리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다음 생애엔 자신의 손녀 씨제이(캐서린 프레스콧)의 곁을 지켜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이든의 간절함이 베일리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일까. 다른 견종, 다른 성별로 다시 태어난 베일리는 '몰리'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누군가의 입양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익숙한 냄새와 소리가 몰리의 감각기관을 자극해온다. 주변을 부지런히 살피던 몰리, 놀랍게도 씨제이였다. 베일리와 씨제이의 인연은 이렇게 다시 이어진다.

영화 <안녕 베일리>는 환생을 거듭하며 이든의 손녀 씨제이의 곁을 지키는 충견 베일리에 대한 이야기다. 환생할 때마다 견종과 성별이 바뀌며 겉모습이 달라지지만 베일리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개들은 한결같이 씨제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작품은 W. 브루스 카메론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며, 2018년 개봉한 <베일리 어게인>의 속편이다.

조부모(이든과 한나)와 함께 생활하던 씨제이는 엄마 글로리아(베티 길핀)의 손에 이끌려 집을 떠난다. 하지만 글로리아는 너무 이른 나이에 싱글맘이 된 탓인지 어린 씨제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 했다. 매일 술에 절어 지내며 밤늦은 시각에 귀가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씨제이, 다행히 그녀 곁엔 베일리로부터 환생한 몰리가 있었다. 몰리는 씨제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밀착 보호한다.
 
 영화 <안녕 베일리>의 한 장면

영화 <안녕 베일리>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어느덧 성인으로 성장한 씨제이. 뉴욕에 머물며 싱어송라이터를 꿈꾼다. 엄마 곁을 떠나 독립적인 삶을 시작하지만, 그녀의 주변을 둘러싼 크고 작은 문제들은 여전히 씨제이의 발목을 붙잡는다.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어릴 적 단짝친구 트렌트(헨리). 그는 무대에 오르고 싶어 하면서도 스스로를 극복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씨제이의 성장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씨제이는 무대울렁증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까?

영화는 베일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베일리의 목소리 연기는 전편처럼 조시 게드가 맡았다. 그는 반려견의 극적인 감정 변화를 완벽히 의인화한다. 반려동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 세계는 어떨까. 복잡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베일리의 소임은 오직 하나, 바로 씨제이를 지키는 일이었다. 환생을 거듭하는 베일리의 이야기는 씨제이의 성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씨제이가 성장해가는 과정에 베일리의 여정을 함께 담아낸다.

인간의 수명에 비해 반려동물의 그것은 지나치게 짧다. 비대칭이다. 가족처럼 함께 지내던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반려동물이 죽은 뒤 경험하게 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인 '펫로스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근래 적지 않다. 때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김새와 성격이 유사한 반려동물을 입양하여 동일한 이름으로 키우기도 한다.

반려동물 환생이라는 판타지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 의해 탄생한 듯하다. 이 영화는 사람보다 반드시 먼저 죽을 수밖에 없는 반려동물의 물리적 한계를 환생이라는 판타지로 극복, 반려동물의 죽음을 단순히 슬픔이나 상실감이 아닌 연속된 생애로 승화시킨다. 실제로 갓난 씨제이가 성장하여 결혼하고 다시 애를 낳기까지 한 세대를 거쳐 오는 동안 베일리는 무려 네 차례나 환생을 거듭한다.
 
 영화 <안녕 베일리>의 한 장면

영화 <안녕 베일리>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각기 다른 견종인 이들 개는 극중 저마다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대형견부터 소형견까지 그 크기도 무척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씨제이를 향한 '빅독'의 애처로운 표정과 눈빛은 너무도 강렬하여 쉽게 잊힐 것 같지가 않다. 상황에 따라 재치 있는 행동과 표정을 연출한 견공들의 수고로움이 읽히는 대목이다.

극중 씨제이의 단짝으로 출연하여 두 사람의 관계를 우정에서 사랑으로 발전시키는 장본인 트렌트. 그를 연기한 배우는 다름 아닌 가수 헨리다. 영화 <안녕 베일리>는 연기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헨리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 시대다.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한 뒤, 또 다시 주인의 행복을 위해 환생하는 베일리. 그 우직함은 모든 이들에게 뭉클함을 선사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 <안녕 베일리>는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반려동물의 한결같은 성정을 통해 외로움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을 따스하게 위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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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신뢰하지 마라, 죽은 과거는 묻어버려라, 그리고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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