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 탑골 GD의 귀환 가수 양준일이 31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에서 열린 팬미팅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양준일은 1991년 데뷔해 히트곡 '가나다라마바사', 'Dance with me 아가씨', '리베카' 등의 히트곡을 남겼고 최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 출연, 시대를 초월한 가수로 재조명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31일 오후 2019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 - 나의 사랑 리베카, 나의 사랑 양준일'를 열고 팬들과 만난다.

가수 양준일이 31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에서 열린 팬미팅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여기 지드래곤과 외모와 패션을 닮은 한 남자가 있다. 그런데 그는 1990년대 초반에 활동한 가수라고 한다. 2018년, '90년대 지디'라는 제목의 게시물들이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양준일'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도 그때였다.

영상 속 양준일은 '가나다라마바사'를 부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패션이었다. 베레모와 오버핏의 자켓, 통이 넓은 청바지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아도 '힙'하고 '트렌디한' 조합이었다. 음악 역시 흥미로웠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듀스보다 앞서 데뷔한 그는 뉴 잭 스윙을 비롯한 서구의 팝 트렌드와 가까이 맞닿아 있었다. 특히 프린스(Prince)를 연상시키는 노래 '리베카'에서는 정확한 안무 대신 자유로운 동작을 뽐냈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라기보다는, 당대 세계적인 팝의 흐름을 영민하게 수용했던 인물이었다. '이런 느낌의 가수가 있었는데 왜 몰랐을까?'라는 물음이 뇌리를 스쳤다.
 
1990년대 초반의 대한민국은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재미 교포였던 그는 편견과 차별의 피해자였다. 출입국관리소의 직원은 '단순히 싫다'는 이유로 그의 비자를 갱신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한영 혼용 가사가 들어간 'Dance With Me 아가씨'는 라디오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젠더리스'를 추구하는 그의 패션은 '남자답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양준일은 정규 2집을 발표하고, 한국 무대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2001년에는 'V2'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었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했다.

양준일이 한인 레스토랑 서빙 업무를 접어놓고 대중 앞에 다시 선 것은 약 30년 만의 일이다. 돌아온 그의 모습은 '근황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팬들의 기대를 아득히 넘어섰다. 그는 세월 앞에 퇴색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 현역 가수 부럽지 않은 동작을 선보였다. 자신에게 돌을 던진 세상을 원망하기는커녕, 과거조차 따뜻하게 다독이는 모습은 양준일만의 특별한 서사를 완성했다.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루어지게 될 수밖에 없어." (JTBC <슈가맨3> 방송 중)

파급력은 모두의 상상을 초월했다. 2019년 마지막 날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펼쳐진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에는 3600명(2회)의 팬이 모였다. 양준일의 활동 시기에 그를 응원했던 팬들도 있었지만, 그의 활동 시기 이후에 태어난 팬들도 많았다. 홈쇼핑의 광고를 찍었고,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은 그를 위한 특별 무대를 마련했다. 몇 년 전의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시대가 버리고, 시대가 찾았다
 
 지난 25일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

지난 25일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출연한 가수 양준일 ⓒ JTBC

 
쓸쓸하게 잊혀진 1991년의 가수가 2020년에서야 스타가 되고, 이제는 그의 새로운 '직캠'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되고 있다. '리베카'와 '가나다라마바사' 라이브 영상의 조회수는 200만 건을 넘어섰다. 1990년대 패션이 다시 유행하고, 뉴 잭 스윙 음악이 젊은 뮤지션들에 의해 재현되고 있는 지금, 양준일의 모든 것은 '세련됨'과 '뉴트로'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떻게 이 현상을 바라 보아야 할까. 영국의 음악 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는 저서 <레트로 마니아>에서 '레트로 현상'이 과거를 남용한다고 비판하는 한편, 모든 시대의 음악이 동등하게 현재의 음악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보았다. 이 책에서 레이놀즈는 크리스 앤더슨의 <롱테일 경제학>을 인용했다. 앤더슨에 따르면, 유튜브로 상징되는 뉴 미디어 환경은 시간과 공간의 압제를 극복하면서 '과거'에 힘을 부여한다. 기적을 선사한 '30년의 역주행' 역시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맞물림으로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12월 25일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출연한 양준일은 "살면서 투명인간이 됐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내가 왜 존재하나'에 대한 물음표가 컸다"는 과거의 고뇌를 손석희 앵커에게 고백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그를 다시 한 번 불러냈다. 양준일은 모든 사람에게 선명하게 보이는 존재, 더 나아가 '20세기에서 온 21세기의 스타'가 되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일곱. http://blog.naver.com/2hyunpa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