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더> 포스터.

영화 <마더>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정확히 10년이 되었다. <기생충>으로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거장으로 우뚝 선 봉준호 감독이 영화 <마더>를 내놓은 때가. 봉준호의 작품 중 최고의 흥행작은 <괴물>이고, 가장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작품은 <기생충>이며,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된 영화는 <살인의 추억>이지만, 진정한 대표작은 그의 유일무이한 청소년 관람불가 <마더>가 아닐까 싶다. 

청소년 관람불가이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둡기 짝이 없기에 <마더>는 봉준호 작품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 <옥자>를 제외하곤 가장 낮은 흥행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했다. 평론가들에겐 유례 없을 극찬을 받았지만, 관객들에겐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호불호가 갈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300만 명이 넘는, 청소년 관람불가치곤 준수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봉준호의 힘인가, 영화의 힘인가. 

<마더>라는 영화는 자타공인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영화가 풍기는 분위기를 받아들이기가 쉽진 않았을 테다. 거기서 호불호가 갈린 게 아니었을까. 신경을 갉아먹는 듯, 긴장과 불안이 쌓이는 듯, 어두워지는 듯. 누군가는 흥미롭게, 누군가는 불편하게 느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불편한 만큼 흥미로웠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엄마는 아들의 누명을 벗길 수 있을까

아들 도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엄마(김혜자)는 시골 읍내에서 약재를 판다. 도준이 스물여덟 살임에도 많이 어리바리하고 어리숙해서 그런가 싶다. 그날도 친구 진태와 있다가 지나가는 차량에 부딪혀 쓰러졌는데, 진태가 도준을 꼬득여 득달같이 따라가 깽판을 친다. 다음 날 도준은 진태와 자주 가는 동네 술집에서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는 나와서 어느 여고생을 어슬렁어슬렁 쫓아간다. 그러다가 여고생의 반격에 도망쳐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 날 온동네가 뒤집힌다. 도준이 쫓아갔던 여고생이 시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곧 수사에 착수했고 정황상 도준을 용의자로 체포한다. 반 강요로 도준의 자백을 받아내고는 수사를 끝내버린다. 하지만 혜자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한없이 착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아들 도준이 살인을 저지를 리가 없다. 사실 온동네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도준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혜자는 변호사를 선임하지만 형량을 최소한으로 해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다. 직접 수사를 시작하는 혜자는 진태를 용의자로 본다. 하지만 덜미를 잡혀 돈까지 뜯기고는 오히려 그의 도움을 받아 수사를 계속 진행한다. 실마리가 될 만한 건 도준의 정확한 기억 그리고 살해당한 여고생 아정이 남긴 핸드폰 등이다. 과연 혜자는 아들의 억울한 누명을 벗길 수 있을까? 

과잉이지만 섬세한

<마더>는 극중 혜자로 분한 배우 김혜자의 김혜자에 의한 김혜자를 위한 영화다. 물론 많은 주조연들이 너나없이 훌륭한 연기를 펼치지만 모두 김혜자를 거치고 받쳐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한국 어머니 상'의 한 전형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데, 그녀가 그래야만 했던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처절하고 처연한 모습에 소름이 끼치는 동시에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 

혜자의 과도함은 비단 혜자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에 걸쳐 있다. 과하면 넘친다고 했던가, 흘러 넘친 과잉은 극점으로 모였다가 흩어져 모호함을 남긴다. 영화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할 텐데, 과잉이 남긴 모호함과 함께 관객들을 속이는 한편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관객들과 함께 미스터리를 풀고자 하는 의지의 피력인 듯하다. 이는 누군가에겐 흥미로 다가갈 테고 누군가에겐 피로로 다가갈 테다. 

봉준호의 연출력이 빛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모호함조차 정확하고 섬세하게 직조해내어 많은 보기 중 하나를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닌 두세 가지 보기 중 하나를 생각하게 한다. 하여 보다 더 어렵고 흥미롭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듯 의식하지 않게 되는 배경 미장센에도 한없는 정확성과 미세함을 부여했을 테다. 그렇기에 후반부의 극단적 반전이 충격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아이러니까지 지닐 수 있었던 것이다. 

전체적 분위기는 봉준호의 두 번째 연출작 <살인의 추억>과 맞닿아 있다. 엄마(Mother)의 '머더(Murder, 살인)의 추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골에서 일어난 살인, 누명을 쓴 듯한 용의자, 풀리지 않는 의문, 한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캐릭터와 미장센 등. 10년이 지나 <기생충>까지 이어지는 '살인의 추억' 시리즈의 중간 다리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고 할까. 

인간 군상을 엿보다

영화가 함의하고 있는 수많은 것들을 끄집어 내어 요목조목 집어볼 생각은 없다. 그럴 수도 없을 뿐더러 설령 그럴 수 있다 해도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한 뒤 도출해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도출하고 싶은 함의는 '인간'이다. 단순히 영화 속 캐릭터에만 머무르지 않는 인간 그 자체. 

캐릭터에 영혼을 불어넣어 불멸이 된 케이스가 참으로 많다. 역사에 오랫동안 남을 캐릭터들인데, 정작 영화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가 보이지 않곤 하기 때문이다. 반면 캐릭터가 우리 자신과 다름 없이 느껴지거나 주위에서 흔히 볼 이와 다름 없이 느껴진다면, 비록 그 캐릭터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에만 머무르지 않지만 오히려 영화도 함께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마더>의 혜자가 그렇다. 주지했듯 그녀는 우리가 생각하고 우리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는 어머니 상의 한 단면 그 자체다. 그런가 하면, 여타 주조연들도 특별하다기 보다 평범하기 그지없다. 최소한의 영화적 의미를 담기 위해 특이할 뿐이다. 아마 모든 인간들이 서로가 서로를 특이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인간 군상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엿보는 재미는 특별하다. 처음엔 공감이 일고 나중엔 감탄이 샘솟는다. 봉준호 감독이 해왔던 작업물들이 하나같이 그렇다. 평범함과 특이함이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그의 모든 영화들에서 만끽할 수 있다. <마더>는 그중에서도 출중하기 그지없는 결과물로서, 한국영화계에서도 한 시대의 정점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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