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요한슨의 '인생작'으로 요즘 입소문을 타고있는 영화 <결혼이야기>. 제목은 분명 결혼 이야기인데 정작 내용은 '이혼 이야기'입니다. 한 부부가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때론 치졸하고 치사한 구석까지 보여줌으로써 역으로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는 아이러니한 작품입니다.
 
 행복해보이는 한 부부의 결혼이야기 혹은 이혼이야기

행복해보이는 한 부부의 결혼이야기 혹은 이혼이야기 ⓒ 넷플릭스, 판시네마(주)

 
 
주인공 찰리(애덤 드라이브)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뉴욕 한 극단의 감독과 배우입니다. 찰리는 실험성 강하고 작품성 있는 작품으로 재능을 인정받음으로서 마침내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게 된 유능한 감독이고, 아내 니콜은 LA출신으로서 TV로 데뷔하여 막 스타덤에 오르려는 찰나, 찰리를 만나 스타의 꿈을 포기하고 뉴욕으로 와서 남편의 연극무대에 오르는 배우죠. 이 부부에게는 아홉 살 아들, 헨리가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이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된 이유나 배경을 가뿐히 생략하고, 별거를 시작한 뒤 법정 공방을 다투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특히 양육권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데요, 그렇다고 '4주 후에 뵙겠습니다'와 같은 <사랑과 전쟁>류의 법정 치정극은 아닙니다.

이혼을 준비하고 소송을 준비하면서 겪게 되는 온갖 문제들을 보여주는데요. 그 과정에서 부부는 마음에 없는 모진 말과 비난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안쓰럽고 짠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살았다면, 마냥 미워할 수만도 없는게 또 부부라는 묘한 관계니까요.
 
결혼생활이라는 동상이몽
 
 결국....이 부부에게 결혼은 동상이몽이었던걸까?

결국....이 부부에게 결혼은 동상이몽이었던걸까? ⓒ 넷플릭스, 판시네마(주)

 

아마도 애당초 방송와 연극이라는 매체의 성격 자체가 닮은 듯 다른 것처럼, 찰리와 니콜의 꿈도 생각도 서로 달랐습니다. 뉴욕에서 연극으로 기반을 닦으려는 찰리와 LA로 가서 방송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펼쳐보이고 싶었던 니콜. 두 사람 모두 재능이 있고 꿈은 있었지만, 정작 상대의 꿈에는 집중하지 못했던 거죠. 그들은 상대의 꿈과 바람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아니, 사실은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욕심 때문에 못 본 척 했는지도 모르죠.
 
어디 찰리와 니콜뿐이겠습니까. 어쩌면 결혼은 영원한 '동상이몽'인지도 모릅니다. 평소 상대방이 자신과 다른 꿈을 꾸고 있다면 그 꿈에 한번쯤 귀 기울이고 들어보았더라면 더 좋았겠죠. 아마 우리 대부분은 다들 그렇게 동상이몽을 꿈꾸며 살지 않을까 싶네요.
 
피 튀기는 부부싸움...10분간의 롱테이크

내용 중 찰리와 니콜이 그야말로 피튀기는 말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10분간 나오는데, 현실 부부싸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대화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며 상대의 부모를 공격하고(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부모에게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평소 못마땅했던 상대의 지저분한 버릇과 습관을 들추고 성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등 상대 가슴에 대못을 쿵쿵 박습니다.

급기야는 '너를 계속 앞으로 알고 지내야 한다는게 끔찍하다, 재수없다', '나는 아침에 눈 뜰 때마다 네가 몹쓸 병에 걸려 죽거나 차에 치여죽길 간절히 바란다'는 등 악담을 넘어 거의 저주를 퍼붓기에 이릅니다. 이쯤되면 정말 막가자는 건데요.
 
그렇게 악을 쓰고 죽일 것 처럼 싸우던 두 사람은 흐느껴 울며 그 자리에서 바로 서로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마음에 없는 말로 서로를 죽이려했던 자신의 추악한 민낯을 본 겁니다. 이 영화의 최고의 한 장면이라면 아마도 이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요. 10분간 이어지는 피비린내는 부부 말싸움 롱테이크씬. 여러분도 꼭 한번 보세요. 아마 누구도 저렇게 싸우며 살고싶진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나라는 생각도요. 결혼한 사람이라면, 아마 또르륵 눈물이 떨어질 지도 모릅니다.
 
 또다른 버전의 포스터. 니콜(스칼렛 요한슨)의 세상은 L.A이며 찰리(애덤 드라이브)의 세상은 뉴욕이다. 마주보고 있지만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부부의 꿈과 바람을 표현한 재미있는 포스터

또다른 버전의 포스터. 니콜(스칼렛 요한슨)의 세상은 L.A이며 찰리(애덤 드라이브)의 세상은 뉴욕이다. 마주보고 있지만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부부의 꿈과 바람을 표현한 재미있는 포스터 ⓒ 넷플릭스, 판시네마(주)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혼이라는 게임
 
결국 니콜과 찰리는 이혼을 합니다. 영화에서는 니콜이 이기고, 찰리가 지는 것으로 표현되지만, 이혼에 이르는 과정은 결국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없는 그저 상처만 남는 전쟁인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바닥을 모두 봐 버린 후에야,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두 사람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데, 상대의 매력에 대해 본인들이 직접 쓴 글입니다. 이혼조정관이 이혼을 하기 전, 상대에 대한 매력을 써올 것을 부탁합니다. 이혼에 들어가면 서로가 추악해지니, 그 전에 상대에 대한 사랑의 불씨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조정해보려는 노력이었죠. 하지만 막상 낭독하는 자리에서 니콜은 거부합니다. 그리고 둘의 사이는 더욱 급랭상태가 되며 본격적인 이혼 소송에 들어가는데요.
 
아뿔싸!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찰리는 그 글을 우연히 읽게 되고 니콜의 진심을 알게 되죠. 이미 이혼해 버린 후인데, 그딴 거 읽어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늦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지 않을까요. 이혼했다고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은 그대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더 이상 부부는 아니지만 두 사람에게는 부모라는 역할이 남아있습니다.
 
이혼이 더 이상 흉허물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현실 속 이혼은 조금 더 구차하고 치사할 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결혼이야기>는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결혼생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홥니다. 스칼렛 요한슨의 인생 영화라는 평가에도 한 표 던집니다. 물론 애덤 드라이브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독설을 날릴 땐 정말 징글징글 미웠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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