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을 한 신부님> 영화 포스터

▲ <문신을 한 신부님> 영화 포스터 ⓒ 알토미디어(주)


소년원에 수감 중인 다니엘(바르토시 비엘레니아 분)은 그곳을 담당하는 토마시 신부(루카즈 시므라트 분)의 미사 집전을 도우며 신부의 꿈을 키운다. 하지만, 신학교가 전과자를 받아주지 않는 현실 앞에 좌절한다. 출소한 다니엘은 토마시 신부의 도움을 받아 외딴 곳에 위치한 목공소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목공소로 향하던 다니엘은 우연히 성당에 들렀다가 엘리자(엘리자 리쳄벨 분)를 만난다. 엘리자에게 훔친 사제복을 보여주며 자신이 신부라고 거짓말을 한 다니엘은 얼떨결에 병든 주임 신부를 대행하여 성당을 임시로 맡는다. 다니엘은 고해성사, 미사에서 파격적인 행동을 선보이며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점점 신뢰를 얻어가던 다니엘은 마을 사람들이 감추었던 한 사고를 접하게 된다.

폴란드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폴란드에선 3개월 동안 신부를 사칭한 19세 소년을 언론에서 대서특필한 적이 있다. 사건을 접한 각본가 마테우리 파체비츠는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소년원의 일과 마을 전체를 뒤흔든 사고를 덧붙여 <문신을 한 신부님>을 썼다.
 
<문신을 한 신부님> 영화의 한 장면

▲ <문신을 한 신부님> 영화의 한 장면 ⓒ 알토미디어(주)


연출은 <수어싸이드 룸>(2011)으로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되고 <바르샤바 1944>(2014)로 1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폴란드의 젊은 거장 얀 코마사가 맡았다. 그는 신부를 사칭한 사건의 핵심은 소년이 실제 신부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한다.

"그 소년은 교회의 전통적인 교리를 따르지 않는 방식으로 신도들에게 다가갔다. 바로 그런 점이 신도들을 사로잡았다. 실체가 밝혀진 이후에 신도들은 배신감을 느꼈지만, 소년의 방식이 많은 신자를 새롭게 끌어들였던 것은 분명하다."

<문신을 한 신부님>은 설정만 본다면 탈옥한 죄수들이 신부 행세를 하는 <천사탈주>(1989), 우연히 범죄 현장을 목격한 삼류가수가 수녀원에 숨게 되는 <시스터 액트>(1992)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문신을 한 신부님>은 코미디 장르에 가짜 종교인이란 설정을 녹인 할리우드 영화들과 결을 달리 한다. <문신을 한 신부님>은 몇 겹의 레이어로 신앙의 본질을 묻는 흥미롭고 새로운 종교 영화다.

죄수 통해 바라본 지금의 종교
 
<문신을 한 신부님> 영화의 한 장면

▲ <문신을 한 신부님> 영화의 한 장면 ⓒ 알토미디어(주)


<문신을 한 신부님>의 곳곳엔 성경 속 예수가 스며들어 있다. 영화 초반부엔 다니엘과 처음 만난 마을 성당의 주임 신부는 함께 헌금을 세자고 말한다. 주임 신부처럼 세속화되어버린 성당을 벗어나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다니엘은 타락한 유대교를 비판하며 성경을 가르친 예수를 닮았다.

영화가 성경과 예수를 인용한 지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목공소로 향하는 다니엘이라는 캐릭터 설정은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예수에서 가져왔다. 은화 30전에 예수를 팔았던 가롯 유다처럼 다니엘의 정체를 폭로하겠다며 협박하는 인물도 나온다. 십자가와 보혈, 죽음과 부활도 다른 형태로 영화 속에 나타난다. <문신을 한 신부님>은 예수의 재해석을 통하여 오늘날 그리스도교를 반추하길 원한다.

<문신을 한 신부님>이란 제목 그대로 다니엘의 몸엔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범죄자인 그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낙인이다. 다니엘은 삶의 두 번째 기회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친다. 그러나 문신처럼 새겨진 범죄자 낙인은 그의 앞길을 막는다. 훔친 사제복은 그의 문신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엔 미심쩍은 눈으로 다니엘을 보던 사람들은 사제복을 입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마을 사람들이 믿은 건 다니엘의 가르침인가, 아니면 다니엘이 입은 사제복인가? 영화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문신을 한 신부님> 영화의 한 장면

▲ <문신을 한 신부님> 영화의 한 장면 ⓒ 알토미디어(주)


다니엘은 마을 사람들이 감추었던 사고를 접하며 그들의 집단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개인, 공동체, 종교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다니엘은 진짜인 척 연기하는 가짜 신부다. 마을 사람들은 투철한 신앙심에 숨겼던 폭력의 얼굴을 드러낸다.

사건의 진실을 묻는 다니엘에게 시장은 신경을 쓰지 말라고 협박한다. 시장은 주임 신부와 결탁하여 진실을 은폐하여 왔다. 이들의 거래는 '종교의 정치 도구화'를 의미한다. 다니엘은 단호히 말한다. "당신에게 힘은 있어도 옳은 건 접니다"라고.

영국의 한 매체는 <문신을 한 신부님>을 "모두에게 공감을 주는 종교적 우화"라고 평가하며 영화가 인용하고 변형한 성경과 예수에 대해 호평했다. 다른 매체는 "사람들의 믿음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현명한 풍자"라고 적었다. 사람을 선한 길로 이끌지 않고 사회 또는 국가의 통제 수단으로 악용된 종교를 비판한 것이다.
 
<문신을 한 신부님> 영화의 한 장면

▲ <문신을 한 신부님> 영화의 한 장면 ⓒ 알토미디어(주)


폴란드는 국민의 95%가 가톨릭 신자인 '가톨릭의 국가'다. 쳉스토호바는 카톨릭의 성지로 유명하고 폴란드의 공휴일 가운데 2/3는 가톨릭과 관련되어 있다. 폴란드의 근현대사는 독일, 러시아 등의 침략으로 인해 고난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런 시련 속에서 사람들을 지켜주었던 것은 신앙이다. 가톨릭 신앙은 곧 호국 정신과 맞닿아 있다.

과거 폴란드 영화는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재와 다이아몬드>(1958),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물속의 칼>(1962)을 내놓았던 1950~1960년대와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이 <시골뜨기 배우>(1980), <유로파 유로파>(1990)를 선보이고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이 10부작 시리즈 <십계>와 <세 가지 색> 시리즈로 활약하던 1980~90년대에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현재 폴란드 영화는 <이다>(2015), <야누스 데이>(2016), <늑대의 아이들>(2018), <문신을 한 신부님>(2019) 등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영화들은 폴란드를 지탱했던 신앙을 날카롭게 성찰하고 진정한 복음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레이블 유로파 시네마'상, '에디포 레'상 수상작.
문신을 한 신부님 얀 코마사 바르토시 비엘레니아 엘리자 리쳄벨 알렉산드라 코니에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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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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