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E조 FC서울과 멜버른 빅토리(호주)의 경기. FC서울 박주영(10)이 골을 넣고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E조 FC서울과 멜버른 빅토리(호주)의 경기. FC서울 박주영(10)이 골을 넣고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축구를 대표하여 아시아 클럽축구 정상에 도전하던 K리그 4강의 첫 출발이 험난하다. K리그1(1부리그) 4팀은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1차전에서 1승 1무 2패란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FC 서울만이 멜버른(호주)에게 1-0으로 승리를 거뒀을뿐 나머지 3팀은 모두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전북이 요코하마에 1-2, 수원이 빗셀 고베에 0-1로 패했고 울산은 FC도쿄와 1-1 무승부에 그쳤다. 홈구장에서 그것도 하필이면 모두 일본 J리그팀들에게 고전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아직 한 경기를 치렀으니 지나치게 좌절할 필요는 없지만, 더 생각해봐야할 것은 오히려 결과보다 내용 부분이었다. 각 팀마다 최상의 전력이 아니었음을 감안해도 경기력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점은 유일하게 승리한 서울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K리그 우승팀이자 4강중에서도 가장 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던 전북이 요코하마에 압도당한 것은 K리그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울산은 상대 자책골이라는 행운이 따랐고, 수원은 홈에서 소극적인 수비축구를 펼치다가 무너졌다.

냉정히 말하면 현재까지 K리그팀들 중 올시즌 ACL에서 우승후보로 거론될 만한 기대치를 보여준 팀은 아무도 없었다. K리그 특유의 화끈한 공격축구도,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어쩌면 지난해 기대 이상의 자국내 흥행효과 뒤에 가려진 K리그의 현 주소를 보여준 장면이다.

경기 흐름 바꿀 수 있는 대형 스타의 부재

현장의 선수나 감독의 능력만을 탓할 수는 없는 문제다. 현실적으로 K리그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꾸준한 투자와 전력보강이 필요하다. K리그에서 가장 적극적인 투자와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했다는 전북도 최근 몇 년간 김신욱-로페즈-레오나르도 등 핵심 선수들을 줄줄이 떠나보내야했다. 문선민도 상무에 입대했다. 김보경과 쿠니모토 등을 보강했다고 하지만 마흔을 넘긴 이동국이 아직도 주전으로 나서야할만큼 전북은 마지막 ACL 정상에 올랐던 2016년보다 전력이 낫다고 하기는 어렵다.

서울과 수원은 한때 K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이었지만 최근에는 모기업의 축구에 대한 투자 규모가 줄어들면서 현상 유지도 어려워진 상태다. 선수이동이 많았던 울산도 들어오고 나간 즉시전력감을 모두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오히려 전력이 떨어진 편에 가깝다. 이런데도 선수들에게 성적만 기대한다면 무리한 요구다.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대형 스타의 부재는 결국 팀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K리그는 최근 전 국가대표 캡틴 기성용이 한국 복귀를 추진하다가 불발된 일이 있었다. 기성용은 전북과 친정팀 서울이라는 선택지를 두고 복귀를 타진했으나 서울과의 위약금 조항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하여 결국 K리그행이 무산됐다.

K리그팀들의 지난 ACL 1차전을 보고 '만일 저 상황에 기성용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 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기성용이 왔다면 전북이든 서울이든 전력에 큰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K리그 흥행에도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기성용은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행이 가시화되면서 여전히 유럽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음을 증명했다. 축구팬들은 이 정도의 가치와 기량을 지닌 선수를 다시 데려올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프로구단과 K리그의 구조적 문제를 성토하고 있다.

최근 수원-고베전을 치르기 위하여 한국을 방문했던 스페인 전 국가대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존재감은 큰 화제를 모았다.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다가 현재 일본에서 선수생활의 황혼을 보내고 있는 이니에스타는 36세의 나이에도 수원전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여론이 뒤숭숭한 상황에서도 이날 적지 않은 관중이 수원 홈구장을 찾은 것은 이니에스타 효과와 무관하지 않았다. 스타 한 명이 팀의 위상과 리그 흥행에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스타 기근 현상 심화된 K리그1

물론 K리그는 자타공인 아시아 최고의 리그라는 위상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몇 년간 아시아축구의 상향평준화와 중국-일본 등 경쟁리그와의 '머니 게임'에서 밀리는 가운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망주들은 일찍 유럽무대로 진출하고, K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외국인 선수들은 경쟁리그에 빼앗기는 사례가 반복되며 스타 기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구단들의 투자가 위축되다보니 전력보강이나 팀간 경쟁을 위한 동기부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야망과 변화가 없다면 지난해 ACL에서 벌어진 K리그의 조기 전멸 사태는 시작에 불과할수도 있다. 지금 분발이 가장 필요한 것은 선수나 감독보다도 K리그 구단들의 자극과 인식 개선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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