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바비(윌렘 대포)는 중병자와 범죄자, 사이비 신자 등이 일명 달방으로도 애용하는 싸구려 모텔 '매직캐슬'의 관리인이다. 이따금씩 싼값에 잠만 잘 목적이거나 엉터리 인터넷 예약 때문에 본의 아니게 찾아오는 '정상적인'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연 많고 하자도 많은 최저생활자들이다. 

누구는 "밥값"을 못 한다, 누구는 "쓰레기통" 같은 모텔에서 일한다며 홀대를 하고 대부분은 신경도 안 쓰는 늙은 관리인이지만 바비는 각각이 곤란한 현실 가운데 놓인 투숙객들을 묵묵히 도우려 애쓴다. 특히 더이상 성가실 수 없는 아이들의 뒤를 쫓는 그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다.     

엄마라곤 하지만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싱글맘 핼리(브리아 비나이트)와 그녀를 똑닮은 6살 딸 무니(브루클린 프린스)는 골칫거리 투숙객 중 으뜸. 특히 무니는 모텔에 사는 또래 아이들을 이끌고 다니며 새로 온 손님 차에 침 뱉기, 주정뱅이 할머니 놀리기, 전기실에 침입해 모텔 전체에 전기 끊기, 심지어 빈 집에 방화까지 저지른다. 
 
이 모든 사건사고의 뒤치다꺼리는 바비의 몫. 물론 규정대로 하면 법적 책임을 묻고 모두 쫓아내면 그만이지만 바비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장기투숙이 금지돼 있지만 투숙객들의 방을 옮겨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고 CCTV로 아이들의 못된 장난을 봐도 엄한 표정으로 경고만 할 뿐 그 이상의 처벌은 않는다.
 
 모텔 '매직캐슬'의 관리인 바비 (화면 캡처)

모텔 '매직캐슬'의 관리인 바비 (화면 캡처) ⓒ 제작사

 
바비는 어떤 사람일까? 바비가 맞이하는 손님들 대부분이 저마다 어떤 사정으로 어딘가에서 와서 얼마쯤 머물다 기약없이 떠나는 것처럼 영화는 그 누구의 모텔에 오기 전 과거나 모텔을 벗어난 현재의 삶을 보여주지 않는다. 바비에 대해서도. 다만 아주 잠깐 모텔에 찾아온 그의 아들과의 짧은 대화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엄마한테 생일 축하한다고 대신 전해드렸어요."
"누구 맘대로? (...) 축하한 적 없다고 다시 전화해."

"잔업 필요한 거 아니었어?"
"아뇨, 오는 데만 한 시간 반이에요! (...) 이젠 못 하겠어요. 안 올 거예요." 


바비 또한 삶이 여유롭거나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혼 후에도 여전히 부인에 대한 미움을 품고 있고, 부모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회복시켜보려 애쓰는 아들의 노력을 모르고 알아도 어찌 해주지 못함을. '매직캐슬'의 많은 투숙객들이 그렇듯 그도 고독하게 늙어가는 처지에 이곳이 아니면 딱히 갈 곳이 없음을. 

형편없는 싸구려 모텔에 그보다 더 엉망인 투숙객들, 스스로도 '관리인'이라는 명패 외엔 딱히 내세울 거 없는 처지지만 바비가 자신이 맡은 업무 그 이상의 것들을 성실하고도 애정어리게 해내는 것은 그의 삶에서 놓쳐버린 온기어린 그 무엇들을 타자의 삶에 더해줌으로써 스스로도 위안받기 때문 아닐까.  

지키지 못한 가정, 극복하지 못한 부인과의 갈등, 살뜰하게 보살펴주지 못한 자식, 결국에 자신의 불행한 삶으로부터 떠나와 '매직캐슬'에 살면서 그와 같이 누추한 그곳에서나마 안식을 얻는, 위태로운만큼 절실한 작은 행복이 전부인 사람들을 보살펴줌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사실 아이들이다. 영화의 시점도 내내 천진난만한 아이들 편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애정을 느낀 인물은 바비였다. '매직캐슬'에서 그 아이들이 신나고 놀라운 '매직' 같은 시간을 살 수 있는 까닭이 지친 삶 속에서도 스스로의 선량함과 인간에 대한 연민을 붙잡고 사는 바비 덕분인 것 같아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 제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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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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