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걸그룹 범람의 시대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S.E.S와 핑클, 베이비복스로 대표되는 1세대 걸그룹이 한 차례 가요계를 휩쓸었고 2000년대 중,후반부터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카라를 중심으로 다시 걸그룹 열풍이 불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낸 '2차 걸그룹 열풍'은 1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그칠 생각을 하지 않고 어느덧 가요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 가까이 '3대 기획사'로 군림하고 있는 JYP와 SM, YG에서는 각각 트와이스와 레드벨벳, 블랙핑크라는 걸출한 걸그룹을 거느리고 있고 JYP는 이미 트와이스의 동생그룹 ITZY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마마무와 여자친구, 오마이걸, (여자)아이들, 모모랜드, 러블리즈, 우주소녀 등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많은 걸그룹들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걸그룹 시장에서 정상에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S.E.S와 핑클이 해체된 2002년부터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등장한 2007년 사이에는 5년이라는 꽤 긴 기간 동안 '걸그룹 암흑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 걸그룹을 사랑하는 팬들이 마냥 음지에 숨어 들었던 것은 아니다. 21일 방송된 JTBC <슈가맨>에 출연해 번함 없는 미모와 가창력을 뽐낸, 그 시절 남성팬들의 허전함을 달래줬던 씨야가 있었기 때문이다.

짧지만 큰 족적 남기고 해체된 춤추는 '소몰이' 보컬그룹
 
 SBS <인기가요>의 한 장면. 씨야는 마지막 무대를 끝내면서 3명의 멤버 모두 눈물을 참지 못했다.

SBS <인기가요>의 한 장면. 씨야는 마지막 무대를 끝내면서 3명의 멤버 모두 눈물을 참지 못했다. ⓒ SBS

 
지난 2004년 김진호와 채동하, 김용준으로 구성된 남성 3인조 (소몰이 전문) 보컬그룹 SG워너비가 'timeless' , '죄와 벌',' 살다가' 등을 히트시키면서 일약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80년대 후반부터 김종찬, 김민우, 윤상, 조성모, SG워너비 등을 발굴했던 음반기획자 김광수 회장은 '소몰이 창법'이 가요계의 대세라는 것을 파악한 후 '여자 SG워너비'를 기획했다. 그렇게 탄생한 팀이 바로 남규리, 김연지, 이보람로 구성된 씨야였다.

'See You Again'을 줄인 씨야는 김연지와 이보람이 '얼굴 없는 가수' 콘셉트로 데뷔를 준비하던 중 남규리가 팀에 합류하면서 2006년3월 '춤추는 발라드 그룹'이라는 다소 어색한 컨셉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당시 씨야는 회사의 홍보전략대로 '여자 SG워너비'라는 칭호를 얻으며 데뷔 40일 만에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했다(하지만 정작 멤버들은 당시 워낙 많은 스케줄이 치여 1위 수상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었다고 한다).

데뷔곡 '여인의 향기'뿐 아니라 후속곡 '구두',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의 OST였던 '미친 사랑의 노래'까지 세 곡을 연속으로 히트시킨 씨야는 이듬 해 2집 앨범을 통해 '굳히기'에 들어갔다. 씨야는 2집에서 슈가송으로 불렀던 '사랑의 인사'와 데뷔 후 처음으로 밝은 분위기의 댄스곡으로 변신한 '결혼할까요'를 연속으로 히트시켰다. 특히 '사랑의 인사'는 당시 또래 여성들의 노래방 애창곡으로 많이 쓰이기도 했다.

씨야는 2008년 세 곡의 신곡과 각종 OST 등에 수록된 노래들이 수록된 팬서비스 차원으로 발매한 2.5집에서도 '구두II'라는 부제가 붙은 '슬픈 발걸음'을 크게 히트시켰다. 데뷔 초기부터 SG워너비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리더 남규리는 '슬픈 발걸음' 뮤직비디오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하지만 드라마타이즈 형식의 뮤직비디오는 지나치게 비극적인 결말 때문에 씨야 팬들로부터 크게 환영 받지 못했다).

하지만 씨야를 정상으로 이끌었던 소몰이의 시대가 저물고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주도한 상큼발랄 걸그룹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씨야의 인기도 빠르게 시들었다. 소속사에서 씨야를 대체할 정통 발라드 듀오 다비치를 데뷔시킨 것도 씨야의 시대가 빨리 저물게 된 원인이 됐다. 결국 씨야는 2008년 3집, 2009년 미니 앨범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후 2011년 베스트앨범 형식의 굿바이 앨범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솔직한 이야기로 오해 털어버린 씨야, 새 노래 기대해도 될까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의 한 장면. 이보람은 씨야 활동 시절 받았던 상처를 담담하게 털어 놀았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의 한 장면. 이보람은 씨야 활동 시절 받았던 상처를 담담하게 털어 놀았다. ⓒ JTBC

 
외부적으로는 '소몰이 시대의 종말과 걸그룹의 범람'이 씨야의 롱런을 막았지만 씨야는 내부적으로도 '남규리 탈퇴'라는 큰 문제가 있었다. 미모를 바탕으로 씨야의 인지도를 책임졌던 '맏언니' 남규리는 걸그룹 침체기에 혜성처럼 등장해 수많은 남성팬들의 이상형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남규리는 2008년부터 연기를 병행하면서 소속사와 트러블이 생겼고 결국 2009년 씨야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씨야의 세 멤버는 2011년 굿바이 무대를 함께 하기도 했지만 서로 웃으며 헤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씨야의 이별을 지켜 보는 팬들의 마음도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따라서 <슈가맨>에서 9년 만에 함께 무대에 오른 씨야를 보는 팬들의 마음도 멤버들 만큼이나 벅차 오를 수밖에 없었다.

씨야 멤버들은 <슈가맨>을 통해 당시의 솔직한 심정들을 이야기했다. 김연지는 배려라는 이름으로 진심을 묻어 버리고 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음을 인정했고 이보람은 오해를 진실로 믿었던 과거의 자신을 후회한다며 힘든 시간을 보낸 (규리) 언니가 살아 있어 준 게 너무 감사했다고 이야기했다. 남규리 역시 어린 시절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팀을 떠나는 것 밖에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규리는 현재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김연지는 솔로 활동과 뮤지컬 배우 활동을 병행하면서 작년 '스테이지톡 오디언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씨야 활동 시절 '예쁜 애(남규리) 말고 노래 잘하는 애(김연지) 말고 나머지 걔'라는 말에 상처를 받았다는 막내 이보람은 <복면가왕>에서 103~105대 가왕에 선정되면서 가창력을 재조명 받았다(역대 <복면가왕> 중 한 팀에서 두 명의 가왕을 배출한 팀은 씨야가 역대 최초였다).

각 멤버들이 씨야 해체 후 각자의 자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씨야의 원년멤버가 활동한 기간도 만으로 3년이 채 안되는 만큼 씨야의 재결합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지 모른다. 하지만 씨야가 히트곡 메들리 이후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가 굿바이 앨범의 '내겐 너무 멋진 그대'가 아닌 데뷔곡 '여인의 향기'였다는 점에서 씨야의 팬들은 한 가닥 작은 희망(?)을 걸어 보고 있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의 한 장면. 씨야는 'See You Again'이라는 팀 이름처럼 <슈가맨>을 통해 팬들 앞에 돌아왔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의 한 장면. 씨야는 'See You Again'이라는 팀 이름처럼 <슈가맨>을 통해 팬들 앞에 돌아왔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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