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도하는 남자> 개척 교회 목사 태욱 역을 맡은 배우 박혁권의 모습.

영화 <기도하는 남자> 개척 교회 목사 태욱 역을 맡은 배우 박혁권의 모습. ⓒ (주)랠리버튼

 
"엔딩 장면이 아쉬웠다. 내 연기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건이 된다면 다시 한 번 찍고 싶어서 감독님께 하루만 더 시간을 내서 찍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기도하는 남자> 개봉을 앞두고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 박혁권은 아쉬움이 잔뜩 배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미 오랜시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였지만, 연기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만큼은 한결같았다. 

박혁권은 <기도하는 남자>에서 위험한 유혹 앞에서 갈등하는 목사 태욱을 연기했다. 벌이가 마땅치 않아 하루 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개척교회 목사 태욱에겐 당장 돈 5천만원이 필요하고, 그런 태욱 앞에 위험한 유혹이 넘실거린다. 영화는 위기에 빠진 태욱과 그의 아내 정인(류현경)의 심리를 따라가며 인간이 돈의 유혹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그린다. 

1993년 소극장 '산울림'의 단원으로 첫 연기를 시작한 배우 박혁권은 드라마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SBS <여우각시별>, <녹두꽃> 그리고 영화 <해치지않아>, <더펜션>, <장산범> 등에서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25년이 훌쩍 넘는 연기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이지만, 고난이도 액션 연기 경험은 전무하다고. 복싱, 무에타이 등 격투기를 수련한 적이 있다는 박혁권은 "하드코어 액션을 해보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차가 폭발하고 현란한 무술 액션이 난무하는 '재키찬' 식의 아닌 배우 백윤식이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보여준 실전 액션의 연기가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구상도 전했다.

감독으로부터 <기도하는 남자>가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말을 듣고 스스로 자신의 출연료를 최저시급에 맞춰달라고 요청하는 등 남다른 마음 씀씀이를 가진 박혁권은 "영화 개봉은 잔치와 같다. 음식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초대한다. 드라마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다"라며 "연극도 비슷한 측면은 있지만 영화가 더 잔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준비했고 평가는 손님들의 몫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다음은 배우 박혁권과 나눈 일문일답.
 
"교회에서 기도하는 장면, 낯설었다"  
 
 영화 <기도하는 남자> 개척 교회 목사 태욱 역을 맡은 배우 박혁권의 모습.

영화 <기도하는 남자> 개척 교회 목사 태욱 역을 맡은 배우 박혁권의 모습. ⓒ (주)랠리버튼


- 개척교회 목사를 연기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저에겐 교회에서 기도하는 장면이 낯설었다. 난 무신론자에 가깝기도 했고 (목사를 연기하는) 그림이 잘 안 그려졌기 때문에 감독님께 처음에는 자신 없다고 그랬다. 저랑은 완전 다른 세상의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연기 준비는 어떻게 했나?
"예전에 교회는 몇 번 가 본 경험이 있었다. 기도하는 동영상을 보며 준비했다. 그리고 조언이 필요할 땐 목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곤 했다. 이외에도 목사를 연기하는 데 있어 조언을 구할 방법은 많이 있었다."
 
- 등장인물 중 공감되는 캐릭터가 있었나.
"각 인물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볼 때 그럴 수도 있겠다는 공감을 했다. 장모님도 그렇고 정인에게 어떤 제안을 하는 학교 동기도 뜬금없긴 하지만 뉴스에서 볼 수 있었던 상황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형 교회 목사님 아들 캐릭터도 그렇고 각자의 입장에서 할 수도 있을 법한 행동들을 하는 것 같아 설득력이 있었다."
 
- 만약 실제로 극 중 태욱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비슷하게는 움직였겠지만 현실에서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방법들을 생각했을 것 같다. 일단 교회는 정리하고 현장에서 목회활동을 하면서 돈 버는 일을 선택했을 것 같다. 개척교회를 잘 유지시키고 키워나가는 것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면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재정적인 전문가나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 이야기를 해봤으면 어떨까 한다."
 
- 극 중 태욱과 박혁권의 공통점이 있나? 차이점은?
"아픈 것을 티내지 못하는 게 비슷하다. 사향침 맞을 때도 이게 진짜 아픈데 불구하고 나는 아픈 표정을 전혀 짓지 못했다. 극 중 태욱도 아픈 티를 전혀 못 내더라. 다른 점은... 나 같은 경우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일이 생기면 누구하고든 함께 회의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배경이지만, 핵심은 사람 이야기
 
