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기자말]
잠은 소중하다. 이 사실을 깨닫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다. 제대로 못 자서 몸이 힘들 때 비로소 '아, 잠은 소중한 것이야' 하고 절절히 느끼니까. 불면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소한 병이라고 말할 순 없다. 뜬 눈으로 밤을 새고 학교나 회사에 가서 하루를 버텨내는 일은, 그 괴로움은 보통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불면증에 시달리 때가 잦은데,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그럴 땐 따뜻한 우유를 마신다. 조금 효과가 있는 듯하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전자렌지 앞에 가서 우유를 데워 마시고 싱크대에서 컵을 씻고 다시 침대에 눕는 사이에... 조금 들려고 했던 잠마저 깬다. 약은 먹어본 적이 없다. 그러던 중 요즘 아주 효과를 보고 있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자장가 들으면서 자기'다. 아기 때처럼 말이다.

읽다가 잠들 만큼 서론이 길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자장가 2개를 추천해보려 한다. 최근에 나온 앨범을 중심으로 개인적으로 효과를 본 자장가 2개, 바로 크러쉬의 '잘자'와 아이유의 '자장가'다. 

크러쉬 '잘자'... 귀여운 꿈을 꿀 것 같은 노래
 
 크러쉬

크러쉬 ⓒ 피네이션

 
근래에 발표된 크러쉬의 정규 2집 < From Midnight To Sunrise >의 맨 마지막 트랙 '잘자'는 가사가 무척이나 앙증맞은 곡이다. 자이언티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 수록곡은 크러쉬와 자이언티가 함께 작사한 노래다. 

"수없이 외로웠던 밤을/ 이 작은 손에 닿기 위해/ 얼마나 달려왔는지/ 널 잠 못 들게 하는 소음/ 내가 다 가져갈게

반짝이는 눈/ 강아지발 코/ 터질 듯한 볼/ 펄럭이는 귀/ 두꺼운 입술/ 걸음걸인 뒤뚱/ 누굴 닮아 이렇게 예뻐/ 널 바라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불러/ 행복한 꿈만 꾸길 바라"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미래의 자녀에게 하는 말이다. 너무도 귀여운 자신의 아기를 바라보면서 눈, 코, 입 등 생김새를 묘사하는 대목이 특히나 인상 깊었다. 강아지발 코에 펄럭이는 귀라니! 아기의 그 앙증맞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흥미로웠다. 이렇게 귀여운 표현은 최근 본 적이 없는 것만 같다. 

"잘자 잘자 포근하게/ 잘자 걱정들을 뒤로한 채/ 별빛들도 잠들 때까지/ 아무도 널 깨우지 못할 거야/ 잘자 잘자 잘자"

별빛들도 잠들 때면 아침이다. 아침까지 아무도 널 깨우지 못할 거라는 말이 든든하다. 아기를 지켜주는 아빠의 듬직함이 부드러운 말투로 녹아 있다. '널 잠 못 들게 하는 소음'도 내가 다 가져갔으니 아무도 너를 못 깨운다는 그 확신의 한 마디는 듣는 이의 마음을 안정시킨다. 

"달빛 품은 눈/ 앙증맞은 코/ 아기자기한 몸/ 날개 같은 귀/ 보드라운 손/ 입꼬리는 히죽/ 누굴 닮아 이렇게 예뻐/ 널 바라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불러/ 행복한 꿈만 꾸길 바라"

아기의 생김새 묘사가 한 번 더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날개 같은 귀'란 표현이 너무 예쁘게 느껴진다. 큰 귀를 가진 아기 코끼리 덤보가 떠오르기도 했다. 잘 때 이 노래를 틀어놓고 잠이 들 때가 많은데, 머릿속에 덤보 같이 귀여운 아기가 자꾸 떠올라서 기분 좋은 상태로 잠 잘 수 있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선가, 잠이 들 당시의 기분상태가 중요하다, 이런 내용을 본 적 있는데 크러쉬의 '잘자'를 들으면서 자면 포근하고 앙증맞고 너무도 안전한 꿈을 꿀 것만 같았다.

아이유 '자장가'... 마지막 가사에 뭉클
 
 아이유

아이유 ⓒ 카카오M

 
아이유의 최근 미니앨범 < Love poem >의 수록곡 '자장가'도 불면증에 특효약이다. 크러쉬의 '잘자'가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자장가라면, 아이유의 '자장가'는 위로를 주는 노래다. '자장가'는 아이유가 작사한 곡이다. 개인적으로, 이 곡의 마지막 가사 두 글자가 어느 날 확 와 닿아서 이것에 대해 며칠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기다리지 않기로 했잖아/ 울지 않을 거라고 그랬잖아/ 너무 늦은 밤이야/ 오 너무 긴 이별이야

잠시만 더 이렇게 있을까/ 그래 잊혀져 버릴 꿈이지만/ 눈을 감아 마지막/ 잠을 재워 줄게"


크러쉬가 아기를 재워주는 거라면, 아이유는 자기 또래의 어른을 재워주는 것만 같다. 첫 소절 '기다리지 않기로 했잖아'라는 대목이 이미 슬프다. 이 말은 상대가 기다리지 않을 수 없어서 기다렸다는 말이니까. 긴 이별 가운데서 무작정 오래 기다리는 행위는 그 자체로 너무 슬프고 짠하다.

"My lullaby/ Baby sweet goodnight/ 무서운 꿈은 없을 거야/ 너의 끝나지 않는 긴긴 하루를/ 이제는 그만 보내주렴 음"

긴 하루를 이제 그만 보내주라고 아이유는 말한다. 우리가 잠 못 드는 건 어쩌면 오늘 하루를 떠나보내지 못해서일 것이다. 오늘 누군가에게 들었던 상처가 되는 말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오늘 누군가에게 주었던 상처가 되는 나의 행동을 후회하느라 하루를 떠나보내지 못해 잠에 들지 못한다. 하지만 보내줘야 잘 수 있다.

"잠들지 못해/ 지친 숨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소란한 너의 밤을 지킬게

I'll be nearby/ Baby sweet goodnight/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더 만날 수 없는 지난날들도/ 이제는 그만 놓아 주렴/ My edelweiss/ Baby sweet goodbye/ 모두 잊어도 돼/ 다 괜찮아 괜찮아 놓아"


'소란한 너의 밤을 지킬게'란 구절이 뜨거운 위로를 주었다. 누군가가 나의 깊은 잠을 위해서 시끄러운 걱정들을 붙들어주고 나를 지켜준다고 생각하면 따뜻한 우유 없이도 잠이 스르륵 온다. 항상 네 곁에 있을 거라는 약속도 마음을 놓게 만든다. 

놓아. 나에게 최근 불빛이 되어준 두 글자다. 마지막 가사는 '놓아'다. 오늘의 모든 기억들,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 모두 잊어도 된다며, 괜찮다며, 놓으라고 말한다. 애써 붙잡고 있느라 긴장됐던 마음의 근육이 스르르 이완되는 듯했다.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잘 때면, 마음이 너무도 따뜻한 상태로 잠들 수 있었다. 정말 고마운 노래다. 

자장가는 어른에게도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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