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출전 확정' 여자배구 대표팀...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전 (2020.1.12)
국제배구연맹
운명의 끝장 승부. 이보다 더 어울리는 단어를 찾기 어려웠다. 이 한 경기 직후 발생하는 차이가 천당과 지옥만큼이나 엄청나기 때문이었다.
한국과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딱 그랬다. 두 팀은 12일 태국 나콘랏차시마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대륙별 예선전)' 결승전에서 마지막 한 장 남은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마주했다.
결과는 한국의 세트 스코어 3-0(25-22, 25-20, 25-20) 완승이었다. 경기가 끝나자 한국과 태국 선수들은 모두가 끌어안고 폭풍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한국 대표팀의 이다영은 어린 아이처럼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됐고, 김희진은 옷깃으로 얼굴을 가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연경은 그런 후배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게 안아줬다. 선수들의 눈물 장면에서 그동안 올림픽 티켓 획득에 얼마나 부담감이 컸고 간절했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극심했는지 그대로 묻어났다.
태국 대표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폭풍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두 팀의 눈물의 의미는 극과 극으로 달랐다. 한국 선수들은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모두가 염원하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낸 '감격의 눈물'이었다. 태국 선수들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안타까움, 그리고 당장 대표팀 은퇴에 내몰리게 된 '회한의 눈물'이었다. 결과가 반대였다면, 눈물의 의미도 정반대로 바뀔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한판 승부였다.
불리함과 불안감은 '간절함'을 이길 수 없었다
사실 태국과 결승전 직전까지만 해도 한국 대표팀을 향한 극도의 불안감이 엄습했다. 선수 대부분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부상 병동'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태국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이라는 불리함까지 극복해야 했다. 혹시 모를 심판진의 편파 판정도 걱정스러운 대목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은 세계랭킹 9위의 한국이 14위 태국보다 다소 앞선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번 결승전처럼 중대하고 압박감이 큰 경기에서는 전력 이외의 변수로 승패가 엇갈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더군다나 한국은 2018년 아시안게임부터 최근 2년 동안 주요 국제대회에서 태국에게 1승 4패로 열세였다.
그러나 어떤 불리함과 불안감도 간절함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번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향햔 선수들의 간절함과 절박함은 비장감마저 들 정도였다.
김연경은 11일 준결승 대만전에서 한국이 1세트부터 패배 위기에 몰리자 복근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에 출전하겠다며 자청을 했다. 라바라니 감독이 "선수들을 믿으라"며 말려야 할 정도였다. 그 믿음에 보답하듯, 코트에 있는 선수들은 김연경 없이 결승 진출을 일궈냈다. 귀중한 휴식을 취한 김연경은 결승전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22득점)을 쏟아부으며 우승을 주도했다.
종아리 부상이 심해서 대표팀 교체까지 검토할 정도였던 김희진은 11일 준결승전 맹활약 이후 더욱 투혼을 불살랐다. 그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부상 상태가 어떻든, 태국전은 정말 중요한 경기다. 아픈 것 다 잊고 뛰겠다"고 말했다.
결승전 직후 이재영은 "태국전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허리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경기를 뛸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그래도 이 악물고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시합 때는 안 아파서 다행이었다"고 실토했다.
그는 또 "시합 때 간절함이 있었다. 결과가 너무 좋아서 다같이 울었다"며 인터뷰 도중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올림픽은 정말 꿈에 그리던 무대인데 꼭 한번 메달을 따고 싶다. (김)연경 언니 있을 때 한번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한국 배구의 최대 염원이었던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에 성공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간절함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쳤기 때문이었다.
올림픽이 무엇이기에 영혼을 쏟아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