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 KBS


"(미디어의 생존)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죠. 미국은 더 심해요. 어지간한 미국의 중소 도시에는 아예 신문사가 없어진 곳도 많아요. 아예 장사가 안 되니까 문을 닫는 겁니다. 이게 자본주의의 논리인 거예요.

말하자면 그 기업이 더 이상 소비자한테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다른 회사와) 합치거나 아니면 없어져야 하죠. 그런데 한국은 지금 일간지가 서울에만 일곱 개, 아홉 개씩 있잖아요. 이건 전 세계적으로 없는 현상이에요. 우리나라는 구조조정이나 합병을 통해 해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려고 하다 보니까 이런 병폐적인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거죠."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 이사의 쓴 소리다. 8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언론사 콘퍼런스, 협찬과 거래 사이' 편에 출연한 주 전 대표는 자본주의 논리에 반해 "끝까지 어쨌든 버티려"는 거대 언론사의 행태를 '병폐적 현상'이라 꼬집었다. 그래서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J>가 주목한 것은 바로 많아도 너무 많은 '언론사 주최 콘퍼런스'들이었다.

궁금하지 않은가. 광고를 비롯한 전통 미디어 시장의 수익 구조는 악화일로를 겪는 중이다. 부수 발행은 물론 독자의 감소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언론들은 기어코 생존한다.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제재를 받을 일도 없다. 패널인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2009년 당시 종이신문의 광고 수익은 2조 144억 원이었고 판매 수익은 6000억 원밖에 안 됐습니다. 그러니까 광고가 네 배 정도 많은 그런 셈이었는데요. 2017년의 광고 수익은 1조 9491억 원으로 (1천억 원 가량) 줄었죠. 종이신문 판매 수익도 4600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동일한 기간 동안 전체 매출액은 늘었어요.

매출액이 늘어난 이유는 바로 부가 사업과 기타 사업입니다. 다시 말해 구독료 수익이나 광고 수익이 줄어든 것보다, 기타 사업을 통해서 얻는 수익이 더 많이 늘어났다는 거거든요. 2009년에는 약 4800억 원 정도였는데 2017년에는 6700억 원. 약 7000억 원 수준으로 뛴 거죠. 이게 다 어디서 온 거냐. 상당 부분 콘퍼런스나 포럼 같은 걸 열어서 생긴 협찬 수익으로 얻어진 겁니다."


지난 11월 24일 방송된 '기사의 탈을 쓴 광고, 언론사 돈줄인가' 편에서는 <저널리즘 토크쇼J>는 언론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기사형 광고'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들이 이번에는 '언론사 주최의 콘퍼런스'에 주목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자신의 신뢰도를 깎아먹으면서도 기업을 상대로 일종의 '삥 뜯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언론사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 말이다.

티켓 영업에 나선 기자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 KBS

 
<저널리즘 토크쇼J>의 취재 결과, 주요 일간지 10곳과 경제지 9곳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개최한 콘퍼런스는 총 193건이라고 한다. 한 달 평균 18건이다. 신문사뿐만이 아니다. 방송사, 인터넷 매체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어서 '콘퍼런스 저널리즘'이란 업계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한다.

이러한 콘퍼런스의 돈줄은 물론 기업들이었다. 주최는 언론사가 하지만, 협찬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대는 쪽은 기업이었다. 크게는 수천만 원에서부터 적게는 수백만 원 단위였으며 언론사 대표 콘퍼런스에는 억 단위의 금액이 오간다. 정 교수의 말마따나 "기업 입장에서는 보험을 들어놓기 위한 홍보비"인 셈이었다.

'콘퍼런스 저널리즘'의 범람에 어느 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한 해 적게는 30개에서 40개. 많게는 한 달에 40개가 들어오는데 실제 체감하는 정도는 한 해에 100만 개 정도 있는 것 같다. 이 많은 포럼에 다 가기도 어렵고, 협찬을 물리적으로 감당하기도 어렵다."

