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 예능을 보다가 문득 이런 말을 내뱉게 됩니다. "다시 태어나면 저 캐릭터(사람)처럼 살고 싶다." '2020은 이 사람처럼'에서는 닮고 싶은 영화와 드라마 속 캐릭터(사람)들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올해 계획은 다들 세우셨나요

올해 계획은 다들 세우셨나요 ⓒ 픽사베이

 
올해도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나갔다. 새해가 되면 습관처럼 하게 되는 일이 있다. 바로 계획 세우기다. 다이어트, 승진, 자기계발, 여행, 건강 등 거창한 계획부터 소소한 계획까지 빼곡히 다이어리를 채워 가지만 늘 작심삼일로 끝나기를 반복한다. 올해도 진작 계획은 세웠지만 며칠 가지 못하고 어영부영. 연말이 오면 이루지 못한 계획을 되돌아보며 푸념한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후회하기는 아직 이르다. 기회가 몇 번 더 남았다. 1월 1일, 해가 바뀌면서 신년인사와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구정을 진짜 새해라고 생각한다면. 아직 일말의 기회가 남았다는 뜻이다. "그래 새해는 구정부터야!"

설날 세운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났다고? 괜찮다. 또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3월 새 학기다. 그때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당신의 2020년을 언제나 응원한다. 정신 차리고 다시 시작하는 그때가 진정한 시작이다. 꿈을 이루기에 늦은 때란 없다. 그래서 준비해봤다. 새해에는 이 사람들을 따라해 본다면 연초 계획을 조금 이룬 게 아닐까. 다양한 인물들을 유형별로 모아봤다. 함께 살펴볼까?

열정과 순수함이 충만한 타입-20세기를 산 21세기형 천재 양준일
 
 JTBC <특집 슈가맨, 양준일 91.19> 화면 캡처

JTBC <특집 슈가맨, 양준일 91.19> 화면 캡처 ⓒ JTBC

 
30년 만에 무대에 다시 오른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며 수줍게 말하는 사람. 하지만 불이 꺼지고 음악이 흘러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수 양준일로 돌아가는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을 원했다. 뼛속까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순수함으로 충만한 아티스트 양준일이다.

양준일은 작년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에 등장해 2020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람이다. 그를 지칭하는 수많은 수식어 중에서도 가장 많은 단어는 '열정'과 '순수'다. 시대가 받아들이지 못한 음악과 예술적 열정, 끼를 다시 꺼낼 수 있는 용기는 지닌 사람이다. 가장 큰 동기는 팬들의 사랑이었다. 값진 청춘을 늘 투명 인간 취급받으며 멸시를 견디며 지냈지만,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들의 따뜻함에 30년 동안의 응어리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말한다.

인생은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생방송과 같다. 누구나 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말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망했다는 부정적인 단어를 재정비하는 긍정의 힘이다. 누구나 인생의 실패는 찾아온다. 원하는 것을 내려놓으면 또 다른 것을 가질 수 있는 길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올해도 힘들고 지치는 일이 생길 때마다 가수 양준일의 말을 곱씹으며 살아가고 싶다.

"네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어."

소수의 편에 서는 정의로운 타입-평등을 위해 평생을 보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스틸컷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여전히 차별과 혐오가 계속되는 오늘날, 약자의 편에 서서 평등을 위해 싸운 전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BG)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한때 좀비, 마녀, 악랄한 운동가, 소송사냥꾼, 대법원의 수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80대란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건강한 몸과 마음은 젊은 층의 우상으로 급부상했다.

1950년은 여성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법 제도와 생활 곳곳에 차별은 만연했다.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꿈은 전문직 남성과 결혼을 최선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RBG는 유대인, 여성, 어머니, 딸, 아내, 학자, 대법관이란 타이틀을 묵묵히 걸어왔다. 성차별 합법, 여성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음에 부당함을 느끼고 반대의 목소리를 낸 사건뿐만 아니라 임금차별, 부당 처우, 이중잣대, 임신중절 금지, 사회 보험 등 젠더 평등과 여성 및 남성의 해방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편견에 짓밟히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꼰대와 어르신의 사이에서 혐오가 만연한 우리 사회 존경을 심어주는 실존 인물이자 영화 캐릭터다. 다큐멘터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와 극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으로 작년 한 해 주목 받았다. 성별을 떠나 소외된 목소리를 대변했던 정의로운 인물로 세상을 바꾼 작은 영웅이란 칭호가 잘 어울린다.

