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컷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컷 ⓒ 쇼박스

 
1979년 10월 26일 '그 일'은 왜 일어났을까.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하는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오는 22일, '10.26사태'의 전말을 파헤치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남산의 부장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커다란 변곡점이었던 '10.26사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그 사건은 왜 일어났을까. 그 계획을 실행하기 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 김재규 중정부장 사이에는 당시 어떤 일이 있었나. 영화는 이러한 의문점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며 그 날의 진실에 한발짝 다가간다.

김충식 전 동아일보 기자가 쓴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가 영화의 원작이다. 원작은 우리나라 첫 정보기관이었던 중앙정보부의 18년 역사를 기록한 기획 취재록으로, 당시 제2의 권력자였던 중앙정보부장을 '남산의 부장'이라 불렀던 것에서 제목을 따 왔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의 방대한 분량 중에서 김재규 부장이 박 대통령을 저격하기 직전의 40일에 집중한다.

우리 모두가 아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지만 극 중에서는 가명을 사용한다. 김재규 부장은 김규평 부장으로, 차지철 실장은 곽상천 실장으로 바꿨다. 이는 고증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실존 인물을 좀 더 자유롭게 묘사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김규평(이병헌 분)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부마항쟁을 진압하기 위한 계엄령에 반대하고 야당과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그렇기에 "탱크로 다 밀어버리면 된다"는 곽상천 실장(이희준 분)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박통(이성민 분)은 김규평 중정부장과 곽 경호실장을 놓고 저울질하지만 결국 무게추는 점점 한쪽으로 쏠린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컷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컷 ⓒ 쇼박스


김규평의 충언을 박통은 탐탁지 않게 받아들이고 박통의 오판은 수많은 국민들을 희생시킨다. 영화를 보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고 말했던 김재규에게 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그는 사실 5.16 쿠데타의 주역이었고 1979년 그 시각에도 남산 중앙정보부에서는 민주 인사들을 잡아들여 고문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김규평의 고뇌에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10.26사태'의 전 단계로 '코리아 게이트'를 짚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실제로는 1977년 발생한 코리아 게이트를 작품에서는 10.26의 40일 전으로 옮겨서 묘사한다. 김형욱 전 중정부장은 극 중에서 박용각(곽도원 분)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등장하는데, 유신 정권에서 실각 당한 그는 미국으로 망명해 전 세계에 유신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고 이를 토대로 한 자서전 출판을 준비한다. 영화는 김규평과 박용각의 관계를 통해 김규평의 심리 변화를 밀도있게 연출한다. 실제로 김형욱과 김재규는 육군 선후배 사이였지만 영화에서 박용각과 김규평은 친구 사이로 그려진다.

한편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은 극 중에서 전두혁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건조하게 그날을 재현하는 이 영화에는 웃음 포인트가 거의 없지만, 시사회 때 전두혁이 등장하자마자 관객석에선 실소가 터졌다. 10.26사태에 집중하는 만큼 전두혁의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그의 마지막 장면은 특히 인상적인데, 우리 역사를 거울처럼 풍자하는 상징적인 신이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컷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컷 ⓒ 쇼박스


영화는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 국회의원 제명, 부마항쟁, 코리아 게이트 등 그 시대의 굵직한 사건들도 함께 다룬다. 그러나 이를 직접 재현하기 보다는 인물간의 대화에서 슬쩍 언급되고 지나가는 식이 대부분이다. 인물간의 심리 묘사에 집중하다 보니, 분명 곁가지가 되는 역사적 사실 설명에는 불친절한 편이다. 그렇다보니 중장년층이나 당시 역사를 잘 아는 관객을 제외하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2020년의 관객들에게 41년 전 사건인 '10.26사태'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영화는 해당 사건에 대한 정치적인 해석을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 대통령의 공과 과에 대해 평가할 여지를 두지 않으며 그 외 김재규, 김형욱, 차지철 등에 대한 가치 판단 역시 관객들에게 미룬다. 

설 연휴 특수를 겨냥한 개봉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는 조금 무거운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우리가 과거를 보고 무엇을 배워야 할지 가족간, 세대간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 줄 평: 2020년에 다시 보는 '10.26사태', 건조한 사실만 남았다
별점: ★★★★(4/5)

 
영화 <남산의 부장들> 관련 정보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제작: (주)하이브미디어코프 , (주)젬스톤픽처스
배급: (주)쇼박스
러닝타임: 114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0년 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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