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프로야구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2019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임박했다. 오는 9일 오후 5시 15분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다. 올해는 역대 최다인 102명의 후보자가 이름을 올린 가운데 이 중 10명 만이 황금장갑을 품에 안을 수 있다.

순수하게 수비력만을 평가하는 미국(MLB)이나 일본프로야구(NPB)와 달리 한국의 골든글러브는 종합적인 성적을 아우르는 '베스트 나인' 개념의 시상식에 가깝다.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가 골든글러브 시상부문에 포함된 것이나,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도 실질적으로 공격 부문에서의 성적이 수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KBO 골든글러브의 특징이다.

이 때문에 골든글러브의 자격과 공정성을 두고 종종 잡음이 일어나곤 했다. 정작 수비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도 공격 지표만 좋으면 얼마든지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수 있는 모순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골든글러브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거나, 시상식의 명칭을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공격과 수비 부문을 따로 나누어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KBO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올해 골든글로브 수상 영광 차지할 선수는
 
린드블럼, 다승왕의 자존심으로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회말 두산 선발 린드블럼이 역투하고 있다

린드블럼 ⓒ 연합뉴스


올해는 어떤 선수들의 영광을 차지하게 될까. 일단 수상이 확실시되는 몇몇 포지션이 있다. 투수와 포수 부문에서는 각각 3관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친 두산 린드블럼과 NC 양의지가 무난하게 골든글러브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린드블럼은 최근 두산을 떠나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임을 선언했다. 평균자책점 1위를 수상한 기아 양현종이 변수지만 현실적으로 린드블럼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린드블럼은 앞서 열린 MVP 시상식에서도 양현종을 여유있게 제치고 수상한 바 있다.

지난해에 이어 골든글러브 2연패를 노리는 양의지는 수비와 투수리드 부문에서 이미 현존하는 KBO리그 최고의 포수로 꼽힌다. 올시즌 타격에서도 커리어 하이를 기록해 마땅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NC 이종욱(350표, 2007년)과 삼성 마해영(99%, 2002년)이 기록했던 역대 골든글러브 최다득표와 최고득표율을 경신할 수 있을지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

1루수 부문도 키움 박병호가 SK 제이미 로맥이나 두산 오재일을 제치고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 수비 지표에서는 오히려 로맥이 후보군 중 가장 근소하게 앞서있지만 타격 성적을 더 중시하는 KBO 골든글러브에서는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쥔 박병호(33개)의 임팩트가 더 커보인다. 지명타자 부문은 롯데 이대호-한화 김태균 등 국내 4번타자들이 대거 하향세를 보인 가운데 최다안타왕(197개)과 타율 2위(.344)을 차지한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가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2루수 부문은 올해도 기아 안치홍과 NC 박민우의 경쟁 구도다. 지난해는 안치홍이 수상했지만 올해는 박민우가 타율(.344. 전체 3위)과 2루수 최소실책(9개) 등 공수 양면에서 더 우위에 있어서 수상이 유력하다. 유격수 부문은 키움 김하성의 수상이 확실시된다. 수비 비중이 큰 유격수 포지션에서 두 자릿수 실책(15개)과 수비율(.967)이 아쉽지만 경쟁자들에 비하여 압도적인 타격 성적(타율 .307, 홈런 19개)으로 만회하기 충분하다.

3루 부문은 SK 최정이 1순위다. 올해도 공격 부문에서는 타율 .292에 홈런 29개로 독보적이다. 하지만 김하성과 마찬가지로 수비력은 실책 14개와 수비율 .956으로 다소 아쉽다.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유격수 포지션에 비하여 최정은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이자 우승 프리미엄까지 안고 있는 두산 허경민이라는 대항마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외야 부문

외야 부문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총 28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린 가운데 이정후, 제리 샌즈(이상 키움), 멜 로하스 주니어(kt) 등이 수상에 근접하다는 평가다. 이정후는 지난해 부족한 경기출장수와 성적에도 불구하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여 '인기투표' 논란에 휩싸였지만 올해는 최다안타 2위를 비롯하여, 타율-득점-수비율에서도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충분히 자력으로 골든글러브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을 갖췄다는 평가다.

전통적으로 외야수 부문은 후보도 많은데다 포지션 구분 없이 3명을 뽑다보니 투표가 분산되기 쉽다. 유독 외야에서 의외의 수상자들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이유다. 올해처럼 특출한 성적을 올린 선수보다 고만고만한 후보자들이 대거 넘쳐나는 상황은 예측하기가 까다롭다.

지난해도 이정후에 밀려 아쉽게 골든글러브를 놓친 로하스나, 키움과 재계약이 불투명한 샌즈가 올해도 '외국인 핸디캡'의 피해자가 될지도 또다른 관전포인트다. 두 선수 모두 성적만 놓고보면 글든글러브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투표인단의 전문성이 부족한 KBO 골든글러브의 특성상, 국내 선수들이나 이름값에서 앞선 스타플레이어들이 더 우대를 받는 현상이 공공연하게 발생해온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KBO 골든글러브가 과연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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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러브 KBO 의외의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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