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민 코치는 “배구를 배우는 장소가 있으려면 뒤에 구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지원받는 돈을 ‘소진’하느냐 ‘투자’하느냐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하경민 코치는 “배구를 배우는 장소가 있으려면 뒤에 구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지원받는 돈을 ‘소진’하느냐 ‘투자’하느냐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 현대캐피탈


한 스포츠의 흥행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는 '좋은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가'다. 리그로 범위를 좁혀 들어가면 이 명제는 더더욱 확실해진다. 경기력이 좋은 선수들의 숫자가 곧 그 리그의 흥행을 좌우한다.

올해 15주년을 맞는 V리그는 확실한 겨울 스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냉정하게 배구 인프라에 대한 현실을 돌아보면 '거의 없다'라고 할 수 있다. 배울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고, 유소년들이나 일반인들이 마음 편하게 배구를 할 수 있는 체육관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KOVO는 2012년도부터 배구 저변 확대를 위해 구단 연고지 학교에 방과 후 유소년 배구교실을, 2017년부터는 구단 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유소년 배구클럽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최근에 시행하기 시작한 유소년 배구클럽의 경우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아이들이 배구를 배우는 것에 대해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유소년 클럽 배구대회'가 생겼고, 비교적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이 지도를 맡으면서 구단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유소년 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지난달 21일 전화를 통해 들은 허경민 현대캐피탈 유소년 클럽 코치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현대캐피탈은 가장 먼저 유소년 클럽을 시작한 구단이다. 현재 세 명의 강사와 한 명의 운영진이 180여 명의 수강생을 초등부(8클래스), 중등부(3클래스), 여자부(2클래스) 그리고 혼성부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많은 클래스를 주말에 진행하다 보니 하루 시간표가 빽빽하게 차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요청들에 따라 주말뿐만 아니라 주중반으로 늘려 보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소년 클럽에 들어오게 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어린 초등학교 저학년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이 데리고 오고,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들은 본인이 스스로 오거나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오기도 한다.

하경민 코치는 "경기장에서 봤던 것을 내가 나와서 해볼 수 있는 것"을 유소년 클럽 수업의 의의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최대한 재미있게 배구를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유소년 클럽의 특징은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적지 않은 클래스가 1년 365일 끊김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준별, 학년별로 반을 나눠놓고 각자의 레벨에 맞게 체계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기존에 있던 학생들이 실력이 늘어 다른 클래스를 들어도 수업 진행을 매끄럽게 할 수 있다.

하경민 코치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그냥 멋모르고 하다가 높은 반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에 어떻게 하면 올라갈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라고 분위기를 전하며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은 배구 기술 하나를 2주 정도로 잡고 다른 기술과 로테이션시키며 진행된다. 이렇게 할 경우 운동 신경이 평범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6개월 정도 가르치면 각 기술의 기본 동작은 다 할 수 있게 된다. 각각의 배구 동작을 세부적으로 조각조각 나눠서 한 동작을 하고 나면 그 다음 동작을 배우고, 각각의 동작들을 이어 붙이는 식으로 연습을 시킨다.
 
 하 코치는 “아이들이 시합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는다”는 말로 대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 코치는 “아이들이 시합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는다”는 말로 대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현대캐피탈


유소년 클럽의 수업은 단순히 취미로 배구를 배우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유소년 클럽에서 시작해 엘리트로 전향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현대캐피탈에서는 쌍용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태욱 학생이 대표적이다. 현대캐피탈 유소년 클럽에서 취미로 배구를 시작했다가 배구를 계속하고 싶어서 배구부가 있는 쌍용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중학교 1학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신장이 또래보다 월등히 크다. 하 코치는 김태욱 학생이 성격이 아주 좋고, 배구에 대한 습득력 또한 높다고 말하면서 "좀 알려주고 2-3주 지나니까 오픈 공을 타이밍에 맞춰서 때리더라"라고 장차 좋은 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이러한 유소년 클럽이 조금 더 뿌리를 내리고 발전하려면 구단의 투자가 절대적이다. 하경민 코치는 "좀 더 많은 아이들이 배우러 오려면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장소가 있으려면 뒤에 구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지원받는 돈을 '소진'하느냐 '투자'하느냐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유소년 클럽 교실의 구조상 수익은 날 수 없는 구조이고, 풀을 넓히려면 오히려 구단이 돈을 '투자'해야 한다. 하 코치는 "구단에서 투자 개념으로 보고 한 명이라도 더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풀을 만들어줘야 (좋은 선수가 나올) 가능성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유소년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많아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 코치는 "시합을 하면서 아이들 실력이 가장 많이 는다"는 말로 대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이들이 이 연습을 왜 하나 싶다가도 시합을 하면서 '이래서 이 연습이 필요한 거야'라고 하면 빨리 이해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거창한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3-4개월에 한 번씩 구단끼리 이벤트성 대회를 만들어줘도 좋을 것 같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아이들로 하여금 배구를 했을 때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 그 작은 물결이 나비 효과가 되어 커다란 배구 인프라를 만든다.

아이들로 하여금 배구를 했을 때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 그 작은 물결이 나비 효과가 되어 커다란 배구 인프라를 만든다. ⓒ 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의 홈경기장 옆에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배구공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스카이돔이라는 외부 시설이 있다. 스카이돔의 바닥은 푹신푹신한 재질로 되어 있고, 안에는 공을 넘길 수 있도록 미니 네트가 쳐져 있어서 아이들이 경기를 보다가도 중간중간 나가서 재미있게 놀 수 있다. 

아이들로 하여금 배구를 했을 때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 그 작은 물결이 나비 효과가 되어 커다란 배구 인프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유소년 배구클럽'이라는 각 구단의 숨은 노력이 장차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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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가 너무 좋아서, 뭐라도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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