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포털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지에 남성 연예인들의 카카오톡 대화창 캡처 사진이 동시 다발적으로 올라왔다. 이후 실시간 검색어에 배우 주진모씨의 이름이 올라왔고, 대화 참여자가 주씨와 동료 연예인 A씨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이번 일은 지난 7일 주씨의 소속사인 화이브라더스가 "최근 주진모씨의 개인 핸드폰이 해킹된 것을 확인했다. 배우의 사생활 보호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취합한 자료를 바탕으로 법적 대응을 취할 것"라고 밝히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이후 사안이 일파만파 번지자 주진모씨는 지난 16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제 문자메시지에 언급된 지인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였다. 제 문자메시지에 언급되었던 여성분들께도 어찌 사죄를 드려야 할지, 사죄가 될 수 있을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라고 밝혔다. 

소속사와 주진모씨 입장을 종합해보면, 주씨는 최근 스마트폰을 해킹 당했고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 온라인에 유포된 카톡창 대화는 주진모씨 스마트폰에 대한 해킹에서 비롯된 셈이다. 하지만 그날 이후 대다수의 비난은 '해킹'이 아닌, 오히려 주진모와 그 동료 연예인에게 쏟아졌다. 두 사람이 공유한 여성들의 사진과 그에 대한 대화 내용 때문이었다.

일부 언론의 부적절한 어뷰징 행렬
 
 배우 주진모

배우 주진모 ⓒ 연합뉴스

 
두 사람의 대화창 캡처 사진에는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의 사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또한 여성의 얼굴과 몸에 대해 구체적으로 품평하고 성매매 업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정황도 포함돼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 주진모와 A씨는 해킹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대화 내용에 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비판 받아야 할 사람이 두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10일 논란이 불거진 후 포털 사이트에는 주진모씨와 함께 그의 아내 이름을 실명으로 게재한 기사들이 앞다퉈 올라왔다. 유명 남자 연예인의 다소 적절하지 않은 사생활이 공개된 이후, 일부 언론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그의 아내였다.

언론사들은 "주진모가 해킹 피해를 알린 가운데, 그의 아내에게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며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부터, 아내의 프로필과 외모, 두 사람의 연애 시절 목격담, 주씨 아내가 과거 SNS에 올린 내용 등을 기사화했다.

의혹이 제기된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관련도 순으로 나열한 기사 100건을 '빅카인즈'(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편집자 말)로 분석한 결과, 주씨의 아내 이름은 연관 단어로 총 88회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씨 아내의 실명은 클릭을 유도하기에 최적의 키워드였다. 네이버 데이터랩으로 분석했더니, 사건이 공론화되기 하루 전인 9일에는 주씨 아내에 대한 키워드 검색량이 0에 가까웠다. 그러나 10일에는 59, 11일에는 최고수치인 100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12일 '주진모'가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가자 그의 아내에 대한 검색량도 급격히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네이버 데이터랩: 네이버에서 해당 검색어가 검색된 횟수를 일별/주별/월별 각각 합산하여 조회 기간 내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하여 상대적인 변화를 나타냄).

여전히 과거 방송분으로 장사하려는 언론들

이러한 '어뷰징 기사'(부적절한 방식으로 클릭 수를 높이려는 기사)들을 보면서 앞서 가수 김건모의 성폭력 의혹이 떠올랐다. 그때도 양상은 비슷했기 때문이다. 처음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던 지난해 12월 6일, 포털사이트에는 그의 약혼자 장아무개씨에 관한 기사가 끊임없이 업로드됐다. 6일부터 1월 19일까지의 한 달여 동안 기사 1000건을 분석한 결과 '김건모'와 관련된 키워드 '장아무개씨'(723회)은 '성폭행 혐의'(541회)보다 높은 빈도수를 보였다. 문제의 본질보다도 약혼자에게 주목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 주진모 사태의 피해자는 카카오톡 채팅에 등장하는 여성들뿐만이 아니다. 사건이 불거진 후 주씨 아내는 SNS 계정을 없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여전히 과거 방송에서 언급됐던 부분까지 모두 끌어모아 어뷰징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주진모'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해당 키워드를 넣어서 쓸 수 있는 기사는 모조리 작성한 것이다. 그것이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기사에 언급된 이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물론 조회수는 광고 수익과 직결된다. 이는 언론사가 조회수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며, 어뷰징 기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회수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수익 타령'만을 하며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유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언론계의 자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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