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방영된 올리브 '호동과 바다'의 한 장면.

지난 28일 방영된 올리브 '호동과 바다'의 한 장면. ⓒ CJ ENM

 
지난해 강호동은 바쁜 시간을 보낸 예능인 중 한 명이다. 비록 지상파 채널에선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케이블과 종편의 시즌제 예능을 중심으로 무려 15개 이상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쉴 틈 없는 활동을 했다. 

2020년 새해에도 강호동의 이런 다작 위주 활약은 계속 이어질 듯하다. 그의 첫 번째 선택은 놀랍게도 올리브의 다큐멘터리 <호동과 바다>였다.  

<섬총사>, <모두의 주방> 등을 통해 강호동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제작진과 다시 만난 것이지만, 예능인의 다큐 출연은 흔한 일이 아니다. 총 4부작으로 방영되는 <호동과 바다>는 과연 무엇을 담아내고 보여줄 것인가?

강원도 바다가 낳은 산해진미의 대향연
 
 지난 28일 방영된 올리브 '호동과 바다'의 한 장면.

지난 28일 방영된 올리브 '호동과 바다'의 한 장면. ⓒ CJ ENM

 
푸드 전문 채널의 신작답게 <호동과 바다>의 중심에는 강원도 바다에서 막 건져낸 생선으로 만든 제철 음식들이 있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바다를 품고 있는 사람들과 바다가 품고 있는 보물들을 찾으러 겨울 바다로 떠나는 사람내음 푸드다큐"라고 설명한다. 

이른 새벽부터 주문진항을 찾은 강호동은 직접 어선에 몸을 싣고 방어잡이에 나선다. 그의 첫 다큐멘터리를 위해 요즘 예능에서 널리 사용되는 휴대폰과 DSLR 대신 영화 전문 촬영 인력 및 장비까지 동원될 만큼 <호동과 바다>에는 다른 작업 방식이 동원되었다.  

강호동은 출렁이는 파도에 연신 멀미로 고생하지만, 선장님과의 유쾌한 대화를 이끌어내며 방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안방까지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12kg짜리 방어로 만들어낸 각종 회요리로 고된 조업의 피로를 잠시나마 푼 그는 곧장 또 다른 촬영지인 고성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곳에서 만난 또 다른 제철 음식은 맑은 명태탕이었다. 강호동은 코다리 조림과 깍두기가 어울어진 지역의 요리를 맛봄과 동시에 명태에 얽힌 각종 이야기와 정보 등을 소개하면서 저녁 시간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했다. 

강호동도 잠시 당황한 다큐
 
 지난 28일 방영된 올리브 '호동과 바다'의 한 장면.

지난 28일 방영된 올리브 '호동과 바다'의 한 장면. ⓒ CJ ENM

 
가벼운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호동과 바다>의 첫 방영분(28일)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 되었지만 보는 사람들의 견해에 따라선 100% 만족스런 방송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전문적인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엔 강호동의 출연이 보여주듯 예능의 기존 화법이 방송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그렇다고 해서 예능으로 보기엔 왁자지껄한 내용의 부재로 인해 다소 심심한 맛이 느껴질 수도 있다. 전문 성우를 대신해 국악인 이소연, 이광복이 담당한 내레이션 역시 전형적인 다큐의 방식 중 하나였다.   

다큐 팬이든, 예능 팬이든 각각의 입장에선 다른 관점에서 발생하는 아쉬움이 분명 존재한다. 30년 가까운 방송 경력을 가진 강호동조차 처음 보는 촬영 장비와 영화 제작 전문 인력들과의 만남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으니, 시청자들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비록 이질적인 환경이 지배하는 첫회였지만 본격적으로 촬영이 지속되면서 강호동은 점차 적응하기 시작했다. 일반인 출연자들로선 어색할 수밖에 없는 방송 촬영의 긴장감을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풀어 주는 것 역시 그의 몫이었다. 강호동이 지닌 예능의 가벼운 몸놀림이 결합되면서 <호동과 바다>는 색다른 푸드 다큐멘터리로서의 틀을 조금씩 갖춰나갔다. 

예능의 끝은 정말 다큐멘터리일까?
 
 지난 28일 방영된 올리브 '호동과 바다'의 한 장면.

지난 28일 방영된 올리브 '호동과 바다'의 한 장면. ⓒ CJ ENM

 
지난 2016년 MBC <무한도전> 예능총회편에 출연했던 예능 대부 이경규는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겨 당시 화제를 낳은 바 있다. 물론 현재 예능에선 여전히 리얼리티, 관찰 카메라 등 기존 방식의 프로들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고 아직까지 그의 예언(?)은 현실화되진 못하고 있다.

그런데 <호동과 바다>를 지켜보는 동안 이경규의 발언이 불현듯 떠올랐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라는 간판을 내걸긴 했지만, 강호동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하려는 의도도 살짝 엿보였기 때문이다. 

시끌벅적한 웃음을 갈구하는 이들을 위해 복고풍 버라이어티 예능이 속속 등장하는 것처럼 따뜻함을 느끼고 잔잔히 웃음지으면서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겐 다큐적 요소를 강조한 프로그램이 가장 적절한 처방전(?)일 것이다. 

분명 <호동과 바다>는 강한 양념이 가미된 요리라기 보단 다소 심심한 맛이 감도는 시골 음식의 내음에 가까운 방송이었다. 하지만 곱씹을 수록 뒤늦게 진한 풍미가 느껴지는 묘한 매력 만큼은 듬뿍 담고 있었다. 예능 대가 강호동의 흥미로운 도전은 맑은 명태탕과 함께 뚝딱 사라진 공기밥처럼 시청자들의 마음 속 빈 자리를 채워갈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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