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아래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시민을 공포에 몰아넣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 확인 결과, 공공 장소에서 코로나19 관련 소동을 일으킨 이들은 개인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로 드러났다. 이들이 벌인 행위 역시 연출된 연극임이 밝혀졌다.

왜 이런 무책임한 자작극을 벌인 것일까? 지난 14일 방송한 SBS <궁금한 이야기 Y>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 사칭 무개념 유튜버들,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편은 우리를 위협하는 또 다른 바이러스인 가짜뉴스를 다뤘다.

누가, 왜 공포사회를 만들고 있나?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SBS


1월 29일, 동대구역 앞에서 도망가는 한 남성을 하얀 방진복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황급히 뒤쫓는 일이 벌어졌다.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추격전에 주변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당시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무섭게 퍼져 내 주변까지 뚫고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모두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던 시기였다. 시민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출동하여 이들을 체포했다.

경찰의 조사를 통해 밝혀진 소동의 진상은 당혹스러웠다. 구독자 숫자 55만이 넘는 개인 채널 '비슷해보이즈'를 운영하는 유튜버들이 방진복 차림으로 한 사람을 쫓는 상황극을 펼친 다음에 이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의 반응을 살피는 몰래카메라를 진행한 것이다.

이들은 놀란 시민들에게 질병 감염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연출된 자작극은 곧바로 개인 채널에 업로드되어 조회수로 연결되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는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미친놈인가? 이렇게 생각했어요. 저게 장난칠 만한 행동인가?"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SBS


다음날인 1월 30일, 부산의 지하철 안에선 더욱 큰 소동이 벌어졌다. 붐비는 열차 안에서 20대 남성 A씨가 "여러분, 전 우한에서 왔습니다. 전 폐렴입니다. 모두 저한테서 떨어지세요! 폐가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라 외치면서 곧 숨이 넘어갈 듯 기침을 내뱉어 주위 승객들이 다급히 자리를 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현장에 있던 승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A씨는 곧장 지역보건소로 이동해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 또한 개인 채널 '우짱'을 운영하는 유튜버로 조회수를 높일 수 있는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상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A씨는 자신의 채널에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내용은 반성과 사과가 아닌, 조롱으로 가득했다. 뒤늦게 경찰은 유튜버 우짱을 허위 사실 유포와 업무 방해, 불안감 조성 등의 혐의로 조사했다.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오던 A 씨는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에게 "뉴스에 안 나왔으면 문제가 안 될 사안"이라며 "잘못된 행위인 줄 알았지만, 그런 행위일수록 더 관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영화 <조커>(2019)의 주인공 '조커'라고 소개한다.

"영화에 나오는 조커처럼 (전) 아무것도 아니었죠. (그러나) 남들이 못하는 영상을 찍음으로 해서 조커가 (되어) 돌아온 거죠."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SBS


코로나19 몰래카메라에 대한 비난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개인 채널 '비슷해보이즈'를 운영하는 유튜버 '허슬러'는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내용을 촬영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마음도 경솔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동대구역 앞 몰래카메라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진지하고 사실적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바이러스에 약한 게 아니라 그 순간의 방심에 연약한 존재이지 않을까'란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만큼은 진지하고 공익적인 의도로 몰래카메라를 기획했다는 그의 해명은 사실일까? '비슷해보이즈' 활동 초기에 함께 일한 전 직장 동료는 이번만큼은 그의 해명이 거짓말일 거라 단언한다.

"마찰이 좀 있었죠. 아이템이 너무 자극적, 선정적이지 않나 하는 부분 때문에 채널을 없애자는 얘기도 했고. 지금도 아마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가고 싶을 거예요. 회사에서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항상 변명해요. 그런 태도가 고스란히 나온 거죠."

사과보다는 변명에 가까운 영상으로 많은 이의 빈축을 사자 '비슷해보이즈'는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유튜브 채널에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현재 '비슷해보이즈'는 유튜브에 새로운 동영상을 업로드하지 않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은 비활성화로 전환한 채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SBS


'조커'가 되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는 개인 채널 '우짱'의 운영자 A씨의 계획도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다. 이미 지하철에서 소란을 피우기 전인 지난달 27일 무렵 부산 시내의 번화가 한복판에서 "여러분들! 저는 우한에서 왔습니다! 우한에서 탈출했어요!"라고 외치며 난동을 부린 바 있다.