어디 그 뿐인가. 포럼 좌석에도 가격이 매겨진다.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기업 관계자들과 대면하는 일선 기자들이 '티켓 장사'에 나서기도 한다. 이러한 영업 업무가 싫어서 퇴사한 기자들도 부지기수란다. 제작진이 만난 현직 기자들은 언론의 '포럼 협찬 영업'에 대해 고충을 털어 놨다.

"아이템을 잡듯이 포럼 아이템부터 같이 참여하게 됩니다. 기자는 그때부터 (포럼에) 종속되는 거고요. 목적은 하나예요.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죠. 보통 메이저 (언론)에서 하는 포럼은 1억 단위로 알고 있어요. (중략)

기업 입장에서는 광고하느니 차라리 언론사가 강하게 요구하는 포럼에 참여해 (언론사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게 더 쉬운 방식이고, 광고보다는 포럼의 단가가 아직은 더 싸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일 수 있죠. '아, 이 매체도 죽는 소리 한다', '야, 그러면 포럼 한번 가줘라' 이렇게 말하면서 자기들도 흔히 말하는 '광 팔기(보험 차원)' 좋은 시장이 열렸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는) 계속해서 더 악화될 거라고 보고요." (A 기자)


"(전략) 속된 말로 영업을 하라고 암묵적으로 지시가 내려오죠. 왜냐하면 인사 고과에 반영이 된다고 하니까요. 기자들 사이에서는 사실 김영란법에 저촉되고 아슬아슬하다고 느끼거든요. 그런데 편집국장이나 마케팅 쪽에서는 독려하고. 직접적으로 포럼 협찬금이 아니라 광고비 형태로 집행을 해주는 등 편법을 많이 동원하거든요.

지면이나 온라인에 광고를 실어주거나 아니면 (기업) 대표를 인터뷰하는 등 반까이(대가성) 기사를 써준다든지. 포럼은 명분이고 사실은 광고비를 더 따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죠." (B 기자)


콘퍼런스 저널리즘의 이면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 KBS

  
최근 뉴스를 온라인이 아닌 지면으로 접하는 독자는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근래 들어 종합일간지의 광고 지면의 중량감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예전 종합편성채널 방송처럼 대놓고 대출 광고 등을 싣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건설사의 아파트 광고를 비롯해 대기업 광고가 현저히 줄었다는 것 하나는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십수 년간 신문 지면을 마주한 장년층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언론사의 신뢰도는 바닥이다. 독자들은 청년층, 장년층 할 것 없이 유튜브 등 뉴미디어로 몰려간다. 신문 지면에 광고를 내줄 명분도, 실효도 없다. 기업 입장에서 '광고를 하느니 아직은 그나마 싼 포럼'을 선호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 셈이다. 서로의 묵인 하에 언론사의 '영업' 역시 통용된다.

언론에게 더 굴욕적인 것은 이러한 '콘퍼런스 저널리즘'이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신뢰도 하락을 누구보다 명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일부 기업들은 협찬금은 내놓으면서도 "이름을 빼는 조건으로" 협찬을 한다고 한다. 그 이유가 꽤나 씁쓸하다. 기업이 특정 언론사 콘퍼런스에 협찬한 사실을 타 언론사 쪽에서 알게 되면, "지난번에 저 언론사에 협찬해 주셨던데 우리도 이번에 협찬해 달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실로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주진형 대표의 설명을 더 들어 보자.

"우리나라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인사이더'들끼리 여러 겹의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유착 관계를 하나씩 하나씩 더 만들어내고 있는 거죠. 한쪽이 자꾸 먹고살기 힘드니까. 말하자면 친척인데 그 친척이 어려워진 거예요. 그러니까 자꾸 찾아오는 겁니다.

저도 한국에 와서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했던 점이에요. 외국 언론들도 이런 식의 콘퍼런스 비즈니스를 합니다. 그렇지만 콘퍼런스 한다는 사실을 기사로 싣지는 않아요. 신문 지면의 광고면에 따로 콘퍼런스를 한다는 광고를 할 뿐이지, 기사로는 알리지 않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보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물론이고), 심한 곳에서는 1면에 자기네들이 행사한다는 기사를 싣기도 한다. (언론사들이) 참 간도 크다."


