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도하는 남자>의 정인 역을 맡은 배우 류현경의 모습.

영화 <기도하는 남자>에서 정인 역을 맡은 배우 류현경의 모습. ⓒ (주)랠리버튼

 
"대본을 읽어본 뒤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제가 먼저 미팅을 제안했다. 난 아직도 다양하고 새로운 연기에 대한 도전을 갈망한다."
 
데뷔 24년 차 배우 류현경은 여전히 새로운 연기에 목이 말라 있었다. 그는 작품이 자신에게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좋은 작품이라고 판단되면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배우다.
 
그가 이번에 출연하게 된 <기도하는 남자>는 극한의 상황, 위험한 유혹에 빠진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과 그의 아내 정인(류현경)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중 정인은 엄마의 수술비 5천만 원을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이 소식을 접한 과거 대학 동기가 하룻밤 잠자리를 하면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하면서 갈등에 빠지는 인물이다. 
 
<기도하는 남자>의 연출을 맡은 강동헌 감독은 캐스팅 과정에서 개척 교회 목사의 아내 역은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 소식을 들은 류현경은 "얼굴이 알려진 배우가 개척 교회 목사의 아내 역을 하면 안 될 이유가 있나요?"라고 반문한 뒤 배역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고.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독립 영화인 데다 소재가 종교라는 점은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에 대해 류현경은 "선입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비록 종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내용의 핵심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강조했다.
 
1996년 SBS 드라마 <곰탕>으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KBS2 <일단뛰어>, MBC <심야병원>, SBS <닥터탐정>,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나의 절친 악당들> <쓰리 썸머 나잇> 등에서 열연을 펼치며 다양한 연기 변신을 거듭해왔다.
 
작품을 쉬는 휴식기에도 다음 작품에 써먹을 만한 연기를 찾기 위해 다양한 드라마, 예능, 공연 등을 모니터링한다는 그는 "'이런 배역 너무 재미있겠다'라는 갈망이 계속해서 생기다 보니 지치지도 않는다"라며 "최근 <킬링 이브(Killing Eve)>라는 영국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극 중 킬러가 직업인 묘한 캐릭터가 있다"라고 소개했다.
 
특에 박힌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닌 독특한 인물과 섬세한 감정 연기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는 류현경은 "연기자로서 다양한 장르물과 풍부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정인 역을 맡은 배우 류현경과 나눈 일문일답.
 
"저예산 독립 영화지만 꼭 출연하고 싶었다"
  
 영화 <기도하는 남자>의 정인 역을 맡은 배우 류현경의 모습.

영화 <기도하는 남자>에서 정인 역을 맡은 배우 류현경의 모습. ⓒ (주)랠리버튼

 
- 개봉 소감과 작품 선택 이유가 궁금하다.
"영화가 개봉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제가 감독님께 '너무나 하고 싶다'고 해서 맡게 된 배역이라서 그런지 너무 기쁘다. 시나리오를 봤는데 고난이 계속되고 힘든 상황이 이어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읽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인물은 어떻게 되는 걸까? 어떤 선택을 하는 걸까? 그 결말을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혹을 받고 이를 뿌리치고 결국 이렇게 된다'라는 단순한 과정보다는 (정인이) 가족에 대한 믿음과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남편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대본에 느껴졌다. 정인 역의 강인함이 와 닿았고 <기도하는 남자>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꼭 연기해보고 싶었다."
 
-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게 선택에 영향을 주진 않았나?
"배우들은 예산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회사에서는 고민이 될지는 모르겠다. 잘 만들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게 영화라는 작품인데 이번 <기도하는 남자>는 그 마음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뿐이다. 현장에서도 감독님이 혼자 '내 마음대로 할 거야'라는 느낌보다는 함께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래서 함께 영화를 만드는 기분이 촬영 내내 들었다. 독립영화라는 점이나 소재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종교가 없고 개인적으로 교회도 한 번 안 가봤다. 종교인이 아니라서 감독님께 괜찮냐고 물었다. 하지만 막상 개봉이 다가오자 부담이 되긴 했다. 논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감독님은 소재만 종교를 차용했을 뿐 개척교회 목사라는 직업에 영화감독이나 다른 직업을 넣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한 이야기기 때문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 감독님 그리고 배우 박혁권과의 호흡은 어땠나?
"감독님은 너무 친절하지도, 그렇다고 불친절하지 않았고 딱 적당했다. 이상적인 감독이셨다. 딱 이야기할 것만 했다. 박혁권 오빠와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 것이지만 워낙 이전에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고 직접 뵌 적도 있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이었다. 함께 나오는 장면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처음 만났을 때 엄청 반갑고 즐거웠다. 서로 호흡을 맞출 땐 제 상태를 잘 보시면서 거기에 맞춰 연기하시더라."
 
