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프로 스포츠에서 캐릭터는 중요한 요소다. 기량 이상으로 상품성이 좋아 많은 돈과 인기를 누리는 선수가 있는 반면 실력은 충분한데 색깔이 약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경향은 자기 홍보가 필수처럼 되어가고 있는 SNS시대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예전처럼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기 전에 본인이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 스스로를 홍보할 필요성이 많아졌다.

이는 격투 스포츠 또한 마찬가지다. 마니아성이 짙은 스포츠이다보니 자신을 기억시키기 위해 너도나도 별명을 만들어내고 SNS 등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악동 콘셉트를 표방하는 선수들의 경우 이른바 욕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 좀 더 자극적이고 과감하게 의견을 내기 일쑤다.

UFC 소속 파이터 중에서는 상대의 자존심은 물론 가족과 지인들까지 건드리며 종종 문제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단 팬들의 관심을 끌어야 주최측에서도 좋은 대진을 잡아주고 이는 곧 돈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무리수도 개의치 않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악동 캐릭터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신체, 경제적으로 피해를 끼친 사회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악동 캐릭터는 그동안 쌓아온(?) 것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선수니까' 하는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보통 선수같으면 악플 세례를 받을 것도, 사고뭉치 이미지가 축적된 악동캐릭터는 어지간해서는 무심하게 흘러가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심각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조금 다르다. 불특정 다수가 큰 피해를 입거나 입었던 사안을 잘못 건드릴 경우 아무리 그들이라 해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넘지 말아야 될 선'을 넘게 되면 누구라도 여론의 폭격을 피할 수 없다. 
 
 로드FC 간판 파이터 권아솔

로드FC 간판 파이터 권아솔 ⓒ 로드FC

 
코로나19와 종교에 대한 신념, 좀더 신중했어야
 
UFC 미들급 챔피언 '더 라스트 스타일벤더(The Last Stylebender)' 이스라엘 아데산야(30·나이지리아) 또한 최근 선을 넘는 말 실수 한 번으로 화들짝 놀라야만 했다. 아데산야는 지난달 22일 뉴질랜드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도전자 '신의 병사' 요엘 로메로(43·쿠바)를 향해 "쌍둥이 빌딩처럼 와르르 무너뜨려버릴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곧 문제가 됐다. 파이터로서 호기로운 말은 좋았으나 하필 비유가 잘못됐다. 아데산야의 말은 9·11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9.11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한다면 내뱉어서는 안될 말이었다.

논란이 계속된 가운데 파울로 코스타는 "그는 9.11 희생자들과 소방관, 경찰 등을 농담거리로 삼았다"고 꼬집었다. 아데산야 역시 사안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실수를 인정했지만 여전히 비난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한번의 말실수로 넘기기에는 발언이 가지고 있던 책임감의 무게가 너무 컸다.

그런 점에서 로드FC 소속 파이터 권아솔(34)의 최근 SNS 발언 역시 아쉽기 그지없다. 권아솔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격투계 최고의 이슈메이커다. '로드FC는 몰라도, 권아솔은 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상당한 이름값을 자랑한다. 격투기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팬들도 권아솔 이름 석자는 들어봤을 정도다.

단순한 유명세만 따지면 UFC에서 활약 중인 '코리안 좀비' 정찬성, '스턴건' 김동현 못지않다. 아이러니하게도 권아솔이 유명하게된 것은 실력 때문이 아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파이터로서 활동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량 자체도 나쁘지 않지만 그보다는 '입'을 통해서 인지도가 올라간 케이스로 보는 게 맞다.

권아솔은 최근 들어 캐릭터가 조금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혜를 받고 시작했던 '100만불 토너먼트' 결승에서 타잔 만수르 바르나위(28·프랑스)에게 완패를 당한데 이어 최근 경기에서는 '다게스탄의 사자' 샤밀 자브로프(35·러시아)의 벽 또한 넘지 못했다.

'악명 높은(Notorious)' 코너 맥그리거(32·아일랜드)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무리 상품성이 좋아도 성적이 받쳐주지 못하면 제대로 효과를 누릴 수 없다. 맥그리거는 최강자는 아니지만 상위권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반면 권아솔은 자신이 그토록 도발했던 만수르, 자브로프 등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스스로 가치를 하락시키고만 상태다. 쿠메 타카스케, 사사키 신지 등을 꺾으며 승승장구하던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팬들이 원하는 악동캐릭터는 떠벌인 만큼 결과로 보여주는 유형이다. 속칭 입만 살아있는 선수는 금세 주가가 떨어진다.

사실 권아솔은 '악동 콘셉트를 쓰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굿가이다'는 평가가 많았다. 경기장 밖에서 팬을 대하는 태도, 안팎의 평판 등이 좋은 편이었다. 더불어 로드FC에서 유독 '오버하는 악동 캐릭터'가 된 데에는 단체의 홍보를 위함이 컸다. 이른바 총대를 메고 자신이 욕을 먹으면 먹을수록 로드FC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그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에 대해서는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다름아닌 현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타까운 이슈인 코로나19 사태와 종교 활동 등 가장 예민한 문제를 여과 없이 언급했기 때문. 
 
 2일 권아솔이 최근 코로나19사태와 종교활동에 대해 자신의 SNS에 올린 내용

2일 권아솔이 최근 코로나19사태와 종교활동에 대해 자신의 SNS에 올린 내용 ⓒ 권아솔 페이스북

 
신실한 신자로 알려져 있는 권아솔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이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고 찬양하고 경외하는 것이 진정한 예배가 아닌가"라는 말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부 교회에서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집단 활동을 자제해달라는 정부 권유와는 반대되는 입장인 것이다.

더불어 "사람들의 박해가 무서운가? 언론의 박해가 무서운가? 로마시대 초대교회 당시 예수님을 믿는 것이 금기시되고 사형에 처했던 당시 상황보다 덜하면 덜했지 더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뭐가 무서워서 예배를 드리지 않는 것인가. 이것은 하나님의 시험이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여러 얘기를 적었는데, 결론은 어려운 시국일수록 주변 상황에 굴하지 말고 함께 모여 예배를 하고 힘을 합치자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권아솔은 "동성애 같은 혐오적 단어들이 이제는 소수의 인권이라고 둔갑하여 우리 안에 들어왔다"라고 동성애 비하 발언까지 덧붙였다. 

해당 글을 읽은 대부분의 이들은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종교우선주의만 주장하는 것 같다. 일단은 코로나19 확산을 최대한 막는게 무엇보다도 우선이다"라고 비판했다. 

물론 권아솔을 비롯해 종교인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종교를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는 가치관이나 상황을 보는 시야에서도 많은 차이가 난다. 어느 한쪽의 옳고 그름을 떠나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에 자신의 종교 신념을 들고 나와 평소의 악동콘셉트로 SNS에 글을 올린 것은 다소 성급했다는 의견이 많다. 

이번 권아솔의 발언은 무게의 추가 어느 한쪽으로 쏠릴지언정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사실이다. 서로간 입장 차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 중에는 비종교인도 많음을 권아솔은 잊지 말아야한다. 지금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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