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

하이에나 ⓒ sbs


 
시작은 매우 로맨틱했다. 법무법인 송&김의 반골 기질 가득한 파트너 변호사 윤희재(주지훈 분)는 이른 새벽 들른 빨래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을 원서로 읽고 있는 미모의 한 여인을 만나고 관심을 갖게 된다. 자신이 빨래방에 가는 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책을 읽고 있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자, 윤희재의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그러더 중 그녀가 자신과 같은 고등학교 선배 김희선이라는 것을 알게 된 윤희재는 동창회 장소로 향하고, 그곳에 나타난 그녀에게 다짜고짜 함께 나갈 것을 청한다. 그의 무례한 청에 그녀가 기꺼이 동행한 이후부터 두 사람의 '로맨틱'한 시간이 시작됐다. 

그러나 그건 김희선이라던, 사실은 정금자(김혜수 분)의 '작전'의 일부였다. 법률사무소 충의 정금자는 이슘 홀딩스 대표 하찬호의 이혼 소송에서 자신이 변호를 맡은 아내 쪽에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하찬호의 변호사 윤희재를 통해 정보를 빼내려고 한다. 윤희재의 집에서 이슘 홀딩스 하찬호의 정신과 진료 기록을 빼낸 정금자 변호사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이혼 소송에서 웃게 된다. 

정금자, 그녀는 누구인가? 

새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는 재판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리고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 정금자의 캐릭터를 그렇게 소개했다. 아프리카 야생의 들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동물이 먹고 남은 썩은 고기를 먹고 사는 방식을 택하는 동물 하이에나처럼 말이다. 돈이 없어 대학에 가지 못한 그녀는 사법고시만이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킬 수 있는 유일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목표인 역세권 으리으리한 건물을 사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기꺼이 윤희재를 속인다. 그리고 자신이 재판에서 이긴 하찬호를 다시 만나자, 고개를 조아리며 '불러만 준다면 그 어떤 일이라도 해결해주겠다'라고 비굴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건 '아수라 백작'과 같은 정금자의 한 면일 뿐이다. 자신의 변호로 인해 감옥에서 나왔지만 외려 정금자를 협박하던 의뢰인을 상대로는 '당장 해외로 떠나지 않으면 다시 감옥에 갈 수도 있다'고 반격을 가한다. 이후 정금자는 귀갓길에 칼을 든 그 남자를 만나게 되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단 한번에, 내 급소를 정확하게 찔러야 한다'라며 침착하게 시간을 번다. 그러면서, '아니면 내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네 모든 살점들이 처참하게 물어뜯길 테니까'라고 덧붙인다. 그 말처럼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고, 거칠게 주먹을 날린 그를 향해 정금자는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으며 반격을 가한다. 
 
 하이에나

하이에나 ⓒ sbs

 
빨래방에서 책을 읽던 이지적인 분위기의 여인, 연인과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만드는 섹시한 여인, 그런가 하면 빨간 추리닝을 입고 좌중을 휘어잡고 '여러분'을 부르다가도 자신을 적으로 여기며 무시하는 사람들을 향해 기꺼이 읍소도 마다하지 않는, 마치 자신을 무시하는 자들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장량같은 배포의 직업인, 그리고 자신이 필요한 현장에서 한치의 흔들림 없이 사건을 해결하는 예리하고 발빠른 대처의 변호사까지.

일찍이 2013년 <직장의 신>에서 빨간 내복도 마다하지 않으며 만능 해결사의 면모를 보였던 김혜수가, 이번엔 김혜수여야 가능한, '걸크러시'라는 단어로도 설명이 부족한 '만능 치트키' 같은 캐릭터 정금자로 돌아왔다. <하이에나> 1, 2회는 바로 그런 김혜수에 의한 정금자의 원맨쇼였다. 그는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김혜수만이 가능한 '장르'를 온몸을 불사르며 설득해 낸다.  

법정판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오랜 외유를 마치고 돌아온 장태유 피디가 선택한 작품 <하이에나>는 <직장의 신>에서처럼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을 다시 한번 선보이는 김혜수를 앞세워, '승소'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대대로 판사 집안인 데다, 서울대 수석 입학에 재학 중 사시 합격, 연수원 수석 졸업까지. 그래서 자신의 직장 송&김에서조차 그 누구에게도 굽신거리지 않는 콧대 높은 윤희재는 그렇게 김희선, 아니 정금자에게 보기 좋게 당하면서 전투 의지를 끌어올린다. 

그렇게 한때는 연인인 줄 알았다가 이제 '적'이 된 두 사람은 하찬호의 이혼 재판에서 정금자가 1승을 거두고, 이제 다시 하찬호의 숨겨진 내연녀를 둘러싼 전투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이 <하이에나>의 주된 볼거리가 될 예정이다. 

그런데 화제가 되었던 전작의 시청률을 10.3%로 무난하게 이어받았던 <하이에나>는 2회에 들어서 9%로 하향 곡선을 보이기 시작한다. 김혜수, 주지훈, 거기에 장태유라는 믿고 보는 보증 수표들의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그 조합들의 어울림에 종종 의문 부호가 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첫 회 윤희재를 속이는 정금자 변호사의 계략은 아이러니하게도 정금자가 '여성'이어서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만약 반대로 그걸 윤희재가 했었다면? 
 
 하이에나

하이에나 ⓒ sbs

 
그와 함께 이제는 클리셰라기에도 뻔한 '약물', '이혼' 등 재벌가의 도덕적 아노미가 두 사람의 주된 '전투'의 소재가 된 것도 <하이에나>란 드라마를 식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무엇보다 윤희재 정도의 변호사가 매일 밤 빨래방을 드나들다 그곳에서 만난 묘령의 여인에게 단번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에 공감이 잘 안 된다.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보니 윤희재가 그토록 정금자에게 집착하는 상황이 어설퍼 보인다. 집착남과 능력녀의 설정을 위한 '작위적'인 전개가 아닐까. 

드라마는 '가공'의 이야기다. 하지만 '가공'의 이야기임에도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도록 '가공'의 공정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하이에나>는 이미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만능 캐릭터 정금자가 이끄는 드라마다. 그럴 수록 정금자가 이끌고 가는 사건은 보다 '현실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천착할 수 있다. 현실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직장의 신> 미스 김의 이야기가 성공했던 요인은 그 덕분이었다. <하이에나>가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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