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지 35일 만인 14일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장관의 사의를 수락하고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이며 국정 과제"라며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 가면서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조 장관과 그의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로 엇갈렸다. 하지만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정치권을 포함한 진보와 보수 모두 이견이 없지 싶다. 대선 때마다 대선주자들의 공약 1번, 아니면 2번은 언제나 검찰 개혁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공중파의 시사프로그램들도 연이어 검찰의 권한 남용과 잘못된 수사 관행을 지적하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9월 30일 방송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검찰 개혁, 촛불 커지는 이유는?' 편은 검찰의 기소권 남용 사례를 살펴보며 검찰 권력의 횡포를 꼬집었다. 지난 10월 4일 방송한 KBS <시사 직격> '칼잡이, 칼끝에 서다' 편은 검찰 개혁과 관련된 현재 상황을 '윤석열'이란 프레임을 통해 보고 검찰 권력의 중심에 있는 '특수부'의 문제점을 살폈다.
 
MBC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검찰의 권력은 항상 논란이 되어왔다. 검찰은 모든 범죄의 기소 여부를 독점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수사를 지휘하고 종결하는 권한도 지녔다. 심지어 직접 수사권까지 쥐고 있다. 문제는 형사 절차의 권한을 독점한 검찰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또는 정권의 요구에 맞추어 칼을 휘두른다는 것이다. <스트레이트> 제작진은 그 대표적인 예로 '유성기업' 사건을 꼽았다.
 
2011년, 현대차의 하청 부품업체인 유성기업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어났다. 그런데 유성기업의 원청인 현대차의 임원 차량에서 유성기업 쟁의 문건이 발견되고, 현대차 본사 회의실에서 유성기업 등 관계자들이 회의를 여는 등 현대차가 배후에서 노조 파괴 공작을 벌인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고용노동청의 압수수색 과정에선 현대차 임직원과 유성기업이 주고받은 이메일까지 발견됐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관련자들을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뒤늦게 이메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유성기업 노조는 2016년에 현대차를 고소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검찰은 태도를 바꾸었다.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3일 앞두고 노조 파괴에 관여한 현대차 임직원들을 부랴부랴 기소했다. 황당한 건 이때 검찰이 제출한 결정적인 증거가 이미 확보했던 이메일이란 사실이다. 애당초 왜 현대차에 면죄부를 주었는지에 대해서 검찰 관계자들은 침묵하는 중이다.
 
MBC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방송에 따르면, 이렇듯 검찰은 명백한 증거를 손에 쥐고도 기소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한다. 집권 세력의 '하명수사'를 충실히 이해한 검사는 공을 인정받아 검찰 내 요직에 오르거나 국회의원 공천을 받는 등 승승장구한다.

검찰의 권력 남용 사례는 무수히 많다. 특히 눈에 띄는 건 2008년 < PD수첩 > 광우병 보도 수사와 2009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긴급체포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며 기소했으나 결과는 무죄였다. 그러나 기소만으로 그의 삶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하지만 그를 무리하게 기소했던 검사 중에 처벌받은 이는 없다.

< PD수첩 > 광우병 보도 사건은 이례적으로 정부가 직접 수사를 의뢰했다. 당연히 권력 윗선의 노골적인 개입이 이루어졌다. 명예훼손죄 적용이 어렵다고 주장했던 임수빈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수사진에서 배제되고 만다.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에서 직속 상관인 최교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무죄라도 상관없이 < PD수첩 > 관련자들을 기소하라고 지시했음이 밝혀졌다.
 
MBC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검찰의 진정한 힘은 기소하지 않는 것에서 나온다. 기소를 하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직의 이익이나 권력의 요구에 맞추어 칼을 휘두르다가도 검찰 내부의 범죄엔 한없이 관대해지는 두 얼굴을 보여준다.

2015년 부산지검의 윤 검사는 고소장을 분실한 후 위조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파문이 커지자 윤 검사는 사의를 표명했고 검찰은 징계는커녕 조사 한 번 안 하고 사표를 수리했다. 해임이나 면직 등 징계를 받으면 변호사 개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눈감아주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2015년 길거리에서 음란 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된 김수창 당시 제주지검장은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제출하자마자 수리하는 등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2015년 서울남부지검의 검사 2명이 후배 여검사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던 사건에도 징계는 없었다. '검사 문서 위조' 사건을 내부 무마했다는 이유로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고발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선택적 수사, 선택적 분노, 선택적 정의"라고 검찰을 비판한다.

"말이 안 되잖아요. 검사의 공문서위조, 사문서위조가 덮였습니다. 다른 공무원이 그랬다면 구속하거나 기소했을 사건이 공연히 다 알려졌는데도 덮였죠. 경징계 사안이라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기각했다고 들었습니다. 지휘권과 수사권을 검찰을 사수하는 데 쓴다면..."
 
