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온 2019년도 이제 연말 결산의 시기를 맞고 있다. 단 한 해도 결산이 쉬운 적은 없었으나, 올해는 특히 의미 있는 작품과 뮤지션들의 목소리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기성 질서의 변화를 촉구하고 다가올 새로운 10년의 청사진을 그린 2019년의 음악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아이유의 <러브 포엠(Love Poem>이다.[기자말]
 아이유가 11월 18일 발표한 앨범 <러브 포엠(Love Poem)>은 2019년을 위로한 작품이었다.

아이유가 11월 18일 발표한 앨범 <러브 포엠(Love Poem)>은 2019년을 위로한 작품이었다. ⓒ 로엔엔터테인먼트

 
8년 전 '너랑 나'에서 '눈 깜빡하면 어른이 될 거예요'라 노래하던 열아홉의 아이유를 기억한다. 그 눈 깜빡할 8년의 시간 동안 아이유는 차근차근 성장해왔다. <모던 타임스(Modern Times)>로 가십에 날을 세우기도 하고, <꽃갈피>로는 한국 가요계의 대선배들과 함께하며 과거에 악수를 건넸다. '스물셋'과 <챗-셔(Chat-Shire)> 앨범으로는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감정을 내비치기도 하고 <팔레트(Palette)>의 '팔레트'에선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난' 이라며 깨달음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 과정을 통해 아티스트 아이유와 인간 이지은은 구별될 수 없는 일치된 존재로 대중에게 단단히 자리 잡았다. 싱어송라이터의 기본 전제 조건, '본인의 이야기를 담을 것'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아이유는 어느새 선배들에겐 '기특한 후배'로, 동년배들에겐 '나의 이야기'로, 후배들에겐 '동경하는 선배'로 그 존재감을 넓혀왔다. 

아이유가 올해 11월 18일 발표한 <러브 포엠(Love Poem)>은 차근차근 어른의 시간을 기다려온 아이유가 그 자아를 과감히 확장하는 순간이었다.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써내려 간 여섯 편의 시는 소박하고 편안하며 자연스럽다. '사랑이 잘 안돼'('사랑이 잘')이라 노래하던, 혼란스러운 자아는 단단하게 소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너랑 나'가 닿고자 했던 '시간의 바깥'에서 '기를 쓰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냐'('언러키(Unlucky)'), '소란한 너의 밤을 지킬게'('자장가')라며 본인을, 본인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보듬는다. '블루밍(Blueming)'에서 뮤지션으로의 일상과 인간 이지은의 삶을 교차하는 모습에서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한 '나를 사랑하자'의 메시지를 읽는다. 
 
 아이유는 2019년 한 해 여성 연예인들의 비보에 지친 대중을 위로했고 동시에 2020년대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롤 모델로 자리잡았다.

아이유는 2019년 한 해 여성 연예인들의 비보에 지친 대중을 위로했고 동시에 2020년대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롤 모델로 자리잡았다. ⓒ 로엔엔터테인먼트

 
대중은 아이유를 통해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러브 포엠>은 아이유 본인을 위로한 앨범이기도 하다. 친했던 가요계 동료 설리와 구하라를 떠나보내며 눈물 흘렸을 아티스트의 아픔이 앨범에 또 다른 특별한 서사를 부여했다. 실제로 아이유는 설리의 비보를 접한 후 앨범 발매일을 미뤘으며,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단톡 콘서트 현장에서 구하라의 소식을 접했다. 

악성 댓글과 세간의 루머, 성희롱에 힘겨워하는 여성 연예인들, 동료들,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아파한 모든 이들에게 아이유는 '사랑의 시'를 적어 보냈다. 그 메시지는 숱한 비보로 눈물 졌던 올해를 가장 깊이 끌어안았다. <러브 포엠>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나를 사랑하며 증오와 차별을 이겨내야 할 힘을 주었다. 

눈 깜빡할 사이 '너랑 나' 속 '기묘했던 아이' 아이유는 이제 '소리 내 우는 법을 잊은 널 위해' 노래 부르는 어른이 되었다.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새로운 롤 모델이자, 아티스트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모범 사례가 됐음은 물론이다. <러브 포엠>은 아주 크고, 진솔하고, 닮고 싶은 어른의 '사랑 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 메일 : zener1218@gmail.com /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