이렇게 A씨가 코로나19를 이용해 제작한 자극적인 영상만 5편이 넘는다. "대체 왜 이런 짓을 계속 하냐?"는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의 질문에 A씨는 영상 속 모습과는 다른 차분한 태도로 '조회수'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 행동을 함으로 해서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조회수) 30만 했던 것도 있고. 제가 원래 구독자 천 명밖에 안됐어요. 그런데 지금 구독자가 한 달도 안 돼서 세 배가 넘게 올랐거든요."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SBS


최근 '비슷해보이즈'와 '우짱'의 가짜동영상처럼 유튜브와 SNS엔 코로나19와 관련한 공포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유언비어나 가짜뉴스가 유튜브와 SNS를 이용하여 퍼지는 과정과 전염병이 확산하는 양상은 비슷하다. 전염병의 발원지처럼 거짓과 가짜는 하나의 게시물, 혹은 동영상에서 시작하여 순식간에 번진다. 괴담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왜곡, 음모론, 과장이 덧붙여지며 변종이 태어난다.

개인 채널 '비슷해보이즈'가 동대구역에서 자작극을 벌인 이후 코로나19와 관련한 가짜뉴스 키워드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김덕진 빅데이터 전문가는 이야기한다. 그는 "대구의 몰카 영상이 가짜뉴스와 관련한 여러 이슈를 퍼뜨리는 촉발 사건"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가짜뉴스와 관련한 언급량이 시간이 지날수록 유튜브에서 증가하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즈음 유튜브와 SNS엔 건대입구역 가짜뉴스, 수건가게 합성사진, 피 묻은 마스크 괴담 등이 퍼졌다. 이처럼 유언비어와 가짜뉴스가 확산하는 과정은 전염병의 창궐과 다를 바가 없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가짜뉴스를 한번 보게 되면 더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면 정부의 발표가 있으면 그 정보를 비꼬거나 왜곡시켜서 더 자극적인 영상을 보내는 거죠. 더 위험하다는 불안감을 조성시켜요. 그래야만 그 영상을 계속 보게 되죠."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SBS


누군가는 장난삼아, 누군가는 돈이 되니까, 누군가는 정치적 목적으로 코로나19 이슈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광주 아울렛은 가짜뉴스로 인해 매출 60%가 떨어졌다. 부여군도 헛소문이 퍼져 직격탄을 맞았다. 많은 병원도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코로나19 가짜뉴스의 피해가 심각해지자 IT 업체들도 대응책을 마련했다. 유튜브는 코로나19 관련 게시물을 민감한 콘텐츠로 분류해 광고 수익을 막고 감시를 강화하는 등 관리, 감독에 나섰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 네이버 등도 거짓 정보를 삭제하고 보건 당국의 정보를 우선 노출하는 등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찰도 코로나19와 관련한 가짜뉴스 단속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10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코로나19를 희화화해 연출을 하는 걸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하고 "코로나19와 관련한 악의적이고 조직적인 (가짜뉴스) 유포 행위에 대해서 구속 수사까지 검토할 방침"임을 천명했다. 또 "중간유포자 등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궁금한 이야기 Y> 프로그램의 한 장면 ⓒ SBS


경찰의 방침대로 엄중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관련 법안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이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수사 중인 가짜뉴스 사건은 40여 건에 달하지만, 구속 영장 청구까지 간 건 2건에 불과하다. 불안감 조성 행위를 경범죄로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보니 벌금형이 선고되더라도 10만 원 미만일 뿐이다.

20대 국회엔 가짜뉴스를 처벌을 강화한 법안이 20여 건이 넘게 발의가 되었으나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도덕적으로 선을 넘는 유튜버가 계속 등장하지만, 현행법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유튜브에서 문제가 되는 영상을 발견하더라도 삭제하거나 제재할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메르스 사태를 통해 전염병 예방통제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지금 가짜뉴스는 비방과 혐오를 넘어 사회의 혼란을 부추기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까지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가짜뉴스 바이러스를 잡을 방역 시스템을 세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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