나를 사랑하는 자존감이 큰 타입- 나답게 사는 게 어때서,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영화 <콜레트> 스틸컷

영화 <콜레트> 스틸컷 ⓒ (주)NEW,(주)팬 엔터테인먼트

 
예술가들이 모이는 파리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대. 지금으로 치자면 인플루언서였던 콜레트는 당시 여성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여성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울 수 없는 시대였기에 편집자인 남편의 조언으로 소위 잘 팔리는 소설을 쓰게 된다.

콜레트는 절대 남성 작가가 알 수 없는 여성의 경험을 토대로 여성주의 소설을 써 내려갔다. 자전적인 이야기 속 자신을 형상화한 '클로딘'을 전면에 내세운 소설은 인기를 끌었고, 다양한 굿즈와 브랜드까지 론칭 하게 된다. 실제로 남편 윌리와 콜레트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문화 융성기였던 벨 에포크 시기에 파리의 유행을 이끈 유명 인사였다.

그러나 소설이 메가 히트를 기록하지 부와 영광은 오로지 남편의 몫이기만 했다. 이에 콜레트는 독립을 선언한다. 훗날 소수자, 여성, 신인이란 이유로 그림자 같은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을 대변하게 된다. 콜레트는 알을 깨고 나오려는 세상의 모든 여성들, 자신의 진짜 재능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외치고 있다. 나 자신을 뛰어넘어 진짜 내가 되어 보라고 말이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격려와 용기를 심어준다.

또한 잃어버린 나다움과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은 수많은 여성들을 뒤흔든 고무적인 캐릭터이자 실존 인물이다. 편견에 맞서고 늘 도전하길 좋아하는 확고한 개성을 지녔다. 누가 뭐라든 100년 전 자기다움을 찾으며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산 당당한 여성이다. 펜을 든 여성은 강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는 용기, 갈등과 실천 사이 당당함은 빛날 것이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연기한 영화 <콜레트>로 만나볼 수 있다.

일편단심 변하지 않는 타입- 처음과 같은 신념 <천문: 하늘에 묻는다> 장영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컷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 허진호 감독의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는 세종과 장영실을 우정 이상의 관계로 다뤘다. 천출에서 관직까지 올라 천재성을 발휘했지만 안여 사고로 곤장 100대를 맞고 돌연 사라진 장영실을 스크린에 소환했다. 장영실의 과학적 업적 보다 임금과 신하의 관계, 즉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영화에서는 계급이 다른 두 남자가 학문과 우정을 나눈다는 설정이다. 장영실은 세종의 원대한 꿈에 열과 성을 다해 지지할 여력이 있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학문을 향한 열정과 임금을 향한 초지일관이 더해져 조선의 과학 융성에 많은 기여를 했다.

배신이 판치는 세상에 오로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한 일편단심.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환산할 수 있다. 처음 시작한 뜻을 밀고 나가 끝까지 지키지는 어렵다. 어쩌면 처음과 같이 한결같다는 말은 요즘같이 빠른 변화 속 힘든 약속임을 느낀다. 그게 꿈이든 관계든 됨됨이든 한결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을 나누길 좋아하는 타입- 배려와 존중의 아이콘, <벌새> 영지 선생님
 
 영화 <벌새> 스틸컷

영화 <벌새>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내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여기는가. 어딜 가나 구성원간의 소통이 원할지 않으면 관계는 어긋나게 되어있다. 때문에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당신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다.

따스한 위로가 가슴 속에서 동심원을 이룬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잘 산 인생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문 선생님 영지(김새벽)는 은희에게 그런 존재다. 함부로 사람을 동정하지 말라는 조언,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도 화내지 않는 평정심. 영지 선생님은 은희를 그저 중학생이 아닌 온전한 인간으로 대접해 준다.

