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프로농구계는 슬픔에 빠졌다. SK 나이츠 가드 정재홍(향년 33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정재홍은 손목부상 부위 수술을 위해 입원했다가 심정지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안겨줬다.

정재홍은 팬들 사이에서도 이미지가 매우 좋은 선수였다. 확실한 주전급으로 자리를 굳히지는 못했으나 고양 오리온, 인천 전자랜드 등을 거쳐 서울 SK에 이르기까지 가는 팀마다 쏠쏠한 백업자원으로 활약한 바 있다.

신장(178㎝)은 작은 편이지만 자비를 들여 미국으로 스킬트레이닝을 다녀올 만큼 농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선수다. 근성이 좋아 잠깐을 뛰어도 팀에 활력소가 되는 유형의 플레이어였다.

이에 소속팀 SK는 고 정재홍을 가슴에 품고 2019~2020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정재홍의 등번호 '30'과 영문 이름 약자 'JH'가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하고 시즌을 뛰기로 결정한 것이다. 얼마전 있었던 아시아 클럽대항전 '터리픽12'에서도 해당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른 바 있다.

이렇듯 정재홍 사망으로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또 다른 비보가 날아들었다. 전 전주 KCC 외국인선수 안드레 에밋(37·191cm)이 미국에서 총격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 것이다.   
 
 전주 KCC 시절 안드레 에밋

전주 KCC 시절 안드레 에밋ⓒ 전주 KCC

 
국내 무대서 3시즌간 활약한 테크니션 득점머신
 
CNN은 24일(한국 시각) 에밋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서 괴한의 총을 맞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전 남성 두명이 에밋의 차로 접근해 총격을 가했고, 총상을 입은 에밋은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911이 출동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정확한 범행동기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에밋의 SNS에는 현재 비보를 듣고 찾아온 국내외 팬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망 당일까지도 SNS에 자녀들과 함께 농구장을 찾은 동영상을 올렸기에 보는 이들을 더욱 눈물짓게 했다. 에밋은 자신의 두 딸을 '최고의 선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에밋의 소속팀 3s 컴퍼니 또한 공식 SNS를 통해 위로의 글을 게재한 상태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에밋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득점머신 이미지다. 에밋은 지난 2015~2016시즌부터 3시즌간 전주 KCC에서 활약한 바 있다. 정규리그 129경기에 출전해 평균 23.7득점, 6.9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국내 입성 첫 시즌 소속팀 KCC의 정규리그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추승균 전 감독은 '2015 KBL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당시 1라운드에서 에밋을 뽑아 화제를 모았다. 제도(장단신)가 바뀐 상태서 치러졌던 당시 드래프트에서 대다수 팀들은 장신 외국인 선수를 선호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30·199.2cm), 데이비드 사이먼(37·203cm), 찰스 로드(34·200.1cm), 코트니 심스(36·205.1cm), 트로이 길렌워터(31·197.2cm), 로드 벤슨(35·206.7cm), 리오 라이온스(32·205.4cm) 등 장신의 경력자들이 1라운드에서 부름을 받았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1라운드에서 유일하게 단신용병을 뽑은 추승균 감독은 당시 "남은 선수들 가운데 제일 검증되고 잘한 선수를 선택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KCC가 에밋을 선택할 당시에는 심스, 길렌워터, 벤슨 등 검증된 장신 외국인 선수들이 남아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장신 용병들을 뽑을 수 있었지만 추 감독의 선택은 단신 에밋이었다. 여기에 대해 다소 의외다는 반응이 많았다. KCC 역시 가장 큰 문제점은 골밑으로 꼽혔기 때문이었다.

리그 최장신 선수 하승진(221cm)이 버티고 있었다지만 토종 빅맨은 그게 전부였다. 더욱이, 하승진은 크고 작은 부상이 많은 스타일로 풀타임을 뛰기 어려운 선수라 KCC팬들이 든든한 외국인 센터를 원했다.

비록 인상적인 활약은 펼치지 못했지만 에밋은 NBA 출신이다. 2004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6순위로 시애틀 슈퍼소닉스(현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 지명돼 2시즌을 뛰었다. 또 필리핀, D리그, 푸에르토리코 등 다양한 무대를 경험한 이력을 가지고 있고, 필리핀 리그에서는 평균 32.6점으로 득점 2위에 올랐던 득점머신이다.

2014-15시즌 D리그에서도 평균 22.6점 5.4리바운드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많은 관계자들이 단신 선수 중 최대어로 꼽았을 만큼 기량만큼은 검증됐다는 평가다. 득점을 이끌어갈 에이스가 필요했던 추 전감독 입장에서는 1라운드를 그냥 넘길 경우 에밋을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듯했다.

첫 시즌만 놓고 봤을 때 추 전감독의 에밋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에밋은 돌파, 슈팅 등 내·외곽을 두루 겸비한 전천후 득점머신이었다. 몸놀림이 좋으며 특히 순간적인 스피드가 매우 뛰어나 퍼스트 스텝과 크로스오버로 상대 수비진을 찢어버리고 '플로터 슛(floater shoot)', '훅슛(hook shoot), 언더 슛(Under shoot) 등 다양한 슛을 작렬시킨다.

탄탄한 웨이트를 바탕으로한 바디 밸런스도 좋은 편이라 어지간한 몸싸움은 힘으로 견디어냈다. 상대 장신 외국인선수와 골밑에서 충돌해도 쉽게 밸런스를 잃지 않고 슛을 성공시키던가 자유투를 얻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외곽슛 능력도 준수한 편이었다.

KCC는 에밋의 알고도 못막는 득점력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접전 상황에서 추 전감독의 주 전략은 에밋의 일대일을 앞세운 '에밋 GO'였는데 성공률이 매우 높았다. 2~3명이 겹겹이 둘러쌓아도 에밋은 신경 쓰지 않고 고집스럽게 득점을 성공시켰다.

그 결과 추 전 감독은 정식 감독 취임 첫 시즌에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오르며 젊은 명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에밋은 외국인선수상을, 추 전 감독은 감독상을 탓으니 그야말로 환상적인 만남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승기류는 딱 거기까지였다. KCC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에밋 봉쇄법을 들고 나온 고양 오리온에 그야말로 완패를 당한다.

무리한 개인 플레이로 인해 에밋은 호불호가 갈리는 외국인 선수였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무대 첫 시즌 보여준 득점 퍼포먼스는 역대 최고의 득점머신 중 한명으로 평가받을 만했다. 성격도 유쾌했던지라 인간적으로도 좋은 선수였다는 평가가 많다. 에밋을 추억하는 팬들 입장에서 갑작스런 비보가 마음 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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