- 스스로 '내 연기가 좋았다'고 생각한 장면이 있나. 
"박혁권 배우와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통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진짜 통화를 했다고 생각할 정도의 느낌이었다. 실제 통화에서만 느껴지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는데 그게 화면에 잘 담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가 정말 할 이야기가 많았을 텐데 이것들을 꾹꾹 참아내는 감정이 느껴졌다. 벼랑 끝에 선 부부가 고난과 역경을 겪은 뒤 사랑이 더욱 돈독해지는, 그런 감정을 느꼈다."
 
- 아쉬웠던 장면이 있나. 
"배우들은 항상 아쉽다. 자신의 연기에 완벽하게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금 감정을 빼고 연기할 걸 그랬나?' 또는 '다른 톤으로 해볼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다시 찍었을 때 더 잘할 거라는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당시 찍었던 그때의 장면이 나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 정인 캐릭터와 류현경 실제 성격에 공통점이 있나?
"저는 엄청 밝은 성격을 가졌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웃으려고 노력하는 타입이다. 극 중 정인은 그렇지 않더라. 자기 자신을 잘 믿고 가족들을 품으려고 하는 마음은 나랑 비슷한 것 같다. 돈을 위한 선택은... 저라면 결코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 같다. 다른 방법으로 돈을 마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출을 줄이고 아르바이트를 늘리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연기에 대한 갈망
  
 영화 <기도하는 남자>의 정인 역을 맡은 배우 류현경의 모습.

영화 <기도하는 남자>에서 정인 역을 맡은 배우 류현경의 모습. ⓒ (주)랠리버튼

 
- 데뷔한 지 24년이 지났다. 소감이 어떤가?
"어릴 때부터 꾸준히 제 필모를 쌓아오면서 나이가 들어도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왔다. 지금까지도 그 마음은 전혀 변함이 없다. 오히려 이 마음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만 있다. 저는 연기가 좋다. 공연 연기도 좋고 드라마도 좋다. 메커니즘은 조금씩 다 다르지만 연기 자체가 다 재미있다. 이런저런 다양한 연기에 관심이 많아서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다닌다. 주변에서 오히려 부담을 느낄 정도다. '이거 어떻게 되고 있대요?'라고 내가 출연하지 않는 작품에도 관심을 가진다."
 
- <기도하는 남자>를 통해 연기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말을 상세하게 하지 않아도 마치 이야기한 것처럼, 보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감정들을 담아내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그 감정들을 마음 속에 항상 품고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마음 속에 그런 생각들을 담고 연기를 했다. 다행히 감독님께서 여러 앵글로 그것들을 표현해주신 것 같다."
 
- 어둡고 무거운 연기를 해야 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어둡고 무거운 연기에 몰입하기 위해서 현장의 분위기까지 어두워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너무 깊숙이 그 감정에 젖어 들어 있으면 연기가 오히려 별로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혁권 오빠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그래서 촬영장은 밝고 가족적이면서 화기애애했다. 그러다가 암묵적인 약속을 한 듯 컷이 시작되면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단순에 전환되었다. 물론 촬영할 때는 힘들었지만 현장만큼은 유쾌한 분위기였다.
 
엄마와 술을 마시면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대화해야할지 아니면 울면서 대화를 해야할지 고민했다. 실제 정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했다. '이런 게 힘들어, 저런 게 힘들어'라는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텐데 그런 감정을 억누르고 다 참아내면서 대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최선을 다해 찍었고 만약 다시 찍어도 지금 찍은 것 이상으로 연기하기는 힘들 것 같다."
 
- 휴식 기간에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공연을 보곤 한다. 작품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등장인물들의 대화도 유심히 체크한다. 실제로 대화하는 것과 극의 대화는 다르기 때문이다. 관찰 예능, 실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도 보곤 한다. 좋은 대사나 써먹을 만한 연기를 캐치해 다음에 연기할 때 참고한다."
 
- 휴식 기간에도 연기 공부를 하는 것 같은데 지치진 않는가?
"지칠 시간이 없다. '이런 배역 너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막 떠오른다. 평생 연기를 한다고 해도 다 연기를 해보긴 힘들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역할들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휴머니즘이 담긴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친근한 드라마가 좋다. 그래서 그런 드라마나 프로그램들을 휴식 기간에 보는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더 풍부한 캐릭터를 머릿속에 그려나가게 된다. 규정 지어진 역할이 아니라, 가령 나쁜 사람이지만 좋은 사람이고 또 비릿한 느낌이 나는 그런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직 너무 많다. 각자 개인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다 영화 같고 드라마틱한 순간을 볼 수 있다. 계속 그런 다양한 이야기들이 세상에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영화 <기도하는 남자>의 정인 역을 맡은 배우 류현경의 모습.

영화 <기도하는 남자>에서 정인 역을 맡은 배우 류현경의 모습. ⓒ (주)랠리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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