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구 교체 탓? 거포 대신 다재다능한 외인 타자 선택한 구단들
로맥이 슬러거형 외인 타자 자존심 지킬까

 
 KBO리그 4년차를 맞게 된 SK 로맥

KBO리그 4년차를 맞게 된 SK 로맥 ⓒ SK 와이번스

 
2019시즌을 앞두고 KBO리그는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정하는 변화를 줬다. 반발력이 높았던 2018시즌까지의 공인구는 타고투저 현상이 심화되며 경기 시간 연장과 리그 수준의 질적 하락을 가져오는 원인으로 지적받았다. 실제로 2018년까지는 어정쩡한 스윙에 걸린 타구가 홈런이 되는 장면이 수차례 나오기도 했다.

공인구 변화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리그 전체적으로 홈런 갯수와 장타력이 급감했으며, 투수들이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의 분위기도 상당히 달라졌다. 18시즌까지만 해도 너도나도 어퍼스윙을 장착해 공을 띄우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공인구 변화 이후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가진 타자들이 중용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2020시즌을 앞둔 구단들의 외국인 타자 선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대부분의 외국인 타자는, 수비와 주루에서는 다소 미흡하더라도 언제든 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파워를 갖춘 타자 대세였다. 때문에 체격이 크고 스윙이 호쾌한 슬러거들이 외국인 타자 신분으로 KBO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2020시즌에는 적지 않은 구단들이 거포형보다는 공격과 수비, 주루 등을 두루 갖춘 외국인 타자들을 영입했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3시즌동안 86홈런을 터뜨리며 검증된 러프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3루수 수비까지 가능한 살라디노를 영입했다. 키움 역시 거포 샌즈가 일본리그로 떠난 빈 자리를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 모터로 채웠다.

반면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 타자들은 대부분 공격과 수비, 주루를 모두 갖춘 다재다능한 야수였다. kt와 150만 달러 잭팟을 터뜨린 로하스는 거포형이긴 하지만 중견수 수비가 가능하며 2018시즌에는 18개의 도루를 훔쳤을 정도로 주루에도 능한 선수다. 한화와 3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된 호잉 역시 팀 외야 수비의 중심을 책임질만큼 수비에 강점이 있는 야수다.

현재 계약이 된 외국인 타자들의 면면을 따져보면, SK 로맥만이 리그에 마지막으로 남은 슬러거 유형의 외국인 타자로 볼 수 있다.

※ SK 로맥 최근 3시즌 KBO리그 주요 기록
 
 SK 로맥 최근 3시즌 KBO리그 주요 기록(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SK 로맥 최근 3시즌 KBO리그 주요 기록(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지난 3시즌간의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듯 로맥의 가장 큰 매력은 홈런 생산 능력이다. 2017시즌 대체 외국인 타자로 한국 무대를 찾은 로맥은 시즌 중반에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31홈런을 터뜨렸다. 2018시즌에는 무려 43홈런을 치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고, 3번째 시즌인 지난해에도 29홈런을 치며 장타력을 뽐냈다.

비록 3시즌 연속 30홈런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로맥의 홈런 생산 능력은 공인구가 바뀐 상황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는 성공했다. 단 3시즌만에 100홈런을 돌파한 로맥의 홈런 생산력은 박병호, 최정 등과 함께 리그 정상급으로 꼽힌다.

그러나 18시즌 대비 4푼이나 급락한 타율이 아쉽다. 2018년 타율 0.316를 기록했던 로맥은 2019시즌에 0.276를 기록하며 정확도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정교함이 떨어진 타격이 팀 타선의 약점으로 꼽히는 SK였기에 로맥의 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며 이른바 공갈포 유형이 되버린다면 올시즌 이후 동행이 끝날 가능성도 있다.
 
 2020시즌 홈런왕 후보로 꼽히는 SK 로맥

2020시즌 홈런왕 후보로 꼽히는 SK 로맥 ⓒ SK 와이번스

 
SK는 2019시즌 아쉽게 빼앗겼던 우승의 자리를 다시 되찾는 것이 새해 목표다. 김광현과 산체스가 빠진 전력 공백을 시즌 내내 아쉬웠던 타선이 힘을 되찾아 메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맥이 2018시즌과 같은 파괴력을 되찾아 홈런왕 경쟁을 펼쳐야 한다.

SK의 성적뿐 아니라 로맥의 활약은 리그 전체 외국인 타자 판도와도 연관이 깊다. 2020시즌 로맥 마저 하락세를보인다면, 향후 리그에서 슬러거 유형의 외국인 타자를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외국인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이후로 타이론 우즈나 펠릭스 호세와 같은 거포 외국인 타자들은 리그 흥행을 북돋우는 존재였다. 리그 4년차를 맞는 거포 로맥이 첫 홈런왕에 오르며 SK 정상 복귀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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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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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프로야구 KBO SK와이번스 로맥 염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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