- 교회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종교 영화로 인식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교회를 배경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종교보다는 개인 가족 이야기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란 사실을 알게될 것이다. 목사의 이야기라기보단 목사가 직업인 어떤 사람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론 <기도하는 남자>를 그런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는 장면이 있다고 들었다.
"감독님의 생각이 있고 배우로서의 생각이 있다고 본다. 같은 영화를 찍는 것이지만 목적이 다르다. 내가 따라가야 할 목표는 상황에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다. 집에는 가야 하기 때문에 팬티 바람으로 갈 순 없으니까 옷을 하나씩 주워서 걸어가는 것일 뿐이다. 배우는 행위 자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적으론 배제해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 캐스팅 과정에서 '출연료를 최저시급으로 받겠다'고 했다 들었다.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을 당시에 예산 이야기를 들었다. 대본이 재미있었고 나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예산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제작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가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저는 그냥 최저시급만 계산해서 가져가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영화 <기도하는 남자> 개척 교회 목사 태욱 역을 맡은 배우 박혁권과 정인 역을 맡은 배우 류현경의 모습.

영화 <기도하는 남자> 개척 교회 목사 태욱 역을 맡은 배우 박혁권과 정인 역을 맡은 배우 류현경의 모습. ⓒ (주)랠리버튼


- 감독님과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에는 강동원이 영화를 찍는 줄 알았다. 나중에 보니 강동헌이더라. 감독님이 촬영 출신이라서 그런지 현장에서 촬영과 관련해선 효율적으로 계산을 하더라. 개인적으론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었다."
 
- 촬영 현장에서 아쉬웠던 점?
"엔딩 장면이 아쉬웠다. 스스로의 연기가 썩 마음에 들진 않았기 때문이다. 여건이 된다면 다시 한번 찍고 싶어서 감독님께 하루만 더 시간 내서 찍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다음날 카메라를 반납해야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제가 돈을 내는 한이 있더라도 가능하기만 하다면 찍는 게 어떠냐고 제안 드렸다. 하지만 촬영감독님이 다른 스케줄이 있다더라. 그래서 더 아쉬웠다. 하지만 주어진 여건 안에서 최선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결국 배우의 능력이기도 하다. 조건이 언제나 나한테 맞춰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에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 류현경과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류현경씨가 한다고 해서 '아 정말 잘됐다' 싶었다. 연령대나 이런저런 조건을 생각했을 때 배우 선택의 폭이 넓진 않았기 때문이다. 류현경씨와는 한두 번 인사를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안면이 있었다. 대본을 보면서 류현경씨와 정말 잘 맞다고 생각했다."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소극단 생활
 
- 극단에서 처음 배우 일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한 20년 정도를 극단 배우로 살았다. 대학로 연극부터 시작했다. 연습을 너무 열정적으로 해서 자다가도 그 꿈을 꾸곤 했다. 24시간 연기만 생각하고 살았던 시기다. 그때 공부했던 열정으로 지금까지 먹고 사는 것 같다. 무식할 정도로 연기 연습을 했다. 혼자 연습실 가서 온종일 소리를 계속 지르곤 했다. 목이 아파서가 아니라 귀가 아파서 병원에 가곤 했다."
 
- 다시 극단에서 연기할 계획이 있는지?
"연극을 안 한 지 16년 정도 된 것 같다. 최근 작품을 보고는 있다. 딱히 이거다 하는 것은 아직 안 나타나고 있다. 원래는 4월에 하기로 했던 작품이 있었는데 그 프로제ᅟᅦᆨ트가 잠정 중단되는 바람에 다음 기회를 봐야 할 것 같다."
 
-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이정은과 인연이 있었다던데?
"공연을 같이하진 않았지만 제가 하는 공연을 이정은 누나가 보러 오시고 저도 누나가 하는 공연을 보러 가곤 했다. 제가 공연하는 걸 보고 누나가 칭찬한 적이 있다. 이정은이라고 하면 당시에 연기 잘하는 거 다들 알았으니까 누나의 칭찬은 남달랐다. 기분이 더 좋았다."

- 연극 연기와 드라마-영화 연기의 차이점이 있다면.
"배우 입장에서 연극에 매력적인 부분이 훨씬 많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카메라 매체 연기는 기술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편집, 사운드, 조명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연기보다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들이 더 많다. 연극은 제 능력껏 할 수 있으니까 배우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다. 소리와 템포도 극단 배우들은 다 직접 조절한다."
 
-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나 장르가 있다면?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백윤식 선생님이 하셨던 액션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 '재키찬' 식의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실제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액션이 좋다. 차 폭발하는 액션보다는 인간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그런 액션을 해보고 싶다. 보통 액션 영화들은 과장되고 현란한 것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코믹 장르는 깔고 가는 편이다. 저만의 코믹 요소가 있는데 너무 많이 쓰진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평소에도 사람을 웃기는 것을 좋아한다. 스스로 생각할 때 유머센스가 있는 것 같다. 하드코어 액션이 아니면 아예 끝장 코미디로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도 다 웃기다. 서로 웃기려고 막 경쟁한다. 저 역시 남들을 웃길 때 쾌감을 느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늘 하루만 살아가는 사람처럼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