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KBO리그 최고의 우완으로 군림하던 윤석민이 정든 마운드를 떠난다.

KIA 타이거즈 구단은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완 투수 윤석민의 은퇴 소식을 전했다. 윤석민은 구단을 통해 "정상적인 투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활로 자리를 차지하기 보다 후배들에게 기회가 생길 수 있게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히며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윤석민은 힘든 재활 과정에서도 자신을 향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KIA의 코칭스태프와 구단직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2005년 2차 1라운드로 KIA에 입단한 윤석민은 미국에서 활약한 2014년을 제외하면 KIA에서만 14년 동안 활약하며 통산 77승 75패 86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했다. 2000년대 후반 류현진, 김광현(SK 와이번스)과 함께 한국야구의 3대 에이스로 군림하던 윤석민은 잦은 부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만 33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마운드를 떠나게 됐다.

KBO리그 최고의 우완 투수, 미국 진출과 어깨 부상 후 급격한 몰락
 
 1군 복귀 후 3경기에서 모두 패한 KIA 윤석민

KIA 윤석민 ⓒ KIA 타이거즈

 
야탑고 출신의 윤석민은 2005년 2차 1라운드로 KIA에 지명될 때만 해도 소위 '전국구 에이스'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프로 진출 후 기량이 급성장한 윤석민은 루키 시즌 3승 4패 7세이브 ERA 4.29로 가능성을 보였고 2006년 5승 6패 19세이브 9홀드 ERA 2.28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윤석민은 2007년 3.78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으로도 리그 최다패(18패)를 기록하며 '불운의 아이콘'으로 등극했지만 이듬해 드디어 리그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다.

2008년 14승 5패 1홀드 ERA 2.33을 기록한 윤석민은 그 해 정규 리그 MVP를 차지한 김광현을 제치고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최고 우완 투수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부진했던 한기주와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대신 우완 불펜을 책임지며 금메달에 기여했다. 윤석민은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현역 빅리거들이 대거 포진한 베네수엘라와의 4강전 6.2이닝 3실점 호투를 통해 한국의 준우승을 견인했다.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9년 9승 4패 7세이브 ERA 3.46, 2010년 6승 3패 3세이브 ERA 3.83으로 다소 주춤했던 윤석민은 2011년 드디어 KBO리그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다. 윤석민은 17승 5패 1세이브 178탈삼진 ERA 2.45의 성적으로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 타이틀을 휩쓸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2013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윤석민은 한국 최고의 우완투수라는 타이틀을 걸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하며 빅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윤석민의 빅리그 도전은 트리플A 4승 8패 ERA 5.74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성공은커녕 빅리그 마운드에 서보지도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KIA는 미국 진출이 실패로 끝난 윤석민에게 4년 90억 원이라는 거액을 안겼다. 윤석민은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15년 2승 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하며 90억 투수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2016년 선발 투수 컴백을 선언한 올 시즌 윤석민은 단 3경기 만에 어깨부상이 재발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4개월 만에 복귀한 후에도 구원으로만 경기에 나섰다. 2016년 2승 2패 1세이브 6홀드 ERA 3.19를 기록한 윤석민은 그 해 12월 어깨에 웃자란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끝내 2017 시즌 복귀가 무산됐다.

선동열과 함께 KBO 역사에서 유이했던 투수 4관왕의 주인공

FA계약 마지막 시즌을 맞아 전반기 복귀를 목표로 재활을 진행하던 윤석민은 작년 6월 선발 투수로 1군 마운드에 복귀했다. 양현종과 두 외국인 선수의 뒤를 이을 4, 5 선발이 마땅치 않았던 KIA입장에서도 왕년의 에이스 윤석민이 건강하게 복귀한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긴 재활을 거친 윤석민의 어깨는 이미 KBO리그를 지배하던 시절과는 거리가 있었다.

선발로 등판한 3경기에서 3패 9.00으로 부진한 윤석민은 다시 마무리로 돌아갔지만 8패 11세이브 ERA 6.75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윤석민은 작년 10월16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0.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는 현역 투수로서 윤석민의 마지막 등판이 되고 말았다.

90억 원 짜리 FA계약 후 4년 동안 해마다 12억5000만 원의 연봉을 수령했던 윤석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무려 10억5000만 원이 삭감된 2억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0억 원이 넘는 삭감액보다 윤석민을 더 안타깝게 한 사실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어깨 통증이었다. 결국 윤석민은 올 시즌 초반 퓨처스리그에서만 2경기에 등판한 후 다시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해가 바뀌기 전에 안타까운 은퇴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야구 팬들은 '윤석민이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이어갔다면'이라는 부질 없는 가정을 해보곤 한다. 윤석민은 류현진과 김광현 등 좌완이 득세를 부리던 시대에 우완의 자존심을 지켰던 투수이자 KBO리그 역사에서 오직 선동열에게만 허락된 영역이었던 투수 4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을 달성했던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에이스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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