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트맨>에서 악마 교관 덕규 역의 배우 정준호의 모습.

영화 <히트맨>에서 악마 교관 덕규 역의 배우 정준호의 모습. ⓒ 롯데엔터테인먼트

 
"예전에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상황에 잘 믹싱 되어서 중장년층 사람들도 코미디 장르에 공감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2001년 <두사부일체>로 슬랩스틱 코믹 액션 연기의 정점을 찍었던 배우 정준호는 시간이 흐를수록 전통 코미디 장르 영화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 사뭇 아쉬운 듯 말했다. 그가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유는 <히트맨>의 시나리오가 쏙 마음에 들었기 때문도 있지만 코믹 액션 장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결심이었다.
 
영화 <히트맨>은 전직 암살 요원 에이스 준(권상우 분)이 웹툰 작가로 살아가다 술에 취해 자신의 과거를 웹툰으로 연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준호는 전직 암살 요원의 악마 교관 천덕규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 영화 <히트맨>에서 준(수혁) 역의 배우 권상우와 찰떡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대본에 없는 수많은 애드리브를 보는 것은 영화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영화 <히트맨>은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한다. 비슷한 장르의 영화 네 편이 같은 시기 개봉하는 점을 언급하며 정준호는 "우리만한 영화는 없다"면서 "<히트맨>을 먼저 보고 다른 영화들도 보시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양한 기관 및 단체의 홍보대사와 넓은 인맥으로 정평이 난 배우 정준호는 10년간 묵혀온 새로운 꿈이 있다. 그것은 한 영화의 연출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는 요즘 들어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감독의 꿈을 펼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이다.

그는 "최근 연출 의뢰를 받았다"면서 "충청도 조폭에 관한 이야기인데 시나리오 보고 연출을 해볼까 하는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정준호는 "예전부터 감독의 꿈을 이룬다면 등장인물에는 충청도식 캐릭터를 꼭 담아내고 싶었다"면서 "충청도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나눈 배우 정준호와의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옮긴 것이다.
 
 영화 <히트맨>에서 악마 교관 덕규 역의 배우 정준호의 모습.

영화 <히트맨>에서 악마 교관 덕규 역의 배우 정준호의 모습. ⓒ 롯데엔터테인먼트

 
-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TV 드라마 연기에 집중하다가 4년 만에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와서 무척 설렌다. 오랜만에 영화 현장에 돌아와 보니 예전만큼 여유로운 느낌은 없었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분량을 계획대로 찍지 않으면 안 되는 타이트한 상황이 많았다. 코믹 액션물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눈높이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세대 차이에서 오는 변화도 있었고 영화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도 한 몫 한 것 같다."
 
- 영화 연출에도 뜻이 있다고 들었다.
"배우들은 대부분 연출 욕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 학과를 나오면 보통 다 졸업 작품도 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법하다. 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다고 가정하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그림 속의 객체가 되고 싶지는 않다. 영화감독은 자신의 생각과 이상을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아내기 때문에 영화배우라면 한 번쯤 가질만한 것이 연출에 대한 욕심 아닐까. 10년 전부터 늘 연출에 대한 마음이 있었다. 연출을 맡게 된다면 이왕이면 내가 잘하는 쪽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큰 틀에서 써 본 7~8개 정도의 시나리오도 있다."
 
- <히트맨>은 어떤 영화인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실사와 웹툰 그리고 애니메이션, 이 세 가지 장르를 다양한 시나리오 안에 버무린 영화다. 중요한 건 이게 굉장히 적절하게 잘 구성되어있다는 점이다. 보기 드문 신선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대본만 5번 넘게 읽었다. 처음에는 그냥 만화 이야기 같다가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 보니 다른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됐고 매력에 빠져 감독님과 만났다."
 
- 이번에 맡은 역할은 조력자 악마 교관 역할이다. 코믹 액션 영화에서 주로 주연을 맡았는데 아쉬운 점은 없는가?
"역할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은 나이를 먹어가는 배우로서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저희 세대 때 <두사부일체>를 통해 주연으로 코믹 액션물을 하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투톱, 쓰리톱, 특별출연 등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역할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어떻게 작품 속에 융합하고 하나가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할의 크기를 떠나서 영화를 만들어가는 한 사람으로 참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천덕규 역할도 후배 요원들을 가르치며 돕고 이끌어가는 인물이기도 해서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것도 있다."
 
 영화 <히트맨>에서 악마 교관 덕규 역의 배우 정준호의 모습.

영화 <히트맨>에서 악마 교관 덕규 역의 배우 정준호의 모습. ⓒ 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에 나오는 국가 암살 요원 조직 방패연과 맡은 배역에 대해 설명해 달라.
"방패연이라는 조직은 어떻게 보면 암살 요원들의 탄생 배경이 독특하다. 정상적인 집 안에서 자란 친구들이 아닌 사고로 부모를 여의고 고아원에 가게 되어 있는 친구들을 국가가 필요할 때 쓰기 위해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악마 교관 천덕규 역을 맡았다. 극 중 천덕규 또한 그런 환경에서 살아왔다 보니 요원들에게 진심 어린 가르침을 준다. 카리스마 넘치는 악마 교관이 자신이 키운 오른팔처럼 아끼는 최고의 에이스 암살 요원이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죽은 척했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느끼고 망가져 간다.

