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썩시드> 포스터

영화 <썩시드> 포스터 ⓒ (주)슈아픽처스


타이 차앙마이의 한 초등학교. 매사에 소극적인 펫(지라유 라옹마니 분)은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말하는 언(나타샤 나울잠 분)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펫이 방콕으로 전학을 앞둔 언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면서 둘의 감정은 엇갈린다.

세월이 흘러 고등학생으로 성장한 펫은 다시 차잉마이로 돌아온 언과 마주친다. 과거 펫의 실수로 언과 커플이란 오해를 샀던 쿵(파차라 피라치뱃 분)은 이젠 언을 향한 짝사랑을 숨기지 않겠노라 선언한다. 쿵은 언의 환심을 사기 위해 펫과 엑스(타왓 포른라타나프라세르트 분)에게 밴드를 결성하자고 제안한다. 쿵, 펫, 엑스, 언 네 사람은 학생밴드 대회 '핫웨이브'에 도전장을 던진다.

최근 동남아시아의 영화 산업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0년 전만해도 장편 영화 제작이 연간 10여 편에 불과했으나 최근 150여 편까지 크게 늘었다. 베트남 영화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한국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공동투자하고 할리우드의 액션팀과 시나리오팀과 함께 작업한 <퓨리>(2019)는 베트남 역대 흥행 기록을 세웠고 미국 개봉까지 마쳤다. 태국 영화 산업의 성장 추이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태국은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영화 강국이었지만, 정치적, 사회적 격변기를 거치면서 영화 산업이 급격히 쇠퇴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액션 영화 <옹박-무에타이의 후예>(2003), <초콜렛>(2008), 호러 영화 <디 아이>(2002), <셔터>(2005), <샴>(2007), 로맨틱 코미디 <헬로 스트레인저>(2010), <피막>(2013), <선생님의 일기>(2014) 등 장르물이 태국 영화 시장을 주도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근래엔 <배드 지니어스>(2017), <프렌트 존>(2019)이 아시아 전역에서 큰 흥행을 거두며 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영화 <썩시드>의 한 장면

영화 <썩시드>의 한 장면 ⓒ (주)슈아픽처스


웃음과 멜로를 버무린 로맨틱 코미디는 태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장르다. 한해 나오는 영화의 절반 가량이 로맨틱 코미디일 정도다. 이런 인기를 주도한 영화 가운데 한 편이 바로 <썩시드>(2011)다. <썩시드>는 개봉 당시 2주 연속 흥행 1위, 2011년 전체 흥행 10위에 오르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영화의 OST 뮤직 비디오는 조회수 1억 뷰를 넘기며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태국에선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국 영화 <썩시드>는 10대 주인공들이 고등학교 밴드를 결성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소재로 삼았다. 연출을 맡은 차야놉 분프라콥 감독은 <썩시드>를 "지질한 녀석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얼마나 웃기면서도 열정적인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영화"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친구들 간의 관계, 사랑, 음악에 대한 우정을 이야기한다"란 설명을 덧붙인다.

10대의 성장 영화이자 음악 영화인 <썩시드>는 일본의 청춘 음악 영화, 대만의 멜로 영화와 교감을 나눈 흔적이 보인다. 밴드 결성을 바탕으로 멤버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일본 청춘 음악 영화 <벡>(2010>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짐작된다. 복고정서가 가득한 시대 배경과 10대들의 사랑과 우정을 결합한 화법과 감성은 대만 청춘 멜로 영화의 대표작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썩시드>의 한 장면

영화 <썩시드>의 한 장면 ⓒ (주)슈아픽처스


<썩시드>는 일본 청춘 음악 영화와 대만 멜로 영화의 요소들을 빌려오되, 다양한 기법을 녹여 개성 넘치는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었다. 애니메이션을 적극 활용하여 영화의 스타일을 풍부하게 한 시도가 대표적인 예다.

음악에서도 과감함은 묻어난다. <썩시드>는 음악 영화답게 많은 곡이 사용되었다. 보통 영화에서 삽입곡을 부른 가수가 카메오로 출연하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스치듯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썩시드>는 가수들이 평범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등장인물 옆에서 천연덕스럽게 노래를 부르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깨버린다. 뮤지컬이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꾸민 대목도 나온다.

영화 제목 <썩시드>는 세 명의 고등학생 펫, 쿵, 엑스가 결성한 밴드 이름이다. 이들은 '자신들처럼 좌절했지만, 다시 일어서는 이들'을 위해 '땅에서 자라날 씨앗'이란 의미로 '성공하다(Succeed)'와 '씨앗(Seed)'을 합한 듯 보이는 이름 '썩시드(SuckSeed)를 붙였다.

한편으론 서구에서 욕설의 의미로 'Suck'이 사용되기에 괴짜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라고 해석도 가능하다. "우린 정말 지질해"란 극 중 노랫말처럼 말이다. 중요한 건 밴드 '썩시드'가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하지만 괜찮아. 우린 계속 전진해. 아직 희망이 있으니까. 우린 루저일지 몰라도 포기하잔 않아"라고 세상에 외친다.

유쾌함과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한 <썩시드>는 새로운 설계를 그리는 새해 벽두에 어울리는 영화다. 또한, 태국판 할리우드인 '탈리우드'를 꿈꾸는 태국 장르 영화의 힘과 다양성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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