언론이라는 '을'이 살아 남는 먹고사니즘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 KBS

 
미국 <뉴욕타임즈>는 콘퍼런스와 관련된 협찬 목록을 독자들에게 공개하며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외국 사례와 비교하면 "간도 크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방송에서 나온 것이 협찬과 뇌물의 경계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른바 삼성의 '장충기 문자'가 두고두고 회자되는 것도 같은 이유인 셈이다.

이런 기이한 기업과 언론의 유착 관계가 지속되다보면, 훼손될 수밖에 없는 것이 언론의 독립성이지 않겠는가. 이렇게 대놓고 영업을 하는 언론사가 과연 대상 기업의 부정과 비리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까. 왜 우리나라 일부 경제지, 메이저 신문사는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와 기업의 편에서 사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줄곧 써왔는지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가.

"마치 언론이 갑이고 기업이 을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도리어 기업이 더 갑이에요. 어쨌든 돈은 기업이 갖고 있으니까. 기자가 홍보팀 직원들한테 잘못 보이면, 기자나 언론사를 힘들게 하는 방법도 (기업이) 갖고 있죠. (언론사에) 돈을 안 주면 그만이니까. 버티면 그만이고, 묵살해도 되는 거거든요. 많은 경우 (언론의 요구를) 묵살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과 언론의) 이해관계가 이런 거래를 만들어내는데요. 그 포인트는 (이 거래를) 일반 소비자와 독자가 모른다는 점이고 그게 문제인 것이죠."(주진형 전 대표)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J>는 현직 기자와 기사 발행을 원하는 업체를 1대 1로 연결해 주는 이른바 기자 중개 사이트와 함께 보도자료만 건네면 신문사나 언론사들을 연결시켜주는 언론 홍보대행사의 실태를 짚기도 했다.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언론홍보대행사가 책정한 단가표에 따라 보도자료와 돈만 지급하면 신속하게 기사화가 되는 놀라운 기사 거래는 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가짜 펜을 든 사람들-누가 사이비 기자를 만드는가' 편에서도 심층 취재한 바 있다.

SBS에 따르면,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 가능한 언론사나 유력 언론사까지도 단돈 수십만 원에 가짜 정보로 도배된 보도자료를 단 이틀 만에, 별다른 팩트 체크 없이 기사화해주고 있었다. 과연 이러한 행태를 언론의 포털 종속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보도자료 기사화는 물론이요, 콘퍼런스 저널리즘 역시 수익에 혈안이 된 대한민국 크고 작은 언론사들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알지만 독자들은 모르는, 언론 윤리는 내팽개처버린 몸부림이다. '언론'이라는 유무형의 신뢰성을 자양분 삼아 언론 소비자와 독자들을 우롱하는 '먹고사니즘'의 극단이다. 

하지만 그 독자들도, 떨어진 언론의 '신뢰성' 측면에서 보자면 어느 정도 그러한 '장삿속'을 인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쓴 소리를 쏟아낸 주진형처럼, 어느 정도는 기대를 저버린 채로.

"구조를 빼놓고 자꾸 기자를 이야기하거나 윤리를 말하면 그것은 이제 백년하청(百年河淸: 중국의 황허강이 늘 흐려 맑을 때가 없다는 뜻, 아무리 오랜 시일이 지나도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이고, 혼자서 말하자면 노래 부르다가 끝나는 것과 비슷해요. 그러니까 근본적으로는 과잉 공급된 미디어 산업이 자기들끼리 알아서 어쨌든 건전한 방법으로 살아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죠.

시장 원리가 누군가를 하나씩, 하나씩 취약한 기업체를 무너뜨리면서 정리가 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두 번째는 이러한 문제를 소비자들이 이미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언론 신뢰도가 가장 낮은 것 아닙니까? 그걸 언론인들이 몰라서 지금 그러고 있겠습니까? 결국은 사회 구조를 하나씩 바꾸는 과정에서 개선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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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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