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열린 KBS 연예대상의 주인공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빠들(샘 해밍턴, 박주호, 문희준, 홍경민, 도경완)이었다. 타 프로그램에 비해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압도적이었고, 출연자 논란으로 급작스럽게 시즌을 끝낸 <1박 2일>로 인한 편성 변경의 어려움을 감내한 효자 프로그램이었기에 무난한 선택이었다. 다만, 지난 10월까지 프로그램을 지켜왔던 이동국을 제외한 건 의아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중인 박나래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중인 박나래 ⓒ MBC


오는 28일로 예정된 SBS 연예대상의 경우 백종원을 제외하면 딱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여전히 뜨거운 프로그램이고, 백종원을 내세워 론칭한 <맛난의 광장>도 반응이 긍정적이다.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며 농민들을 돕는 공익성까지 갖춰 호평 일색이다. 문제는 스스로를 예능인으로 규정하지 않는 백종원이 작년에 이어 또다시 수상을 거부한다면 SBS로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대상 후보가 결정돼 있었던 KBS 연예대상이나 (백종원을 제외하면) 대상 후보가 없다시피한 SBS 연예대상에 비해, 29일 예정된 MBC 연예대상은 보다 치열하다. 현재까지의 중론은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과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 두 명의 이파전 양상이다. 위기론을 딛고 완벽히 부활에 성공한 유재석과 기존 MC들의 이탈에도 든든하게 <나 혼자 산다>를 지켜왔던 박나래, 어느 쪽이 대상을 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팽팽하다. 

유재석의 부활  

그러나 굳이 한 명을 꼽아 본다면 역시 유재석에게 좀더 무게가 쏠린다.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박나래의 활약상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전현무와 한혜진이 빠져 흔들리던 <나 혼자 산다>를 굳건히 지켜냈다. 최고 시청률 11.1%를 비롯해 10% 안팎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이끌어낸 공로를 무시할 수 없다. 또, <구해줘! 홈즈>의 MC로 활약하며 최고 시청률 8.3%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2017년부터 점차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박나래는 2018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조금 더 뜨거웠던 <전지적 참견 시점>의 이영자에게 밀려 아쉽게 대상 수상에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정까지 고려해서 이번에는 박나래에게 대상을 주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해의 활약에 더해 'MBC에 대한 공로'라고 하는 일종의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MBC ‘놀면 뭐하니?-뽕포유’의 유산슬

MBC ‘놀면 뭐하니?-뽕포유’의 유산슬 ⓒ MBC


그러나 한 해 동안의 활약상에 따라 시상을 하는 연말 시상식의 특성상 몇 년 동안의 공로를 감안하는 건 다소 공정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물론 장수 프로그램의 경우 그런 식의 챙겨주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권장하거나 바람직하다고 보긴 어렵다. '공로상' 부문이 따로 있는 만큼 '대상'과 혼동해선 곤란하다. 아무래도 2019년 MBC는 '유재석의 부활' 쪽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지 않을까?

2018년 <무한도전>이 종영하면서 이전까지 끊임없이 제기됐던 유재석의 위기는 더욱 공고화 되는 듯 싶었다. 언론은 신이 난듯 국민MC의 몰락을 노래했다. 물론 성급한 오판이었다. 유재석은 김태호 PD와 손잡고 <놀면 뭐하니?>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갸우뚱했지만, 금세 끄덕하게 만들었다. 유재석은 '유플래쉬', '뽕포유' 등 김태호가 펄쳐놓은 판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냈다. 

유재석에게 드럼을 치게 만들고, 급기야 트로트 신인 가수로 데뷔시키는 건 유재석을 전적으로 신뢰했기에 가능했던 기획이었다. '본캐' 유재석과 '부캐' 유산슬을 분리해 세계관을 확장해가는 과정은 흥미로웠고, 초반에는 혼란스러워 하던 유재석도 김태호가 차려놓은 캐릭터쇼에 완전히 적응했다. 4.6%로 시작했던 <놀면 뭐하니?>는 최고 시청률 8.5%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상파 3사 통합 일궈낸 유산슬

'유산슬'이 놀라운 건 지상파 3사 통합을 일궈냈다는 점이다. <놀면 뭐하니?>는 유산슬을 KBS1 <아침마당>과 SBS <영재발굴단>에 잇달아 출연시키며 방송사 간의 경계를 허물어 버렸다. 일종의 금기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런 시도가 가능했던 건 역시 유산슬의 본캐가 국민MC 유재석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온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유재석이기에 시청자들도 불편함 없이 몰입할 수 있었다.

남들이 그에게 '위기'라고 지적할 때, 유재석에겐 분명 훨씬 더 쉬운 길이 있었다. 트렌드가 된 관찰 예능을 할 수도 있었고,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가족 예능에 뛰어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재석은 매번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일로 만난 사이>).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MBC에서도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놀면 뭐하니?>를 통해 채워냈다. 

유재석은 기자 간담회에서 "트렌드를 만들 능력도 없지만, 트렌드를 따라갈 생각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유재석이 대상을 수상하지 않는다면 그건 MBC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박나래의 공헌도 적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2019 MBC 연예대상은 유재석이 합당하다. 부캐 유산슬의 신인상과 본캐 유재석의 대상을 지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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