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병역 기피' 논란을 일으키며 입국 금지 조치를 당한 가수 유승준은 17년이 흐른 지금까지 대한민국 병역 기피의 상징이 되어 왔다. 국내 입국이 막혀있던 유승준은 2015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하였다가 거부되자 국내의 법무법인을 법무 대리인으로 선정하고 소송에 들어갔다.

1심과 2심은 원고(유승준)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7월 11일 대법원은 '유승준의 비자 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는 판결을 내리며 논란은 재점화되었다.

지난 17일 방송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은 2002년 유승준의 병역 기피 논란 직전에 벌어진 병역 비리 수사를 되짚어본다. '유승준'이 여전히 대중의 용서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면에 병역 면탈을 꾀한 '신의 아들들'은 어떤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던 걸까?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현재도 유승준의 병역 기피 논란을 떠올리는 이는 많다. 이와 달리 1998년부터 3년간 이어진, 수사 대상만 10만 명에 달하던 군, 검, 경 합동 병역 비리 수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외환위기의 고통 속에 사회 불평등이 심화하자 우리 사회엔 특권층에 대한 반감이 점차 높아갔다. 헌병수사관이던 박노항이 저지른 병역 면제 비리 사건에 사회지도층이 연루되었다는 보고를 접한 청와대는 수사를 지시한다.

건국 이래 최대의 병역 비리 수사였건만 결과는 놀랍도록 초라했다. 614명이 구속되었지만, 국회의원, 재벌, 언론사주 같은 사회 고위층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비호세력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고위층들이 이 문제를 방해하거나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너무 큽니다. 이후 고위층 병역 비리 수사는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에 중단되었습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당시 병역 비리 수사팀장을 지낸 이명현 소령은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에 병역면제자 정보, 병역 브로커의 메모, 비리를 청탁한 유명 인사의 명단, 뇌물 수수 과정, 군의관들의 진술서, 비리 수법 등이 기록된 1만 장 분량의 수사 문서를 공개한다. 제작진이 20년 전 자료를 지금 공개하는 이유를 묻자 이명헌 소령은 "병역 비리 근절을 위해서"라고 답한다.

이명현 소령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병역 면제의 대가는 4500만 원~5000만 원 선이었고 혐의자의 규모가 서울에서만 2만 명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수사는 비호 세력의 방해로 지지부진했다. 특권층 수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병무 비리 합동수사부는 사회 지도층 유력 인사를 수사하기 위해 정계 인사 14명, 재계 인사 11명, 체육계 인사 4명, 연예계 인사 24명, 기타 3명으로 구성된 54명의 명단을 작성한다.

명단에 올랐던 사람들을 제대로 수사했다면 이후 우리나라의 병역 비리 근절은 상당히 진전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압과 은폐 세력의 힘은 막강했다. 이명현 소령은 정계, 재계, 언론계 인사들은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입건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희생양은 체육계와 연예계 인사들뿐이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2001년 도주 중이던 박노항이 검거된 후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박노항이 작성한 글에 유력 인사들에 대한 단서가 언급되었지만, 추가적인 조사는 없었다. '범죄 열람표'엔 청탁자 91명과 뇌물액 21억이 기재되었으나 신의 아들들은 구속도, 벌금도, 재입대도 피했다.

사회 지도층을 풀어주었던 사람들은 진급하거나 퇴직 후에 사외 이사, 사건 수임 등으로 이익을 챙겼다. 도리어 열심히 병역 비리를 수사하던 이명현 소령은 직위 해제를 당하고 만다. 그는 국방부 장관에게 올린 보고서의 한 대목에 이렇게 적었다.

"병무 비리 수사 시 외부의 그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다고 말 할 수 있으나, 슬프게도 내부의 압력에는 무릎을 꿇은 적이 적지 않습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54명 명단 속엔 유승준도 있다. 이명현 소령은 명단을 작성할 시기에 앞으로 유승준이 미국 영주권을 통해 병역을 기피할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한다. 명단에 든 사실을 처음 접한 유승준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저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 미국에 와서 때가 됐을 때 시민권을 따는 것이 극히 자연스러운 절차거든요. 그게 병역기피라고 보이는 것는 솔직히 저 하나 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유승준은 당시 병무청이나 국방부 관계자를 만난 일이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신체검사를 받는 장면이 주요 매체에 실리는 등 당국의 지원은 상당했다. 병역 의무의 아이콘이 되도록 지원한 것이다. 2002년 유승준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자 병문청과 국방부 관계자들의 분노는 엄청났다. 그 결과 입국 금지라는 강한 처벌을 내린다. 최돈걸 당시 병무청장은 형평성을 문제 삼는다.

"(군대 간 젊은 사람들과 국민 앞에서) 군대도 안 가고 박수 받고 돈 받고. 이건 국가가 아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유승준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제작진은 유승준의 입국을 둘러싼 '논란'과 '진실'을 추적한다. 유승준과 그의 아버지 유정대는 당시 9.11 테러의 영향으로 타국 군대에 입대하면 추방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은 잘못되었다고 유혜준 이민 전문 미국 변호사는 지적한다.

"한국에서 군복무를 하는 자체 때문에 미국의 시민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맞지 않는 것 같고요. 그런 제도나 규정은 없습니다."

방송은 '유승준이 재외동포 비자(F-4)를 받으려는 이유가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함'이고, '한국의 조세 제도가 더 유리하기에 탈세를 목적으로 입국하려고 한다'는 의혹도 다뤘다. 관광비자 대신 굳이 체류 기간 3년에 경제 활동이 자유로운 재외동포 비자를 받으려는 부분에 대해 유승준의 법률대리인인 임상혁 변호사는 어떤 비자 유형이라도 입국 허가를 받아야 하며 유승준은 재외동포법에 따라 F-4 비자를 신청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조세 포탈에 관해선 한국에서 활동하든, 미국에서 활동하든 내는 세금의 총액은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유승준 측의 지속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반감을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승준의 입국 금지를 풀어선 안 된다는 의견이 69%에 달한다. 입국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에 25만 명이 참여했을 정도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영사관이 오로지 이전에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한 것은 위법하며"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외동포 체류자격의 부여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을 문제시 삼았다.

정성득 서울지방 병무청 부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유승준의 입국 금지는 출입국관리법의 '우리나라 국익에 반하거나 미풍양속을 저해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고 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유승준과 신의 아들들' 편이 방송된 후 포털에 올라온 언론 기사의 대부분은 유승준과 그의 아버지 유정대씨의 발언에 맞춰져 있다. 제작진이 던진 질문은 유승준의 입국 금지가 옳다, 그르다가 아니다. 유승준의 병역 기피와 1998년 병역 면제 비리를 어떤 잣대로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유승준에겐 '국민정서법'에 기반을 둔 사실상의 처벌이 17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20년 전 신의 아들들은 지금껏 현행법상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2019년 국정감사에서 유승준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병무청장, 국방부 장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에게 말하고 싶다. 중요한 건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에게 내려진 처벌만큼 신의 아들들 역시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그리고 투명한 병역 바로 세우기가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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