실망감과 좌절감으로, 냉철하고 카리스마 넘쳤던 악마 교관 천덕규라는 인물의 망가짐에 매력을 느꼈다. 망가져 가는 계기를 보여주는 설정도 충실했고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상황 안에 명분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내 주변에도 과거 특수 요원 출신들이 많이 있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목숨 다 바쳐서 충성심을 가지고 일했는데 제대를 하고 나니까 그냥 쓰고 버렸다고 표현하더라. 극 중 천덕규도 국가에 충성하고 모든 것들을 바치다가 준을 사살하려는 모습을 보고는 많은 생각을 한다."
 
- 권상우와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연기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은가?
"배우 권상우는 나와 동향이다. 20분 거리 차이가 날 정도로 가깝다. 17년 전 뮤직비디오에서 처음 함께 출연한 이후 간간히 모임에서 봤다. 털털함과 남자로서의 순진한 매력도 갖춘 배우라고 생각한다.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잘됐다고 생각했다. 준이라는 캐릭터는 권상우가 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작 몇 개월 액션을 배워 암살 요원 준이라는 인물의 액션은 소화해내기 힘들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배우가 해야 했었고 그게 바로 권상우다. 웹툰 작가 수혁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짠내나는 리얼한 실생활의 가장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배우여야만 했다. 두 가지 중요한 포인트에 있어서 모두 권상우가 제격이었다.
 
- 액션 장면들은 어떻게 소화해냈나?
"여러 종류의 무기를 사용하는 특공 무술 훈련을 4~5개월가량 지도를 받고 촬영에 들어갔다. 보시다시피 국정원 암살요원에 특공 무술까지 배운 인물이라 액션 장면이 있다. 극 중 국정원은 평소 평범하게 지내다가 국가에 위기를 가져온다든지 테러 범죄자들로부터 위협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는 기지를 발휘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의 무술 액션은 굉장히 섬세하고 디테일하다. 보통 영화 조폭물에서 나오는 평범한 액션이 아니라 고단수 무술 기법을 요한다."

- 50대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액션이 힘들지는 않았나?
"골대까지 가서 슛을 넣는 순간에는 편하고 거기까지 가는 게 힘이 들 듯이 촬영 들어가기 전 리허설이나 준비운동이 더 힘들더라. 그리고 나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생각보다 액션 장면이 많진 않았다. 권상우 씨의 액션이 영화에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보통 액션 장면에는 대역 연기자를 쓰는데 권상우 씨도 그렇고 이이경 씨도 마찬가지로 다들 '제가 해보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임해서 액션을 직접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 그랬고 무사히 촬영을 마칠 때마다 무술 연습을 한 보람을 느꼈다. 대역 없이 직접 액션 장면을 찍으면 설령 완벽하진 않더라도 관객들이 '저건 저 사람이 직접 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액션 장면에는 배우들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히트맨>에서 악마 교관 덕규 역의 배우 정준호의 모습.

영화 <히트맨>에서 악마 교관 덕규 역의 배우 정준호의 모습. ⓒ 롯데엔터테인먼트

 
- 애드리브가 많았다고 들었다.
"보통 편집해서 잘리는데 내가 했던 애브리브는 다 살아있어서 놀랐다. 납치됐을 때 취조실에서 에이스 암살 요원 준을 향해 총을 딱 한 발만 쏴달라고 다른 요원에게 부탁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역시 애드리브였다. 이후 웹툰 편집장에게 내가 나쁘게 나온 내용이 담긴 부분을 올리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언제 식사 한번 하시죠'라고 하는데 평소 내가 누군가에게 신세 지거나 했을 때 자주 하는 말이다.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나오는 말을 애드리브로 녹였다. 이런 애드리브가 의외로 현장에서부터 빵빵 터지길래 평상시 내 행동과 말이 영화에 도움이 되었구나 싶더라."
 
- 전성기 때와 비교했을 때와 비교해서 나이를 안 먹는 동안 외모와 체격을 가졌다.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주름도 많이 생겼다. 안 늙는다는 건 모르겠고 건강관리를 위해 많이 먹으면서 유산소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1~2시간 수영하고 또 사우나도 한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지방 촬영을 가거나 밤샘 촬영을 하지 않은 한 365일 마찬가지다. 나의 이런 일상을 보고 제일 많이 놀란 사람은 내 와이프다. 배우들은 늦게 일어나거나 불규칙하게 생활할 줄 알았는데 새벽 2~3시에 들어와도 6시면 눈떠서 나가는 걸 보더니 엄청 놀라더라. 6시 알람을 맞춰도 항상 알람이 울리기 전 10분 전쯤 깨어날 정도다. 객지 생활 30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런 습관 때문 아닐까 한다. 누가 깨워서 일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 인맥이 넓은 걸로 유명한데 비결이 뭔가?
"리액션 연기가 가장 힘들 듯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야 한다. 부부 사이만 해도 그렇다. 살면서 부부싸움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푸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듣는 역할을 잘해야 좋은 인맥과 친구들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부탁이 들어올 때 거절하는 것을 잘해야 한다. 오랫동안 쌓아온 관계에서, 거절해야 하는 이유를 기분 안 나쁘게 잘 설명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그 관계가 망가지기도 한다. 거절은 짧게 설명하면 오해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최대한 기분 안 나쁘게 잘 설명해야한다."
 
- 다양한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하는 일들이 많다고 들었다.
"배우를 하면서 사업도 하고, 홍보대사 일만 100개 정도 하고 있다. 여기저기 회장과 봉사단체를 하다 보니 정신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집안일에는 집중하는 편이다. 주말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가끔 아내가 잔소리 좀 할 만하면 아내 대신 음식도 만들곤 한다. 여러 가지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정에 충실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 다음에 남이 있는 건데 가족에게 소홀한 사람이 남에게 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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