MBC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 관행을 개혁하라는 지시를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10월 1일에 특수부 축소와 외부 파견 검사 복귀, 4일엔 공개소환 전면 폐지, 7일엔 9시 이후 심야 조사를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도 8일 특수부 축소, 검사 파견 최소화 등을 포함한 '검찰 개혁 추진 계획'을 내놓았다. 이들 개혁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특수부 축소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전국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검찰 개혁이 곧 특수부 개혁으로 인식될 정도로 특수부는 검찰 권력의 상징으로 알려졌다.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특수부가 지목되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시사 직격> 제작진은 지난 4일 '칼잡이, 칼끝에 서다'에서 우리 사회는 왜 특수부를 필요로 하게 되었는지, 그 필요는 지금도 유효한지를 파헤쳤다. 
 
KBS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시사 직격>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특수부는 '특별수사부'의 줄임말로 주로 재벌 총수나 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범죄를 다루는 부서를 지칭한다. 특수부는 고소나 고발 없이 범죄 사실을 인지하여 스스로 수사를 하면서 혐의를 찾아내고, 그 혐의의 범죄 사실을 구성하여 기소해서 유죄 판결까지 받는 일련의 과정 전체를 책임지고 진행한다.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43곳이 폐지되어 현재는 서울중앙지검 등 7개만 남아 있다.

특수부는 1981년 전두환 정권과 함께 출범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뿌리를 둔다. 검찰총장의 직할부대로 불리던 중수부는 1982년 이철희, 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 등 대형 부정부패 사건과 권력형 비리를 주로 수사했다. 문민정부 출범 후엔 정보기관의 힘이 검찰로 이동하며 중수부는 권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안기부, 경찰, 군인이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체제 유지의 첨병으로 검찰이 등장했다고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설명한다.

"유서 대필 사건이나 정치적 조작을 통해서 정권 입장에서는 체제를 구했죠. 그러면서 권력 기구 내에서 검찰의 위상이 대단히 높아집니다."
 
KBS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시사 직격>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중수부는 막강한 권력을 권력에 발맞추어 사용했다. 늘 정권 말기나 새로운 정권 초기엔 과거 정권의 비리를 수사하여 새로운 정권에 힘을 실어주었다. 재벌과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던 중수부의 검사들은 새로운 정권에서 권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일이 많았다. 역대 검찰총장의 상당수도 특수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출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시동을 걸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비검찰 출신 여성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고 검찰 수사에 대한 불개입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나 검찰이 여야를 불문하고 대선자금을 수사하고 현직 대통령의 측근을 구속하며 상황은 바뀌었다. 결국 폐지하지 못했던 검찰 중수부의 칼날은 정권이 바뀌자 노무현 대통령에게 향했다. 참여 정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검찰이 정권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수사할 수 있게 보장해줬다. 이 수사로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대단히 높은 신뢰를 받게 됐다. (중략)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게 되면 마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보복 같은 인상을 줄 소지가 컸다. 그 시기를 놓치니 다음 계기를 잡지 못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지켜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다."
 
KBS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시사 직격>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그렇게 중수부는 점점 힘이 세졌다. 이명박 정권 들어선 < PD수첩 > 광우병 보도 수사,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 KBS 정연주 사장 사건 등 표적 수사와 편파 수사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 사건은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일반 사건의 1심 무죄율이 0.36%인데 반해 중수부 수사 사건은 무려 27배인 9.6%에 달한다. 검찰이 얼마나 무리한 수사를 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2012년 스폰서 검사, 떡값 검사, 성 추문 검사 등 검사 스캔들이 계속되며 여론의 질타를 받자 한상대 검찰총장은 수습책으로 중수부 폐지를 내밀었다. 그런데 특수통 검사들이 집단 반발해 한상대 검찰총장이 사퇴한다. 흥미롭게도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윤석열이다.

2013년 4월, 대검 중수부는 폐지되고 업무는 대부분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로 이관되었다. 중수부가 특수부로 부활했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현재 민주주의 국가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기관은 대한민국 검찰이 거의 유일하다. 더욱이 특수부는 수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손에 쥔, 막강한 권력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KBS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시사 직격>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대한민국 헌법 첫머리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어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다. 권력은 대통령의 것도, 검찰의 것도 아닌, 바로 국민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상황이다. 과거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보안사, 기무사령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검찰은 처벌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본연의 업무를 넘어서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주목받을 만한지를 소수의 검사가 결정하는 '정치 검찰'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일정 정도 자기 권력화가 되어 '검찰 정치'까지 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와 검찰 개혁은 별개의 문제다. 검찰이 가진 절대 권력을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통해 분산시켜야 한다. 어떤 권력도 굴복시킬 수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어떤 견제도, 통제도 받지 않는, 살아 있는 권력인 검찰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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