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토리> '바이러스의 예고된 습격'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바이러스의 예고된 습격'편의 한 장면 ⓒ SBS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습으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중국 내 사망자가 2천 명을 넘어섰고, 확진자는 어느덧 8만 명에 육박한다.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는 등 이미 지역사회 감염 단계에 들이선 우리나라 역시 비상이 걸렸다.

바이러스의 기세가 워낙 드센 까닭에 감염병의 확산세가 언제쯤 주춤하며 변곡점에 이르게 될지, 아울러 언제쯤 상황이 모두 끝날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이다. 코로나19는 2002년 사스, 2015년 메르스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이다. 22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 '바이러스의 예고된 습격' 편에서는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감염병의 원인과 그에 따르는 대책을 살펴봤다.

공포의 정체

지난 1월 29일은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 수가 6천 명을 돌파한 날이다. 2019년 말 '27명의 환자 발생'이라는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 이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사스 사태의 전체 환자 수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병원 복도는 물론이며 병원 밖까지 환자가 길게 줄지어 선데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의 절규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급기야 의료진마저 한계 상황을 호소해야 하는 판국이다.

지난달 23일부터 도시 봉쇄에 들어간 우한에는 외출금지령이 내려졌다. 우한이 위치한 후베이성 주민 6천만 명은 한 달째 고립 상태다. 중국은 코로나19와의 인민전쟁을 선포하고 2만5천 명에 이르는 의료진을 후베이성에 긴급 투입하는 등 국가 자원을 대거 동원했다. 중국은 코로나19가 2월 말 절정에 이르고 4월 전에 사태가 종식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낙관론은 섣부르다. 중국 이외의 곳에서도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SBS <뉴스토리> '바이러스의 예고된 습격'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바이러스의 예고된 습격'편의 한 장면 ⓒ SBS

 
크루즈선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는 지난 3일 일본 요코하마에 정박한 이래 탑승자 3700명 가운데 현재까지 6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 세계는 자국민 보호를 위한 비상 행동에 돌입했다. 일 정부 재해파견의료팀 의사 이와타는 "내부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 감염 대책을 맡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나 자신이 감염될 거라는 두려움을 지금처럼 느꼈던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류를 습격한 건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지난 2002년 발생한 사스, 즉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은 발생 초기 괴질이라 불렸다. 인류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형태의 질병이었던 탓이다. 7개월 동안 32개 국에서 8천 명의 환자가 발생, 774명이 목숨을 잃었다. 홍콩의 한 아파트에서만 42명이 사망, 당시 이를 놓고 감염 경로에 대한 여러 가설이 등장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는 괴질의 원인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지목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 가닥의 RNA를 가지고 있어서 DNA 바이러스보다 변이가 훨씬 수월하다고 한다. 이러한 특성을 십분 발휘 변이와 재조합을 통해 종간 장벽을 뛰어넘고, 인류에게까지 접근해온 것이다. 사스 사태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의 근원을 찾기 위한 광범위한 조사가 시작됐고, 날아다니는 유일한 포유류 박쥐가 그의 감염원으로 지목됐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원 역시 박쥐다. 그렇다면 하필 왜 박쥐일까?

박쥐는 죄가 없다

충북대 생명과학부 김혜권 교수는 "박쥐에서 다양한 코로나 바이러스들이 순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실제로 인체 감염이 이뤄졌다"며 "과거 인류와 박쥐가 동굴 생태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사람과 박쥐로부터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서로 친척 관계"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니파 바이러스' 역시 박쥐와 관련이 깊다. 지난 1998년 말레이시아 니파에서 정체모를 감염병에 걸린 주민 1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대부분은 돼지 농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의심됐으나 조사 결과 감염원은 결국 박쥐로 밝혀졌다.

김혜권 교수는 "박쥐는 군집 생활을 하다 보니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그 집단에 전파되어 지속적으로 순환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 것들이 변이를 통해 가축이나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5월부터 200여 일 동안 한국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 중동에서 입국한 60대 남성을 시작으로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들 가운데 38명이 숨졌다. 메르스 역시 박쥐에서 중간 숙주 낙타를 거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된 경우다. 이렇듯 감염병 공포의 다수는 박쥐로부터 유래된 사례가 많다. 그러나 박쥐는 아무런 죄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오히려 인간의 탐욕을 꼬집는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바이러스가 알아서 온 게 아니라 우리가 정글에 숨어 있는 바이러스를 건드린 셈"이며 "정글을 찾아 야생동물을 잡아먹으면서 현재 중국 남부의 상황처럼 인간의 탐욕에 의해 노출된 것뿐"이라고 박쥐의 원죄를 일축했다. 경희대 생물학과 정용석 교수 또한 "바이러스도, 박쥐도, 낙타도 그냥 존재할 뿐이다. 특히 바이러스는 그냥 자신들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그들과의 없었던 다리를 만들어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고 말했다.
 
 SBS <뉴스토리> '바이러스의 예고된 습격'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바이러스의 예고된 습격'편의 한 장면 ⓒ SBS

 
사람과 동물, 그리고 환경을 하나로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전염되는 병을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일컬으며, 주로 동물이 사람에게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30년 동안 발생한 신종 전염병의 70%가량이 야생동물로부터 비롯됐다고 밝혔다. "사람이 동물에 다가가면서 신종 전염병이 창궐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계다.

차의학대학전문대학원 전병율 교수는 "동물 사육 환경과 식용 처리 과정이 빈번해지면서 동물은 동물한테만, 사람은 사람한테만 걸리는 병이라는 생각은 이제 옳지 않다"며 "야생 환경보다는 이른바 공장형, 아파트형으로 과밀한 상태에서 동물이 사육되다 보니 그 안에서 바이러스의 변화가 생기고, 그런 바이러스가 사람을 공격하면서 사람이 질병에 걸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밀림 개발, 가축 증가, 교통 발달을 신종 바이러스의 창궐 원인으로 꼽는다.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고 야생동물에 다가가면서 인간에게 전파된 바이러스가 비행기를 타고 순식간에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는 주장이다. 이는 단순히 백신을 개발하고 치료제를 생산해내는 등의 대증적인 사후 해법만으로는 점증하는 위험에 적절히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오만과 탐욕을 버리고 자연과의 공존을 꾀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다.

"사람, 동물, 환경 등 다양한 지구 공동체가 감염병의 원인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만 혹은 가축만 각기 대응한다고 하여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하나의 공동체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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