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송된 KBS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송된 KBS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간혹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의 진심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 훈련사는 단순히 반려동물과 반려인만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개를 무서워하는) 비반려인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 왔다. 개가 불편해 하더라도 공격적인 성향이 있다면 입마개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사람을 (상습적으로) 무는 개에 대해서는 안락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강 훈련사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제법 있었다. 

또 반려견 보호자를 상대로 싫은 소리와 따끔한 지적을 많이 하다보니 보호자의 입장에선 불쾌했을 수 있다. 듣는 사람에 따라 상처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교육만 해주고 가면 될 텐데, 왜 굳이 저런 얘기까지 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KBS2 <개는 훌륭하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강 훈련사의 진심은 뚜렷했다. 그건 바로 보호자와 반려견의 행복이었다. 

24일 방송된 <개는 훌륭하다> 16회에는 반려견들 간의 분리불안 문제로 고민하는 시베리아 허스키 창덕이와 덕수네 가족 사연이 소개됐다. 사이가 돈독한 창덕이와 덕수는 하루종일 붙어다닐 정도로 우애가 좋았다. 덕수는 창덕이와 떨어져 혼자 있는 걸 극도로 꺼려했다. 보호자가 창덕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덕수는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면서 하울링을 심하게 했다. 

이웃 주민들의 민원이 속출하자 보호자는 개별 산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창덕과 덕수를 함께 데리고 나가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두 마리의 시베리아 허스키는 보호자가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힘이 세고 기운이 넘쳤다. 왜소한 편인 여성 보호자는 자신의 개들을 통제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25kg의 개를 통제하려면 사람은 그 무게의 4배인 100kg이 돼야 했다.

덕수는 왜 분리불안을 겪게 되었을까
 
 지난 24일 방송된 KBS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송된 KBS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보호자들도 착각하는 게 잘 논다고 생각하는데 잘 노는 게 아니에요. 지들끼리 노니까 아무 소리 안 하는 거예요. 받아주고 참고 있는 거지... 답답하네, 진짜."

산책의 마지막 코스는 마당이 있는 반려견 카페였다. 하지만 보호자가 자신의 개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들이 많이 있는 곳에 가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강 훈련사는 그 장면을 지켜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보호자가 말릴 틈도 없이 개들끼리 싸움이 붙었고, 심지어 서로 이까지 드러내며 거칠게 다투기 시작했다. 

강 훈련사는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상황 파악에 나섰다. 보호자에 따르면, 창덕이가 8개월째 됐을 때, 생후 2개월의 덕수를 데려왔다고 했다. 창덕이가 외로워한다고 생각해 덕수를 입양했던 것이다. (감당하기 버거운 일을 벌였다)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겪었던 창덕과 달리 덕수는 온전히 형인 창덕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 때문에 분리불안을 겪게 된 것이다. 

"저를 돈만 받고 훈련만 시켜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해요. '당신이 뭘 그런 걸 신경 써. 그냥 조용히나 시켜 줘. 줄만 당기지 않게 시켜줘.' 그런 훈련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뭐라 그럴까요. 가짜 훈련하는 거 같고. 그래서 제가 물어봐요. 왜 개를 기르게 됐냐. 가끔씩은 훈계 같은 말도 하고. 제가 제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혼자서 감당 안 되게 개를 기르는 사람이거든요."
 
 지난 24일 방송된 KBS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송된 KBS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분리불안은 훈련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현재 보호자가 보호자답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에게 "개를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보호자는 "사리분별하면서 데리고 다니라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가슴을 후벼 파는 그 말들에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왜 그 말이 아픈지 알아요? 나도 알거든."

강 훈련사의 말에 보호자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보호자인들 왜 잘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강 훈련사는 "사랑? 사랑으로 먹고 살 수 없어요. 예쁜 거? 예쁜 걸로 어떻게 먹고 살아요"라며 현실을 일깨웠다. 거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보호자가 보호자다워야 그와 함께 하는 개도 행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보호자에게 필요한 건 단호함과 끈기
 
 지난 24일 방송된 KBS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송된 KBS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훈련의 첫 번째 단계는 '규칙 만들기'로 먹이를 주면 그 공간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때 보호자에게 필요한 건 단호함과 끈기였다. 두 번째 단계는 분리였다. 처음에는 창덕이가 목줄을 매는 것만 봐도 흐느끼던 덕수였지만, 훈련이 계속되자 조금씩 분리된 상황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단계는 산책하기였다. 줄을 짧게 쥐고 사람들이 지나갈 땐 '앉아'를 통해 사람들이 겁나지 않게 배려했다. 

한번에 모든 게 바뀌진 않겠지만, 강 훈련사가 강조했던 것처럼 보호자가 단호함과 끈기를 갖고 포기하지 않으면 덕수는 분리불안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강형욱은 이번 회에서도 어김없이 보호자들의 성숙한 반려 생활을 당부했는데, 그건 반려견과 반려인, 더 나아가 비반려인까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바라는 진심에서 비롯된 간절한 부탁처럼 들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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