슬프고 분노가 쌓이더라도 다도(茶道)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법도 알려준다. 영지 선생님은 '상식만천하 지심능기인(相識滿天下 知心能幾人)'을 칠판에 쓰며 묻는다.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이 세상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아는 사람은 능히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라는 명심보감 교우 편에 나오는 말이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배려와 존중의 아이콘이다. 지친 하루를 함께 하고픈 포근한 사람, 2020년은 영지 선생님처럼 살고 싶다.

나이를 잊은 멋스러운 타입- 인생은 육십부터, 밀라논나 장명숙
 
 떠오르는 60대 패션 유튜브 <밀라논나> 화면 캡처

떠오르는 60대 패션 유튜브 <밀라논나> 화면 캡처 ⓒ 밀리논나 유튜브

 
한국 사회에서 노년은 흔히 '꼰대'로 통하기도 한다. 자기 말만 하고 타인의 말은 듣지 않으려는 행동, 이러쿵 저러쿵하는 참견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닮고 싶은 정도로 매력적인 노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죽을 때까지 변화하고 싶다는 인기 유튜버 '밀라논나' 장명숙은 고이지 않은 물이요. 닮고 싶은 노년으로 불린다.

'밀라논나'는 이탈리아어로 '밀라노 할머니'라는 뜻이다. 유튜브에서 그는 다양한 패션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 잘 나가는 60대이자 패션 유튜버인 그는 패션 감각과 연륜이 인기 비결이다. 밀라논나는 40여 년간 패션 컨설턴트로 일하며 쌓은 경력과 밀라노 유학 1세대의 경험, 삶의 지혜를 고스란히 구독자들과 공유한다.

단순히 은빛 머리에 옷 잘 입는 할머니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밀라논나가 가진 패션 철학은 삶의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다. 스타일링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법, 비슷한 옷을 자주 구매하기보다 옷을 잘 관리해 오래도록 입는 법, 가지고 있는 의상과 매칭 시켜 또 다른 콘셉트를 만들 수 있는 법,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법 등. 나이가 들어도 멋들어짐이 폭발하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성형이 유행처럼 번지더라도 자연스러운 주름과 하얗게 센 머리카락으로 패션 센스를 자랑하는 사람이다.

어르신의 혜안과 젊은 세대와도 격 없이 지내는 마음가짐이 밀라논나를 인기 유튜버로 만든 건 아닐까. 올해로 42년째 패션에 몸담고 있는 뚝심과 지적이고 건강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명품은 물건에만 있는 게 아니다. 멋있는 인생을 사는 노년에도 명품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다면 밀라논나에게 붙여야 마땅하지 않을까.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는 기품 있는 노년의 품격을 배워 볼 수 있다.

밀라논나의 올해 계획은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한다. 거창하거나 어려운 계획이 아니다. 누구나 바라고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아직도 이탈리아 사전과 영어 사전을 곁에 두고 언어를 공부한다는 그의 열의는 배움에 나이가 없음을 깨닫게 한다. 아,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자, 당신은 올해 어떤 계획을 세웠나? 다사다난 했던 작년에도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가 당신의 곁을 지켜주었다. 소개된 캐릭터의 공통 키워드를 꼽자면 '사람'이다.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을 끌어당겼다. 소외되고 아픈 사람, 그게 바로 자신이기도 했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사람 때문에 다시 일어나게 되는 아이러니한 삶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도 영향력을 행사한 현실 영웅들이다.

작년 한 해 당신을 울고 웃겼던 캐릭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것이다. 실존 인물도 있었을 거다. 그렇다면 올해 계획은 거창한 것보다 사소한 것을 추가해보는 건 어떨까. '2020년은 이런 인물처럼 살고 싶다'라는 계획부터 말이다. 물론 모두 지키기 어렵겠지만 삶의 방향으로 삼을만한 인물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인생의 롤모델은 먼 데 있는 게 아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