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판이 되면서 선수들의 기록 달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A 다저스 류현진 역시 29일(한국 시각) 정규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이 예고되어 있다. 이날 투구 결과에 따라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을 유지하거나 혹은 빼앗기게 된다.

물론 포스트 시즌 준비를 앞두고 휴식 차원에서 등판하지 않으면, 류현진은 평균자책점 1위를 확정할 수 있다. 그러나 디비전 시리즈까지 아직 남은 시간이 많고 컨디션 유지를 위해, 그리고 정정당당한 타이틀 획득을 위해 류현진은 경기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선발 기회 다시 얻었던 마이너, 단일 시즌 200K 첫 달성

27일 경기에서 추신수의 동료 마이크 마이너(이상 텍사스 레인저스)가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단일 시즌 200탈삼진을 달성했다. 단일 시즌 개인 최다 홈런(23홈런)을 날렸던 추신수도 선발 출전해, 안타는 없었지만 볼넷을 3개나 추가했다.

마이너의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이전까지의 기록은 2013년에 세웠던 181탈삼진이었다. 1년동안 불펜으로만 던지다 선발로 복귀했던 작년에는 이닝과 투구수 등에서 제한이 있었지만, 올해는 그 제한을 풀었고 결국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게 됐다.

마이너는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199.2이닝 191탈삼진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날 마이너는 4회에 3실점, 7회에 2실점하며 도합 5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에는 실패했다. 투구수도 100구를 넘어가는 시점이었지만 마이너는 200탈삼진 기록에 도전하기 위해 계속 마운드를 지켰다.

마이너는 이닝 별로 잡아낸 1회에 2개, 2회는 없었으며 3회에는 아웃 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4회에 1개, 5회에 1개, 6회엔 없었고 7회에 1개, 8회에는 삼진을 추가하지 못하며 8회까지 8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8회까지 무려 120구를 던졌지만 마이너는 1개가 남았던 200탈삼진 기록을 채우기 위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샌디 레온을 2구 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을 잡아낸 마이너는 다음 타자인 크리스 오윙스를 상대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2구 볼 판정으로 1볼 1스트라이크가 된 상황에서 오윙스는 마이너의 3구째 들어온 시속 136km 짜리 체인지업을 받아쳤다. 1루수 로널드 구즈만이 충분히 받을 수도 있었던 평범한 파울 플라이 타구였다.

하지만 구즈만은 이 공을 아웃 처리하기 위해 열심히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파울 판정이 나오면서 1볼 2스트라이크가 되었고, 마이너와 오윙스의 승부는 계속 이어지게 됐다.

결국 마이너는 시속 138.9km의 체인지업을 다시 던져 오윙스로부터 삼진을 유도, 단일 시즌 200탈삼진 기록을 달성했다. 아웃 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완투도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126구를 던진 마이너는 호세 르클럭으로 교체됐다. 르클럭은 다음 타자 마르코 에르난데스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경기를 끝내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커리어 첫 200탈삼진 시즌을 달성한 기록 자체는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윙스를 잡아내지 않는 구즈만의 플레이를 두고 정정당당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간혹 발생하는 시즌 막판 몰아주기 기록 논란

경기가 끝난 뒤 감독들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알렉스 코라 감독은 자신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는 표현으로 당시 상황이 아쉬웠다는 뉘앙스를 남겼다.

레인저스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 역시 자기 팀 투수가 기록을 달성한 그 순간이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다는 표현으로 씁쓸한 모습을 감추질 못했다. 평범한 파울 타구를 놓치려고 했던 1루수 구즈만의 행동이 옳은 행동은 아니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다만 우드워드 감독은 레드삭스 타자들이 8회에도 초구만 노렸다며 의도적으로 마이너의 기록 달성을 방해했다는 식으로 이 문제를 상대 팀 탓으로 돌렸다. 물론 실제로 8회에 아웃 카운트 3개가 모두 초구 범타로 잡히기는 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드워드 감독도 한동안 논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드워드 감독의 의견이 옳았다고 볼 순 없다. 7회를 마쳤을 때 마이너의 투구수는 이미 117구였다. 선발투수의 힘이 떨어져가는 시점에 상대 팀 타자들은 그의 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러 들어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다만 이 부분에서는 3구 만에 아웃 카운트 3개를 모두 처리한 마이너의 효율적인 피칭이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시즌 막판에 특정 선수의 기록 달성을 위해 기회를 몰아주는 경우는 간혹 볼 수 있었다. 안타왕 타이틀을 위해 해당 타자를 원래 역할이 아니라 1번 타순에 배치하여 조금이라도 더 많은 타격 기회를 주는 경우도 볼 수 있었고, 타이틀 수성이 확정된 타자가 시즌 마지막 날에 첫 타석에서 단타를 친 뒤 바로 대주자로 교체되는 경우도 흔했다.

타격왕 타이틀의 경우도 비슷했다. 타율이 내려갈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주전 명단에서 빼고 쉬게 하거나, 시즌 마지막 날에 단타만 추가하고 대주자로 바꿔주는 경우다. 2011년 내셔널리그 타격왕이었던 호세 레이예스(뉴욕 메츠)는 당시 시즌 마지막 날에 단타 하나만 치고 바로 대주자로 교체되었던 적이 있었다.

일부러 만들어준 기록보다 아름다운 것은 최선을 다한 실패

이 경기에서 생긴 일은 최근에 있었던 다른 경기에서 일어났던 기록 실패 사례와 더불어 비교된다. 베테랑 선발투수 잭 그레인키(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6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9회말 1사까지 노 히터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레인키는 오스틴 놀라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노 히터 기록이 깨졌다. 이어서 팀 로페스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완투도 달성하지 못하고 8.1이닝 투구에서 교체됐다. 그레인키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트레이드되기 이전인 6월 14일에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6회까지 노 히터 기록을 이어가다 실패했던 적이 있었다.

그레인키는 26일 경기에서 노 히터는 놓쳤지만 8.1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시즌 33경기 선발 등판에서 18승 5패 평균 자책점 2.93에 187탈삼진으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같은 팀의 저스틴 벌랜더와 게릿 콜의 사이 영 상 집안 싸움에 가려져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 애스트로스의 3선발 그레인키가 올 시즌 두 팀에서 거둔 성적은 충분히 훌륭한 에이스급 성적이었다.

그레인키는 당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좋은 기회를 달성했다면 번거롭긴 했겠지만 좋았을 것 같다면서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다만 그레인키는 평소에 주목 받는 것을 즐기지 않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평소에 여러 가지 대기록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인키는 하위권 팀이었던 로열스에서 2009년에 사이 영 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마이너 본인도 8회에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 했고, 1개가 남아있던 삼진을 위해 끝까지 던지려고 했을 것이다. 만일 오윙스를 파울 플라이로 잡고, 다음 타자에게 삼진을 잡아내지 못했더라도 마이너는 자신이 완투를 했다는 또 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마이너 본인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동료 투수의 기록을 만들어주려고 일부러 파울 타구를 놓쳤던 구즈만의 행동이 과연 메이저리그 선수다운 행동이었을지에 대해서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경기였다. 비록 기록에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는 모습이 더 아름다웠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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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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