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일승 감독이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사령탑에서 물러나면서 KBL에 대대적인 '감독 교체'의 시기가 다가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리온을 무려 9년간이나 이끌었던 추 감독이지만 올 시즌 팀이 내내 최하위에 머물며 성적부진에 빠지자 많은 비판을 받았고, 결국 시즌을 끝내지 못한 채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2019-2020 시즌을 앞두고 현 소속팀과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감독은 추 감독까지 무려 6명이었다. 이중 추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가장 먼저 물러나면서 남은 5명의 운명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상범 원주 DB 감독을 제외하면 대부분 성적이 그리 좋지 않다. 한팀에서 오랫동안 지휘봉을 잡고있는 '장수 감독'들이 많다는 것도 눈에 띈다.

이상범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17-2018 시즌 하위권 전력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시킨데 이어, 2019-2020 시즌에는 간판스타 김주성의 은퇴 이후 빠르게 팀을 추슬러 다시 우승권팀으로 발돋움시켰다. FA로 영입한 김종규같은 스타플레이어의 힘도 있었지만, 부상자가 많음에도 벤치멤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상범 감독의 노련한 용병술도 빼놓을 수 없다.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 이상민 감독, 현주엽 창원 LG 감독 등은 계약 만료를 앞두고 고전하고 있다. KBL 최장수-최다 우승 사령탑인 유재학 감독의 경우, 바로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데다 올 시즌 라건아와 이대성을 내주는 대형 트레이드 이후 리빌딩을 선언한 상황에서도 PO진출 가시권에 들며 오히려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도훈 감독의 전자랜드는 시즌 초반 상위권을 형성했으나 후반기로 갈수록 주춤하며 중위권으로 떨어진 게 아쉽다. 유 감독은 언더독으로 불리던 전자랜드를 끈끈한 팀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고 성적은 지난 시즌 준우승 1회가 전부였다. 유재학 감독이 2004년, 유도훈 감독이 2009년부터 각각 한팀에서 장기집권하고 있는데 비록 올시즌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도 이들을 대체할만한 거물급 감독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계약에 실패할 가능성은 아직 낮아보인다.

농구대잔치 세대를 대표하는 '스타 출신 지도자'로 꼽히는 이상민 감독과 현주엽 감독은 상황이 조금 위태롭다. 이상민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프로농구 인기스타 투표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인물이고, 현주엽 감독은 최근 한 방송에서 '먹방'으로 유명세를 탔을만큼 팬들의 호감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팀성적은 개인의 인기와는 정반대다.

이상민의 삼성은 지난해 최하위로 구단 역대 최악의 성적을 경신한 데 이어 올 시즌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어서 이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다. 이상민 감독은 2016-2017 시즌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으로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3년 재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했다.

현주엽 감독도 지난 시즌 팀을 4강으로 이끌었지만 감독 첫 해 플레이오프 탈락-3년차로 마지막 시즌인 올해 다시 9위에 머물고 있어서 재계약 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간판스타였던 김종규의 DB 이적과 김시래의 잦은 부상으로 전력이 약화된 것을 감안해도 현 감독의 위기관리나 전술운용 능력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KBL에 한동안 스타 출신들을 중심으로 젊은 감독 열풍이 불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것을 감안할 때 이상민이나 현주엽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이 성과는 분명히 아쉽다.

스타 출신 지도자로서 안정적으로 연착륙하며 장기 집권에 성공한 사례는 문경은 SK 감독이 있다. 문 감독은 초기에는 능력보다 선수시절의 유명세에 기댔다는 저평가도 있었고, 특정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로 '문애런'이라는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호화멤버에도 모래알 조직력으로 악명높던 SK를 어느덧 플레이오프 단골팀으로 부활시켰고 2017-2018시즌에는 우승까지 이끄는 등 스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성장형 지도자'의 모범사례로 자리잡았다. 선수 시절 유명세에 비하여 지도자로서는 그리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후배 감독들이 본받아야할 대목이다.
 
10개 구단 유일하게 시즌 중 감독이 교체된 오리온은 일단 잔여 시즌 동안 김병철 감독대행 체제가 어떤 성과를 내는지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김병철 대행은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고려대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자, 프로에서는 창단 멤버를 시작으로 선수에서 코치-감독대행까지 오직 오리온 한 팀에서만 활약했던 보기드문 '원클럽맨'이기도 하다.

비슷한 사례로 전주 KCC가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추승균을 2015년 시즌 도중 성적 부진으로 하차한 허재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까지 승격시킨 사례가 있다.

최근 프로농구에서도 감독들의 리더십이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해서 여전히 유능한 것도 아니고, 반대로 나이가 젊다고 해서 신선한 것도 아니다. 또한 선수 시절의 유명세나, 구단과의 연관성보다 중요한 것은 코치 단계부터 얼마나 차근차근 현장 경험을 쌓아왔고 자신만의 농구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몇년간 새로운 감독들의 활약이 뜸해지며 고인 물이 되었던 프로농구에서, 과연 올 시즌이 끝나고 몇팀이나 과감한 변화를 결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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